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9일 사당캠퍼스 종합관에서 김영우 총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김 총장이 교수회의 대신 신대원위원회라는 불법 임의단체를 구성해 학사 행정을 막무가내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학부·신대원 학생들과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신학대학원위원회(신대원위원회)는 김영우 총장의 사조직"이라며 입시 비리와 불법 학사 운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1월 9일 총신대 사당캠퍼스에서 열었다.

학부·신대원 학생 100여 명과 교수, 동문 목회자 등은 이날 졸업 사정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오전 9시부터 총신대 종합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입시 비리 책임지고 관계자 모두 사퇴하라", "입시 비리 주범 김영우 즉각 퇴진", "김영우가 말하는 개혁주의는 불법"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붙이고, 가슴에는 '총신은 죽었다'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김영우 총장이 불법·초법 학사 운영으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신대 학칙상 입학·졸업·징계 등 주요 사안에 관한 의사 결정은 오직 '교수회의'에서만 가능한데, 김 총장이 '신대원위원회'라는 불법 단체를 신설해 교수회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총신대는 수십 년간 교수회의에서 주요 사항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은 지난 12월 학칙을 개정하면서 "대학원의 학사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대학원위원회를 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후 김 총장은 신대원위원회를 꾸려, 자신을 반대하는 교수들을 배제한 채 학사 행정을 심의·결의하고 있다.

김영우 총장은 신대원위원회를 통해 자신을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신대원위원회는 채플 도중 김 총장에게 "성찬 집례 자격이 없다"고 외친 오명철 전도사를 1년 정학 처분했다. 또 신학대학원 입시 사정회에서는 학부 총학생회장 시절 김영우 총장을 반대했던 최대로 씨도 탈락시켰다.

신대원 학생들은 12월 말, 입시 담당 직원에게 "최대로 씨가 2차 합격자 명단에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교무처장 신현우 교수가 "입학 사정회에는 성적 외에 플러스 알파의 요소가 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최 씨가 김영우 총장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입시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영우 총장을 반대하는 학생과 교수들은, 김 총장이 졸업 사정회까지 교수회의 대신 신대원위원회를 열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신대원위원회를 통한 학사 진행은 원천 무효"라고 외쳤다.

이날 졸업 사정회는 열리지 않았다. 신대원위원회 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졸업 사정회는 원래 오늘이 아니었다. 추후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에는 김영우 총장과 그를 돕는 재단이사, 보직교수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우 총장을 반대하고 있는 교수협의회는 소송전을 벌일 계획이다. 교수협은 신대원위원회 구성이 총신대 학칙과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을 모두 무시한 것이라며 '신대원위원회 업무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총신대 학칙 98조와 100조를 보면, 교수회의는 △수업 및 연구 △교육과정 △입학·수료·졸업 △시험 및 성적 △학생 지도, 장학 및 상벌 △학사 운영에 관한 사항을 총장의 자문에 응하여 심의하게 되어 있다.

교수협 회장 정승원 교수는 "학칙상 교수회의가 총신대의 최고 심의 및 의결 기구다. 그런데 김영우 총장은 교수회의가 자문 기구일 뿐이라고 한다. (학칙을 무시하고) 학사를 어떻게 처리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송과 함께,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김영우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54조의2 2호에는, 학교의 장이 학생의 입학·수업 및 졸업에 관한 사항을 위반했을 때, 관할청이 학교장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정 교수는 "신대원위원회를 통한 입학·졸업 결의가 불법이라면, 총장 직무 또한 정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총장 사퇴 및 학사 행정 원상 복구를 외치며 단식투쟁 6일 차에 접어든 곽한락 신대원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여야 사법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관 안에 친 천막을 성막으로 생각하고, 하루 3번 예배하며 지내고 있다. 학교의 주인인 우리가 이 사태를 방관할 수는 없다. 선배 171명이 졸업을 거부했다.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 촛불 시위가 박근혜를 끌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여기서 안주하지 말자"고 울먹이며 말했다.

한 참석자가 '총신은 죽었다'라는 근조 리본을 달고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신대원위원회
"정상으로 되돌린 것뿐"

총신대는 신대원위원회 구성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총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교수 세미나에서 신대원위원회 설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교수회의는 자문 기구에 불과하며,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총신대 학칙에 7인 이상의 위원회가 학사 행정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24조는 "대학원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학원을 둔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 및 원격대학에 각각 대학원위원회를 둔다"이다. 김 총장과 신대원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이에 근거해 총신대 학칙을 손질한 것이며 지금까지 교수회의를 통해 행정을 처리한 것을 오히려 정상으로 돌려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대원위원회 한 교수는 1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에 신대원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돼 있지만, 그간 관례상 교수회의가 대체해 왔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법을 정비하고 신대원위원회를 가동하게 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교 교수들은 오히려 '총신대는 왜 여태껏 대학원위원회를 가동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대학원위원회는 통상적으로 2년 과정 일반대학원을 말하는 것이지, 3년 과정 총신대 신학대학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신대원위원회 교수는 오명철 전도사를 징계하고 최대로 씨를 떨어뜨린 것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우 총장을 반대한다면 개인적으로 성찬을 받지 않으면 된다. 공 예배를 방해하는 것은 우리 교단에서 제일 크게 문제 삼는 것이다. 예배를 반대해서는 안 됐다. 오명철 학생이 예배 방해에 대해 사과했다면 징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대로 씨에 대해서는 "입시 관계자가 2차까지 합격했다고 했으나, 실제로 2차 합격은 최종 합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합격권에 있는 학생이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해 불합격하는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최 씨를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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