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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를 통해 루터를 넘자
[서평] 스콧 헨드릭스 <마르틴 루터>(IVP)
  • 이원석 (dkdndn2@naver.com)
  • 승인 2018.01.03 18:45

얼추 세어 보니 2017년 한 해에만 루터 관련 서적이 마흔다섯 권 나왔고, 지금 내 손에 들린 마흔여섯 번째 책이 <마르틴 루터 – 새 시대를 펼친 비전의 개혁자>(IVP)다. 이는 2015년에 미국 예일대출판부에서 펴낸 스콧 헨드릭스의 루터 전기 <Martin Luther: Visionary Reformer>를 손성현 박사가 옮긴 것이다.

스콧 헨드릭스는 루터란 신학자이고, 영어권 루터 연구 최전선에 서 있다. 그렇기에 영국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출간하는 초간단 입문(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의 241번째 책인 <마르틴 루터 - 그리스도교 개혁의 기수>(뿌리와이파리)를 집필하였다. 여기에서 그려 낸 루터 삶의 큰 그림의 각 부분을 이번 루터 전기에서 세밀하게 채웠다.

본문 자체만 580쪽에 달하는(총 692쪽) 텍스트를 읽어 본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책은 루터 전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실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마무리하기에 최적의 책이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강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렇게 두꺼운 전기를 권유하는 잔혹한 처사에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르틴 루터>는 유익한 만큼이나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인간 루터의 두터운 재구성

무엇보다 소박한 웃음을 연발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훗날 루터는 어린 시절에 벌을 너무 많이 받아서 자기가 소심해졌다고 말했으나, 어른이 된 루터에게는 그런 소심함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72쪽) 간단한 서술이지만, 전 생애를 살펴본 결과이다. 치밀한 자료 조사에 근거하여 제시하는 이런 판단을 스콧 헨드릭스는 지극히 담백하게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애초에 루터 자신이 매력적이고, 역동적이며, 상당히 유머 감각이 있다. 가령 그가 슈팔라틴에게 답한 자신의 독신에 대한 농담조의 해명을 들어 보라. "나 같은 유명한 애인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중략) 여성들과도 잘 어울리는 내가 결혼은커녕, 아직 한 여자와 제대로 관계도 맺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긴 하지."(300쪽) 여기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성자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다. 루터도 그저 인간인 게다.

이렇게 인간 루터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루터를 탈신화화하는 것이다. 신화화의 근간은 무지와 숭배 가운데 하나거나 둘 다이다. 한국교회의 루터에 대한 얄팍한 인식은 아마도 무지에 기인할 게다. 이는 물론 루터란 교회가 한국 내에서 자리하는 위상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기독교한국루터회를 이단으로 아는 분도 있다), 그렇다고 이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종교개혁을 바로 배우고자 한다면, 루터에 대한 얄팍한 이해(와 단순한 숭배)를 넘어서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특수特需로 루터 관련 저작이 쏟아져 나왔다지만, 실은 아직도 부족하다. 입문서도 절실하지만, 루터의 생애와 사상에 충실한 연구서가 필요하다. 철저한 조사에 기초하여 루터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낸 스콧 헨드릭스의 노작이 등장할 시점이다.

<마르틴 루터 - 새 시대를 펼친 비전의 개혁자> / 스콧 H. 헨드릭스 지음 / 손성현 옮김 / IVP 펴냄 / 692쪽 / 3만 2000원

질그릇에 담긴 보화

<마르틴 루터>의 구성과 전개는 입체적이고, 중층적이다. 루터의 삶과 사상 및 그를 둘러싼 당대 상황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교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전기의 참된 매력은 루터의 삶에 대한 이야기 속에 그의 사상과 당대 상황에 대한 중층적 논의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두터운 서술에도 표현은 명료하고, 흐름은 자연스럽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비전, 루터가 추구하기로 마음먹은 그 비전"(252쪽)이다. 전작 <마르틴 루터 – 그리스도교 개혁의 기수>를 통해 제시한 "역사와 이를 통한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떠밀려 간" 그의 모습이 이제 <마르틴 루터 – 새 시대를 펼친 비전의 개혁자>에서 비전이라는 키워드로 구체화하며, 그 전환점은 바르트부르크 시기(8장)다.

"이제 그(마르틴 루터)는 종교에 대한 더 큰 비전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만듦으로써 그 비전을 실현하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루터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은 95개 논제나 보름스 제국 의회가 아니었다. 그 사건은 루터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믿었던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바르트부르크에서 일어났다. 그 사건은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비전, 루터가 추구하기로 마음먹은 그 비전에 기초한 것이었다." (252쪽)

이러한 비전을 추구하는 모습이 후반부(2부)에서 진행된다(<마르틴 루터>의 전후반부를 가르는 분기점은 바르트부르크 시기이다). "죄인이 되어 담대하게 죄를 짓되, 그리스도를 더욱 담대히 믿고 그분을 기뻐하게"(260쪽)라는 멜란히톤에 준 조언은 그런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결과가 완전하지 못할지라도 적절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격려였다."(261쪽)

<마르틴 루터>는 인간 루터의 생생한 모습에 대해 보여 주는 동시에 이 질그릇을 통해 보화가 돋보이게 만든다. 복음에 기초한 비전이 바로 그 보화이다. 루터는 다윗처럼 약점이 많았으나 그럼에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다. 루터의 역동적인 생애는 복음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 준다.

"루터 역시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약한 죄인, 어마어마한 죄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루터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실제로 죄를 지은 것이 구원에 이르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 되며, 약간의 믿음이 때로는 많은 믿음보다 진정한 것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570~571쪽)

루터는 비전의 사람이었다. 그의 생애는 복음의 비전에 붙들렸고, 자신이 하나님 외 다른 어떤 권위에도 종속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복음은 그것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소수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이것이 루터의 비전이었다."(578쪽) 그는 이 비전을 따라 개혁의 여정으로 나섰다. 혹은 떠밀려 갔다.

또한 루터는 목회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비텐베르크 그리스도인들의 목회자로 여겼다."(280쪽) 나아가 "하나님이 기독교를 개혁하는 중대한 임무를 카를슈타트나 츠빌링이 아니라 루터 자신에게 주셨다는 확신"(283쪽)을 지니고 있었다. 해서 그의 입은 닫힐 줄 몰랐다. 애초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마르틴 루터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140쪽)

루터를 통해, 루터를 넘어

루터는 실로 매력적인 복음의 메신저였다. 그의 강의에 대한 설명은 곧 그 자신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은 말의 내용뿐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 때문에 더욱 강력한 복음의 선언이다."(512쪽) 바로 루터라는 역동적인 인물의 삶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전의 개혁자, 즉 비전의 보화를 담은 질그릇으로 살아간 모습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하나 우리는 아직 루터를 잘 모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한국교회에 루터란 교회의 교세가 약해서가 아니라 루터의 개혁정신을 계승하지 않아서다. 심지어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열정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루터의 개혁으로부터 더 진전해야 할 터인데 외려 퇴보하고 있다. 이제 개혁을 개혁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루터를 통해서 루터를 넘어서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마감하는 지금이야말로 스콧 헨드릭스의 <마르틴 루터>가 나와야 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690여 쪽의 전기를 읽기에 딱 좋은 한겨울이 아닌가. 루터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대가의 발치에 앉아 그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여기가 교회 개혁을 위한 우리의 로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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