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야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닷페이스(.face)가 만드는 영상은 요즘 말로 '힙하다'. 연성 뉴스(soft news)도 아니고 정치·사회문제 등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와 연관된 문제로 풀어낸다. 닷페이스는 기성 언론과는 다른 '뉴미디어', '미디어 스타트업'의 대명사로 불린다.

연말에 다시 한 번 닷페이스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십대여성인권센터(조진경 대표)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H.I.M'(Here I Am) 영상은 충격이었다. 닷페이스는 일종의 함정 취재를 통해 미성년자를 성매수하려는 남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물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은 변조했지만, 성매수남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상식'은 기가 막힌 내용이었다.

12월 20일 공개된 H.I.M 첫 영상(즐거운 채팅 "교복 챙겨 왔어?")은 페이스북에서만 140만 번 조회됐다. 이와 함께 진행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 서명운동에는 1만 1597명이 서명했다(1월 5일 기준). 제작비를 제외하고 십대여성인권센터로 전액 지원되는 굿즈(goods) 판매는 목표 금액의 440%, 2200여만 원이 모였다.

닷페이스의 미션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이다. 이번에도 영상을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청법 개정 운동까지 이끌어 내면서, 닷페이스는 다시 한 번 상식을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또 생각했다. '크으… 어쩌면 이렇게 잘할까.'

예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에게서 H.I.M 프로젝트 비하인드 스토리와 닷페이스의 지향점 등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1월 3일 서울 홍제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그는 겸손하면서도 자기 생각을 명쾌하게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자신보다도 십대인권센터가 더 조명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는가
분노에서 허무함으로

- H.I.M 프로젝트 반응이 뜨겁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산나눔재단을 통해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소개받았다. 원래는 간단한 단체 홍보 영상 제작 건이었는데, 조진경 대표님과 미팅을 하고 나니 단순한 단체 홍보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

조 대표님의 열망은 명확했다. 첫째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상담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아청법을 개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일이 커졌다.

10대 여성의 인권은 우리도 처음 다뤄 보는 주제였다. 많이 고민했다. 조진경 대표님이 현장에서 오래 계셨기 때문에, 그분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조 대표님은 기성 언론과 협업하거나 인터뷰했을 때의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론은 성매수 피해자인 10대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을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으로 그렸다. 그리면 어김없이 '걔가 잘못한 거 아냐?', '자발적으로 한 거 아냐?'라는 댓글이 달렸다. 피해자를 조명하는 방식은 오히려 피해가 확산되는 방식으로 가게 되더라는 말씀이었다.

잘못은 이 사람들이 했는데 왜 질문은 피해자만 받을까. 누가 그러더라. '이 사회에서 성매수는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 사람들한테 물어봤자 무슨 답을 들을 수 있겠느냐', '그게 무슨 이유가 있겠냐 그냥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하는 거지' 이런 식의 사고가 만연하기 때문에 가해자에게는 오히려 질문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는 '가해자'에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ID '사랑해'라고, 만나러 갔을 때 이미 바지에 사정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를 맨 처음 만났다. 스무 살짜리 딸이 있는 아저씨였다. 사실 그때는 예정에 없던 촬영이었다. 아직 기획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였다. 사전 취재 과정에서 익명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해 봤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다. 약간 골탕 먹일 생각으로 나이와 목적을 감추고, 그 사람과 시간·장소 약속을 잡았다.

메시지가 계속 왔다. '1시간 뒤에 갈 수 있어', '지금 가는 중이야'. 안달이 나 있더라. 일단 다 같이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 사람을 인터뷰한 다음에 확신이 들었다. '이건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

- 지금까지 닷페이스가 제작한 영상 중에서는 아주 공격적인 취재였던 것 같다. 불법을 저지르려는 사람들을 만난 건데. 취재하면서 두렵지는 않았나.

무서웠다. 그래도 우리 팀이 같이 인터뷰하고 촬영해서 위협을 당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영상 댓글에 '소아성애자다'라면서 그 사람들을 예외적이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만나 본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앱이 반경 10km에 있는 사람들만 알려 준다. 그런데도 채팅 요청이 쏟아졌다.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그 사람 모두가 변태일 리는 없다. 너무 평범하고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뿐이고, 어릴수록 좋다는 것뿐이다.

- 미성년자 성매수 남성들의 발언이 충격적이었다.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남성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다. 듣다가 화가 나서 내가 "미성년자 성매매는 불법이잖아요"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좀 다정하게 질문해 달라"고 나한테 뭐라 하더라. 기가 막혔다.

