[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소속 한 교회가 무리하게 건축을 벌여 재정 파탄에 이르자, 지난해 3월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김주철 총회장)에 예배당을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교회가 매각 대금을 더 받기 위해 한 장로교회의 제안을 거절하고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넘긴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리회 서울연회 하늘나루교회(송 아무개 목사)는 2008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지구 내 종교 부지에 예배당을 건축했다. 지하 3층에 지상 6층, 총 9층 규모로 연건평 2332.27m2(약 700평)에 이르는 빌딩을 지었다. 건축비로 65억 원이 소요됐고, 교회는 30억 원을 대출받아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건축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설계를 잘못해, 본당은 400~500석 규모인데도 주차는 10대밖에 하지 못했다. 건축 과정에서 교인들도 뿔뿔이 흩어져, 입당 예배에는 25명만 남았다.

교회는 빚더미에 나앉았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낸 이자만 18억 원이다. 그마저도 원금은 손대지도 못해, 2017년 초 대출이 만기될때 은행은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았다. 교회는 2년 전부터 예배당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아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마침 하나님의교회가 55억 원에 예배당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왔다. 비슷한 시기 인근 장로교회는 40억 원을 제시했다. 한 푼이 급했던 하늘나루교회는 하나님의교회에 교회를 매각하기로 하고, 감리사를 불러 구역회를 열고 안건을 결의했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미 교회는 3월 10일 하나님의교회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돼 있다. 최종 절차인 유지재단 승인은 4월에야 이뤄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소속 교회는 모든 부동산을 교단 유지재단에 편입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는 유지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절차상 유지재단의 허락을 얻은 후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교회는 하나님의교회와 먼저 거래부터 한 후 유지재단의 동의를 받으려 했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실제 매매는 구역회 이틀 후인 3월 10일에 이뤄졌다. 유지재단 이사회는 그보다 한 달 후인 4월 13일 열렸다.

유지재단 이사회는 이 안건을 놓고 갑론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억 원을 덜 받더라도 이단에 넘기지 말고, 장로교회에 매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15억 원이라는 금액 차가 너무 크며, 만일 계약이 불발하면 건물이 경매에 나와 결국 하나님의교회가 더 싸게 사는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하늘나루교회 목사와 교인들이 꼭 승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매각을 승인하면 건물을 공식적으로 하나님의교회에 넘기는 것이고, 부결해도 하나님의교회를 도와주는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마음이 좋지 않지만 승인해 주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무국 총무였던 이용윤 목사는 1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40억 원에 사겠다던 장로교회도 3억 커미션을 받고 하나님의교회에 되팔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다. 어떻게 하든 결국 건물이 하나님의교회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단에 직접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사가 많다 보니 1시간 넘게 토론이 이어졌다.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완강하게 매각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해서 결국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늘나루교회는 유지재단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팔았다. 이후 고양시로 이전했다.

교회 "공중분해될 상황, 어쩔 수 없었다"
"매각 대금으로 현재 아름답게 새 시작,
향후 어떤 방법으로든 재구매할 것"

9개월 전 있었던 사건은, 이틀 전 한 인터넷 신문 보도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하늘나루교회는 1월 9일 "경매로 넘어가게 될 시 은행 부채 및 전세 보증금을 빼 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 (교회가) 공중분해될 상황이었다. 하나님의교회에서 55억 원을 받으면 모든 부채를 다 갚고 우리 교회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하늘나루교회는 "유지재단 이사회에 떼를 써서 매각했고, 그 결과 55억 원을 받아 36억 원의 빚을 청산하고 지금 현재 교회 부지 및 건물을 26억 원에 매입해 아름답게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50여 명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고 했다.

교회는 "이전한 지역은 2018년부터 1만 세대가 입주하게 되는 곳이며, 교회 건물(연건평 220평)과 약 1800여 평 부지가 있는 곳이다. 서울 및 일산, 삼송지구를 잇는 최고 요충지에 있으므로 교회 부흥은 물론이고 지역을 잘 섬기며 감리교회의 부흥을 위해 작은 밀알이 될 것을 확신한다. 교회가 안정이 되면, 그 상암동에 있는 교회를 어떤 방법이든 재구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무리한 건축으로 빚더미에 나앉은 한 감리교회가 이단에 건물을 팔아넘겼다. 십자가는 철거되고, 교회 이름 대신 하나님의교회 이름이 붙었다. 건물 외벽에는 '안상홍님 성탄 100주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었다. 왼쪽 다음 로드뷰 갈무리, 오른쪽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현재 상암동 예배당의 십자가는 철거된 상태다. 교회 이름도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로 바뀌었다. 전면에는 1월 17일이 안상홍 탄생 100주년임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용윤 목사는 "당시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교단은 소속 교회가 예배당을 새로 건축할 때 재정 상태를 엄격하게 보고 있으며, 건축비가 교인 1인당 1000만 원을 넘어가면 신축을 허가해 주지 않으려 해 왔다. 하늘나루교회 선례가 생겨 앞으로 다른 교회가 이단에 건물을 판다고 하면 허가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사 추가(1월 10일 22시 30분 현재)

취재 시 연락이 되지 않던 하늘나루교회 송 아무개 목사는 기사가 나간 후 기자에게 연락해 왔다. 송 목사는 교회가 예배당을 건축한 이후인 2011년 교회에 부임했다. 그는 "전임자가 건축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교회가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결국 무리한 건축이 문제였다. 종로에서 상암동으로 이전하던 시기, 교인이 가장 많이 모일 때 기준으로 50여 명이었다. 그 인원으로 60억 짜리 예배당을 지은 것이다. 중간에 부임해 보니 매달 1000만 원씩 은행 이자로 나가고 있었다. (예배당 매각밖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늘나루교회가 있던 자리는 정말 희한한 자리다. 주말에는 길가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인다. 어느 교회가 와도 안 되는 곳이다. 양심적으로 다른 교회가 온다고 해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자리는 함정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단에 매각했다는 점 때문에 비난은 받겠지만, 그는 "그 예배당을 교회에 팔았다면 양심에 화인 맞은 것이다. 내 교회 안 되는데 남의 교회를 어떻게 오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