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교회가 이광복 목사 은퇴 이후 둘로 나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담임목사 없는 서울 성내동 목양교회가 표류하고 있다. 32년 전 이광복 목사가 개척한 목양교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석 교인이 500여 명이었지만, 지금은 200명으로 줄었다. 교회가 이 목사 은퇴 후 둘로 나뉜 채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복 목사는 2016년 6월, 정년보다 1년 앞당겨 은퇴했다. 장로들이 이 목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무죄를 주장하며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한성노회는 지난해 7월 담임목사가 없는 목양교회에 전주남 목사(새서울교회)를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전 목사는 교회 문제를 세상으로 가져갔다며, 이광복 목사를 고소한 장로들을 치리했다. 장로 9명과 일부 교인이 목양교회를 떠났다. 전 목사가 온 뒤 목양교회는 한동안 조용했다. 전 목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곧 잡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장로는 올해 4월, 전주남 목사에게 청빙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담임목사를 뽑자는 의미였다. 무슨 이유인지 전 목사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장로들은 임시당회장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 목사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기도원 매각 문제가 해결되면 물러나겠다", "교회 빚 문제를 해결한 뒤 떠나겠다"며 맞섰다. 당시 목양교회는 부채 44억 원을 안고 있었다. 보통 임시당회장은 당회만 주재하는데, 전 목사는 설교부터 정관 개정까지 세심하게 관여했다.

올해 3월 공동의회를 열어, 목양교회 정관 29조(재산의 등기) "본 교회의 재산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목양교회의 소유로 등기하여야 하며 등기상의 대표자는 담임목사(당회장)로 한다"는 부분에 "단 임시당회장 및 특별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문장을 추가하기도 했다.

전주남 목사를 향한 내부 불만은 있었지만 외부로까지 폭발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전 목사가 10월 16일 임시당회장에서 물러난 뒤 불거졌다. 한성노회장을 지낸 서상국 목사가 임시당회장으로 왔는데, 일부 교인이 서 목사를 강하게 반대했다. 서 목사가 강대상에 올라가지 못하게 막고 예배를 방해하기도 했다.

교인들은 서 목사를 반대하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은퇴한 이광복 목사를 들었다. 서 목사가 이 목사 제자이며, 이 목사가 세운 흰돌선교센터 이사인 점을 문제 삼았다. 목양교회 한 장로는 12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목양교회 사태의 본질은 세습이다. 이 목사가 자신의 사위를 목양교회 담임목사로 세우려 했다. 서 목사를 통해 사위를 세울까 봐 교인들이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인들의 거센 반대로 서 목사는 40일도 안 돼 임시당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임시당회장 사임한 전주남 목사 재파송
교회 대표자 명의 논란
교인들 "전 목사가 교회 사유화 시도"
전 목사 "담임목사 세운 뒤 물러날 것"

한성노회는 11월 29일, 전주남 목사를 다시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 목사를 반대했던 교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전 목사가 목양교회 '대표자'로 등록돼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문제를 삼은 것이다.

실제 등기부 등본을 보면 전주남 목사는 목양교회 대표자로 설정돼 있다. 등기는 지난해 7월 이뤄졌다. 임시당회장에 오르자마자 대표자로 등기한 셈이다. 임시당회장이 교회 대표자가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전 목사 반대 측은, 전 목사가 당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대표자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지하 2층에서 지상 7층으로 된 교회 건물 재산 가치가 120억 원에 이르는데, 전 목사가 이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남 목사는 반대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전 목사는 12월 20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교인들의 요청에 따라 등기에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임시당회장으로 있을 때 기도원을 매각하고 대출을 연장했는데, 대표자가 없었다면 못 했을 일이다. 교회를 떠난 이광복 목사가 교회 대표를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장로 중 하나가 대표가 될 수 있겠는가.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내가 대표자가 된 것"이라고 했다.

목양교회는 기도원과 임야도 보유하고 있다. 두 부지 대표자는 전 임시당회장 서상국 목사 이름으로 돼 있다. 전 목사는 "교회를 제외한 기도원과 부지의 대표자 선정은 당회 결의로도 가능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교회 명의를 바꾸려면 공동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수십억 부채를 가진 교회 대표자가 되는 건 나도 원치 않는다. 빨리 (명의를) 가져가라 했는데, 아직도 공동의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자 변경을 놓고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목양교회 한 집사는 "전주남 목사는 공동의회도 하지 않고 교회 대표자 명의를 자기 이름으로 바꿨다. 이제 와서 공동의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교회를 사유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주남 목사는 목양교회 재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청빙위원회를 꾸린 다음 내년 4월까지 담임목사를 세운 뒤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목양교회는 전주남 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었다. 반대 측은 공동의회를 열어 노회와 교단을 탈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목사 측은 공동의회가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하지만 전주남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과 찬성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있어 목양교회 내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 반대 측은 12월 17일 공동의회를 열어, 노회와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전 목사 측은 "대표 권한도 없는 협동목사가 주재한 공동의회는 원천 무효이다"며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목양교회는 둘로 나뉜 채 표류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측 모두 후임자를 뽑지 않고 갑자기 은퇴한 이광복 목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로들이 오해해서 고소하는 바람에 교회를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떠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에 들어오려는 전주남 목사를 교인들이 막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주남 목사 반대 측이 섭외한 목사(사진 왼쪽)와 전 목사를 지지하는 목사가 주일예배 시간 강대상을 놓고 다투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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