이 자리에 우리가 안 나와 있으면 다른 사람이 나왔을 텐데, 그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으로서도 마음이 힘들었다.

20대 성매수남들은 모두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느낌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눈치를 보더라. 우리가 차 번호도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정보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잃을 게 많으니까 '순순히 인터뷰해 주고 빨리 보내야겠다'는 느낌이었다. 10년 20년이 지나면,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하는 저들이 이렇게 뻔뻔해지겠구나 싶었다.

물론 만나자고 하는 족족 걸려들었지만, 막상 나가서 촬영하는 데는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큰 도로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카메라 들고 다가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치를 채고 차를 확 돌리더라.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나중에는 허탈해졌다. '어떻게 이런 불법이 이렇게까지 쉽지?' 촬영이 끝나고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말없이 밥만 먹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미팅을 하면서, 이들이 10대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는지 알게 됐다. 사무국장님은 "양치했지?"라고 물어보면서까지 아이들을 챙긴다. 아이들이 상담소까지 오가는 돈이 없으니,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짓을 너무 쉽게 한다.

불법을 쉽게 하는 '산업'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도덕에 기대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이런 익명 채팅 앱을 통해 미성년자 성매수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여성 단체들이 앱 사업자가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는데 무혐의가 나왔다. 앱에 안전장치가 돼 있다는 이유였다. 공지 한쪽에 청소년 상담 전화번호를 올렸다거나 연령 제한을 두었다거나 조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14살 아이가 너무 쉽게 그 앱을 다운해서 사용한다. 피해는 계속 생기고 있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거 다 했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냥 생기는 것뿐이다. 둘의 합의일 뿐이다'고 하는 거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쉽게 피해가 일어나고, 한쪽에서는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이런 게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영상이 많이 퍼졌는데, 혹시 경찰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나. 범죄자들을 직접 만난 셈인데.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 건 없었다. 인권 단체들은 경찰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일례로, 청소년한테 성매수를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다. 포상금 제도가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알려 주고, 만약 그런 제안을 받으면 신고하라고 가르쳐 줬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아이가 신고를 했는데, 경찰서에서 그 아이에게 "이거 돈 받으려고 신고한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애초에 포상금 제도인데.

경찰도 함정수사를 한다. 성매수 대상자가 된 아이의 휴대폰을 통해 현장에서 성매수하는 남자들을 잡기도 한다. 조진경 대표님이 답답해서 경찰에게 "그러면 당신들이 앱 깔고 10대인 척해 봐라. 성매매 요청이 엄청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건 또 범의 유발이라고 해서 곤란하다고 답했다더라. 함정수사도 하면서 이건 또 왜 말이 다른지 모르겠다.

2016년에 조진경 대표님이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를 받아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와 같이 설문 조사를 한 보고서가 있다. 센터에 들어와 있거나 상담받고 있는 10대 100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것이다. 그중 '경찰들이 함정수사 하면서 자기가 경찰이라고 밝힌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성관계가 이뤄진 후'라고 답한 사례가 두세 건이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다. 경찰들도 '그렇고 그런 아이들의 일'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이다. 정말 세상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은
왜 '유난 떠는 것'이 됐을까

- 닷페이스의 미션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이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한다면.

우리가 변화의 기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게 아주 큰 변화가 아니라, 한 내 반경 3m의 변화 정도? '닷'이라는 의미도 그런 거다. 내가 있는 곳에 점을 찍었을 때, 여기서부터 3m 원을 그리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깥으로 연결시킨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기 이야기, 일상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바뀐다는 믿음이 있다. 2020년이면 한국 사회에서 5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의사 결정권자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이다.

대학 때 친구들을 사회에서 만나 보면,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유난 떠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분명히 그렇게 배우거나 생각하지 않았는데. 잘못돼 있는 기성의 질서들을 바꿀 수 있거나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유난 떠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식'이라는 단어는 포부가 큰 말이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해" 정도가 아니라 "우리는 이게 우리의 상식이 되도록 계속 이야기해 나갈 거야"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것을 보편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닷페이스 홈페이지에 보면 영상마다 카테고리가 있던데.

