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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성탄은 세월호의 성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한 성탄 예배 '별 따라 예수께로'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12.21 11:34

"작년 (성탄 예배는)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았고,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조금 가벼워진 모습으로 성도님들을 뵈었으면 했는데, 안타깝게도 자꾸 무거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성 아빠 문종택 씨가 세월호 가족들 대표로 나와 발언했다. 그는 발언 도중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제 형제인가요. 자매인가요." 그리고 이어서 가족들 근황을 전했다.

"2기 특조위가 탄생했으니 잘될 것 같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엄마 아빠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욕이라도 하며 살려 달라고 떼를 써 봤는데, 지금은 밝혀 줄 거니 때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때를 기다려서 이뤄진 일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과 찬양으로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광화문에서, 국회에서, 목포신항에서,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그렇게 외쳤던 팽목항에서, 현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남아 있는 적폐 세력들이 조금이라도 틈을 노리지 않도록 기도해 주실 것을 여러분의 형제자매인 지성이 아빠가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12월 20일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렸다. 문종택 씨는 참석자 250여 명에게 끝까지 세월호 가족과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간이 눈이 내려 한기가 곳곳에 가득했지만, 참석자들은 세월호 가족들이 나눠 준 핫팩과 담요로 몸을 녹이며 예배에 임했다.

지성 아빠 문종택 씨는 세월호 가족들이 진상 규명의 길이 막힐까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4년부터 시작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12월 20일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국면은 지난해와 많이 달라졌다.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됐다. 한 달 뒤 목포신항에 거치되어 선체 수색이 시작됐다. 미수습자 9명 중 4명을 수습했다. 해수부는 1차 조사를 마치고, 정밀 수색을 위해 선체 직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는 세월호특별법보다 더 강력해진 사회적참사특별법을 가결했고, 제2기 특조위가 출범했다. 12월 15일에는 '4·16 정신을 계승한 도시 비전 수립 및 실천에 관한 기본 조례안(416조례안)'이 안산시의회에서 찬성 10표, 반대 9표로 통과됐다.

하지만 3년 넘게 싸워 온 가족들의 상황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참사를 기억하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계획된 416생명안전공원은 아직 국무조정실에 계류 중이고, 희생자 304명은 모두 흩어져 있다. 사회적참사특별법도 야당 반대로 자칫 무산될 뻔했다. 가족들은 또 한 번 국회에서 농성을 벌여야 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가족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위 사진)는 성탄이 기원 전과 후를 가르듯, 416 참사 전과 후를 가르기 위해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대표 기도를 맡은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유가족은 참사 이전처럼 성탄절을 마냥 기뻐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십자가에 매달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들을 먼저 보내고 마리아는 또 얼마나 몸부리치며 통곡했을까 하는 생각에, 예수님의 탄생 또한 당신에게 이유를 따져 묻게 됩니다. 왜 그리도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겪으면서까지 이 땅에 오셨어야 했습니까. 왜 불완전한 이 땅을 엎지 않으시고,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저희 곁에 오셨습니까.

대통령이 바뀌고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한곳에 모이지 못한 아이들 생각에 얼마나 마음 졸이는지, 험악하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두려운지, 주님 다 아시는 거지요. 참사 이후 가족들만큼이나 힘들어했던 많은 국민의 마음도 주님 아시는 거지요. 그 믿음으로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성탄이 기원 전과 후를 가르듯, 저희는 416 참사 전과 후를 가르기 위해,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주님이 보내 주신 많은 이들과 함께 하나님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세워지고 모든 생명이 귀하게 여김을 받는 참평화의 세상이 속히 이뤄지도록 저희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설교는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가 전했다. 그는 '왜 아기 예수는 비방받는 자의 표증이었는가'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만약 지난겨울 촛불 혁명이 없었다면 오늘은 본래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 박근혜 이들과 유유상종한 그 누구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끔찍한 날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촛불 혁명의 동력이자 토대였던 세월호 유족의 고통과 수고에 머리를 숙입니다"고 말했다.

"세월호 아이들이 이 땅 대한민국에 멈춰 선 하늘의 별이 되었고, 비난의 표증이던 유족들이 촛불 혁명의 기적을 이 땅에 선사했습니다. 누구의 어머니요, 아버지였던 그들. 그러나 그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 유족들의 아프고 지난한 저항이 이 백성들에게 큰 위로를 선사했습니다. 2017년 성탄은 세월호 성탄이라고 앞으로 불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방받는 자의 표증, 그것은 바로 예수였고, 세월호 유족들이었고 그리고 아이들이었습니다.

세월호는 사회적 병폐를 파헤치고 우리들 양심을 찌르는 아픈 칼이 되었습니다. 비난받고 조롱받던 3년 남짓한 기간, 세월호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버텨 왔는지 우리가 어찌 가늠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조롱과 비난이 거짓된 위로를 벗겨 내고 진실된 구원을 이 땅에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죽음과 유족들의 고통이 너무 죄송스럽게도 우리의 위로이자 구원이며 축복이 됐습니다. 너무 죄송하고 슬픕니다. 동시에 너무 고맙습니다."

이정배 교수는 아이들의 죽음과 유족들의 고통이 우리의 위로이자 구원이며 축복이 됐다며, 2017년 성탄은 세월호의 성탄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함께 성찬을 나누며 서로 다짐했다. "주님, 우리가 기억합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과 참석자들은 예배 마지막 순서로 성찬을 나눴다. 집례를 맡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우리는 죽기 위해 이 땅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품에 가 안겨 있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성찬의 식탁은, 먼저 간 아이들을 고이 품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빵과 잔을 나누며 서로에게 고백했다. "주님, 우리가 기억합니다. 주님, 우리가 기억합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내년 창립을 계획하고 있는 416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한다.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 추모 시설을 운영·관리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피해자 심리·생활 안전을 지원한다. 설립 기금 약정은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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