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헌금으로 아들 유학·결혼비 낸 목사 집행유예'
'아들 결혼식, 휴가 등에 교회 돈 쓴 목사 집행유예'
'교회 자금을 아들 결혼식과 유학비로 쓴 목사에 내려진 판결’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새해를 앞두고 광주 ㅍ교회 이 아무개 목사의 횡령 뉴스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이 목사는 교회 재정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목사가 사역비·도서비·강사비·안식년비·(아들)유학비 등 8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안식년비와 아들의 결혼비·유학비 횡령 부분만 인정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목사의 횡령 금액은 총 9707만 원.
안식년비와 아들 유학비는 교회 재정으로 잡혀 있었다. 문제는 과다 지출에 있었다. 이 목사는 안식년비로 3000만 원을 받아야 했는데, 828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자녀 교육비로 2000만 원 책정돼 있었는데, 4000만 원 넘게 지출하기도 했다. 아들 결혼식비는 아예 재정에 잡혀 있지 않았는데도 4200만 원을 교회 돈으로 사용했다.
법원은 "별다른 기준 없이 담임목사 요청에 따라 필요한 만큼 교회 재정이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가 교회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 교회 재산을 마치 사재처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목사는 광주 ㅍ교회에서 적지 않은 혜택을 받아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받은 사례비와 퇴직연금만 11억 660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사역비(교육 사역비, 목회 활동비, 심방 활동비, 교구 사역비, 정보 활동비 및 도서비)와 보험료, 의료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 목사 측은 자녀 유학비는 사후 승인을 받았고, 총액도 초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혼식 비용도 당회 결의에 따랐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감사와 당회 결의, 공동의회 결의가 상당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아들 유학비가 추인됐다고 볼 수 없다. 사후 승인됐어도 업무상횡령죄에 이른다"고 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과 이 목사 양측 모두 항소했다. 이 목사 측은 1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사부터 공동의회까지 절차를 밟았는데도 문제를 삼으니 당황스럽다. 결혼비와 유학비도 사후 보전했는데, 그것 자체도 횡령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 계기를 교훈 삼아 차제에는 더 완벽하게 재정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감사·당회·공동의회 유명무실" |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재판부가 ㅍ교회의 재정 관리 구조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담임목사의 횡령뿐 아니라 횡령이 용이했던 광주 ㅍ교회의 재정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목사가 재정부장 이 아무개 장로와 공모해 교회 재산을 횡령했다고 봤는데, 교회에 두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감사위원(3명)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 감사의 인사권도 이 목사에게 있었다.
재판부는 재정 보고 절차가 형식적이었던 점도 짚었다. ㅍ교회는 공동의회 때 프레젠테이션을 이용, 수입·지출 결산을 항목별로 공개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예산 항목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지출됐는지 알 수 없었다. 법원은 "ㅍ교회는 제직회도 열지 않았다. 감사부터 당회, 공동의회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당회·제직회·공동의회 및 감사가 형식적이거나 재정 관리 권한이 담임목사를 비롯한 소수 장로에게 집중되어 있는 교회는 광주 ㅍ교회뿐만이 아니다. 명성교회도 수백억대 비자금의 존재를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김삼환 목사와 몇몇 장로가 재정을 집행했다.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저자 강문대 변호사는 1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을 뭉뚱그려 표기하기보다 교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료를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추려 하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 행정적으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재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감사 체계를 들었다. 강문대 변호사는 "담임목사와 당회도 감사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감사는 당회가 아닌 제직회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제직회도 재정에 관여할 자격이 있으니, 담임목사가 자발적으로 제직회에서 감사를 뽑도록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재정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다 보니 이전보다 재정을 체계화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문제가 있어도 덮는 게 은혜가 아니라, 교인들이 처음부터 적극 나서 문제를 막는 게 가장 은혜로운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