우리 세대에 이런 부분은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뽑았다. △Justice △Urban Earth △Real Future △Feminism △LGBT 이렇게 다섯 가지다. 'Justice'는 사회정의와 관련한 주제다. 정치 문제도 포함된다. 'Urban Earth'는 우리가 평생 도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 것을 전제하고, 이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Real Future'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테마다. 기술이 바뀐다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그 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게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LGBT'와 'Feminism'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 LGBT를 다루다 보면 보수 개신교인과 부딪힌 적도 있을 것 같다. 성평등을 반대하는 데 앞장서는 개신교인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지난 12월 1일 에이즈의날에 '디셈버 퍼스트'라는 행사를 취재했다. 개신교 반동성애 세력이 많았는데, 주최 측에서 "<뉴스앤조이>와 닷페이스는 보도하지 말라"고 하더라. 이제 드디어 우리가 유명해지는구나 싶었다.(웃음)

왜 이렇게 동성애에 집착할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위기를 느낀다. 한국에서 교회는 세력이라는 느낌이 든다. 국회에서 조찬 기도회를 하는 것만 봐도, 정치 세력에 밀접하게 들어가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그냥 거기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반대급부로서 적을 상정하는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사회를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보수'라는 가치라는 건 다양성을 배격한다. 우리 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견고한 정치와 믿음의 세력이 있다는 것이 무섭고 안타깝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건

- 닷페이스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표본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어쩌다 이 길을 걷게 됐나.

처음부터 '이런 걸 해야겠다' 결심했던 건 아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것도 없던 말 아닌가. 지금도 영상을 능숙하게 못한다.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마케팅, 광고 영업에도 관심이 있었다. 글 쓰는 게 좋았다. SBS에서 잠깐 스크립터로 일한 적도 있다. 방송기자 쪽으로도 지망을 했었고.

그런데 그 모든 준비 과정이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보통 언론사에 간 친구들 보면 자기가 본 것을 쓰지 않는 느낌? 자기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기사가 아닌 느낌이 있었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부분을 파헤쳐서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희열이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계속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미스핏츠'라는 뉴미디어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보고 있는 걸 만들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기성 언론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성 언론에서도 재밌고 의미 있는 보도가 많다. 그냥 나는 이런 게 하고 싶었다. 같이 할 사람도 있었고, 하니까 재밌고, 성과가 있고. 그러다 보니 계속 하는 것 같다.

- 뉴미디어,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성 언론과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너희는 모바일 예능을 하는 애들이니?",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니?", "유튜브 크리에이터니?", "언론사야, 뭐야? 취재를 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취재를 안 한다고 생각하나' 싶었다.

언론사의 정체성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것 같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우리는 굳이 뭐라고 정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우리답게 가는 거고, 우리에게 어떤 이름이 붙을 때는 그걸 이용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도 고민하게 된다. 다음 세대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 중에는 언론사에는 평생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했던 사람도 있고,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도 안 해 본 사람도 있다. 모두가 기자, PD를 지망한 게 아니다. 우리가 팀 안에서 원하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과 매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페이스북이든 유튜브든, 사람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매체를 소비하고 있다. 그 흐름을 읽어 내고, 그 흐름 속에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치챌 수 있는 사람, 그런 센스가 중요하다. 어떤 자리에 어떤 식으로 있든, 무엇을 포착하고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짜는 능력이다. 매체를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이걸 이용해서 이야기를 다시 풀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예를 들면, 지금의 매체 환경에서는 누가 대신 말해 줄 필요가 없다. 전통적으로는 리포터가 서서 설명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이용자가 직접 마주하고 체험하게 해 주면 된다.

또 한 가지는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우리 팀 안에서도 계속 배우고 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우리가 이 영상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어떤 것인가. 지속 시간, 공유 등 중요 지표에 따라서 영상은 달라져야 하는가. 많이 고민한다. 글-촬영-편집-개발 등 영역을 넘나드는 데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 민간위원으로
'정상 가족' 벗어난 선택도 존중받아야

-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찍힌 사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6기 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위원을 많은 부분 여성으로 위촉했다. 다양한 연령대도 고려했는데, 내가 20대 위원으로 추천됐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이 위촉됐다. 민간위원 평균 연령이 50대라고 하는데, 전에는 70대였다더라.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서 수락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발언권을 가지는 건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청년 여성에 대해서나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

이전까지 진행되어 온 방향으로 간다면, 가임기 여성 출산 지도를 만들거나 여성 1인당 출산율을 계산하는 식밖에 안 될 것 같다. 다행히 이런 부분에서는 위원분들이 모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저출산', '고령사회'는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결과다. 정해진 미래, 아니 미래도 아니다. 이미 온 상태인데, 여기에서 어떻게 새로운 행복의 조건들을 만들 것인가, 이걸 어떻게 제도로 뒷받침할 것인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 가족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그 궤도를 벗어난 선택들이 존중받고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출산-양육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결혼 안 하고 출산·양육해도, 결혼·출산 안 하고 양육해도, 이런 다양한 방식의 삶을 존중하고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좋은 나라가 되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