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본주의와 씨름하다> / 김영배 지음 / 북크크 펴냄 / 1만 4,500원

<교회, 자본주의와 씨름하다>(북코크)라는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교회나 책에서 두 주제를 같이 다루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까요. 자신의 적이 누군지조차 몰라 엉뚱한 것과 싸우는 교회의 실상 앞에 저자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죄악이 넘치는 이 시대에 왜 자본주의를 운운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왜 이 주제를 꺼내드는지 알기 위해 자본주의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정의를 들어보겠습니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돈이 주도하는 사회, 자본주의적인 것은 어느 영역에서든 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기꺼이 따르는 경향 혹은 풍조"라고 정의합니다. 성경적 관점으로는 방향성의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을 내어놓았으며 삼위일체의 인격에서 인간을 내어놓은 것 같이 성경이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라는 자아에서부터 밖으로 흘러 나가는 타자 중심적 움직임입니다. 그에 반해 자본주의는 자아의 확장, 개인의 풍요를 위해 동식물, 자연, 이웃과 모든 피조 세계가 자본주의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에덴동산의 자본주의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이유, 비정규직 비율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 또 일에 쫓기다 사고를 당하는 이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돌볼 여유가 없는 이유, 바로 자본주의가 우리 삶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모범이신 예수는 뭐라 말했나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부자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쉽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라이벌로 맘몬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부자 청년에게 재산을 다 팔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샬롬의 하나님나라 그리고 예수와 대척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기독교로부터 자본주의를 떼어 내어 상대화하려 합니다. 초반의 챕터들에서 자본주의의 역사와 종교개혁, 청교도 운동 간의 관계 속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며 기독교와 자본주의가 한패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상대화하는 것, 즉 이 세대와 이 땅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영적 전쟁만 외쳤지 그 상대는 모호했던 현실 앞에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구체화해 주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그저 자본주의가 적이니 대항하자는 말로 끝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심각히 장악하고 있는 네 영역(금융, 광고, 시장, 테크놀로지)을 소개하며 그들의 주도권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추상적 저항을 넘어 현실적 움직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눈여겨볼 만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욕망을 다룹니다. 결국 자본주의의 핵심에는 개인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욕망이 자본주의의 탈을 쓰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와의 씨름은 내 안의 욕망을 날마다 죽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서 하나님나라의 원리로 끊임없이 돌아서는 '회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저물어 갑니다. 축하는커녕 개혁의 필요성만 확인하게 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 우리가 등에 업고 있었던 것이 십자가가 아니라 자본주의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적과의 동침을 멈추고 씨름판으로 올라가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박예찬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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