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 내 여성 혐오 현상은 올해도 계속됐다.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 혐오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교회 여성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7년 각 교단 총회에서는 교회의 구조적인 성차별 문화를 반복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박삼열 총회장)은 9월 열린 102회 총회에서 "성경은 여성 목사 세우는 것을 금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여성 안수 불가를 천명했다. 역시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 예장합동·고신에서는 아예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남성 목회자의 성폭력 증가를 막기 위해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총회 현장에서 묵살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윤세관 총회장) 양성평등위원회가 제안한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은 현장에서 총대들의 반발에 부딪혀 1년 더 연구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처벌·강제 규정이 없는 '성 윤리 규범'도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감리교여성연대가 올해 10월, 32회 입법의회 현장에서 발의한 '진급 과정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 도입안' 역시 장정개정위원회의 부결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감리교여성연대가 준비한 '총회·입법의회 대표 여성 할당제' 역시 장정개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교단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목회 현장에서의 여성 혐오 문제도 부각된 한 해였다. <뉴스앤조이>가 올해 3월 진행한 '교회 내 여성 혐오 설문 조사'에서는 교회에서 마주하는 여성 차별과 비하 발언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응답자들은 강단뿐 아니라 일상 교회 생활에서도, 여성을 나이로 판단하거나 우스갯소리의 예시로 소비하고 여성의 외모와 복장을 평가하는 한국교회 문화에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크리스천 청년의 연애·결혼을 이야기해 온 박수웅 장로의 책 <크리스천의 성 토크>(두란노)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대표적인 여성 혐오 사례다. 이 책에서 박 장로는 철저히 남성 중심 시각에서 가부장적 성 담론을 풀어놓았다. 남녀 성 역할을 고정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을 믿음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등 왜곡된 성 담론이 많았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악용해 발생하는 목회자 성폭력도 지속적으로 발생한 한 해였다. 유명 청소년 부흥사였던 문대식 씨의 미성년자 성폭력과, 명설교자로 알려진 손희영 목사가 성 문제 때문에 해임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사회 법정에서 성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목회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젊은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누는 모임이 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7년은 우울한 현실에서도 교회 내 여성 혐오 문화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가시화한 해였다. 가부장 문화가 지배해 온 한국교회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교회 문화에 문제점을 느낀 여성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페미니즘 논의를 이어 갔다.

IVF(한국기독학생회) 서서울지방회는 올해 3월 페미니즘 토크 '갓페미'를 열었다. 교회와 선교 단체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경험을 나누고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갓페미'를 주도한 간사들은 이후에도 비슷한 주제로 소모임을 개최했다. 8월에는 서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성 혐오'와 관련한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 소책자는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20~30대 여성이 주가 된 '믿는페미'도 활동을 시작했다. '믿는페미'는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개신교인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팟캐스트를 제작해 다양한 사람의 사연을 소개한다. 교회 여성들이 자유롭게 페미니즘을 논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젊은 교인들은 교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를 더 이상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 변화에 발맞추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교회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한국교회가 정말 '다음 세대'를 고민한다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교회를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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