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인권센터가 12월 7일 '2017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교회협 인권센터는 세계인권선언일(12월 10일)을 맞아 그해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한 사람 혹은 단체를 선정해 인권상을 수여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올해 수상자로 부당 해고 934일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한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를 선정했다.

교회협 인권센터는 인권상 시상과 함께 '2017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양심수 석방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정부 △비정규직 노동 철폐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소수자 존중하는 사회 △하나님 주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가 되도록 함께 기도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은 인권선언문 전문.

[2017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1:27)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엄한 존재로서 하나님이 주신 인권은 평등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우리 그리스도 교회는 모든 이를 자매와 형제로 여기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며 섬김의 삶을 보여 주셨고 우리는 이를 본받아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2017년 우리 사회는 1,000만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외치는 평화의 함성으로 민주 정부를 수립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권력과 자본을 숭상하는 낡고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낡은 시대를 벗어 버리는 일은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인권이 존중받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1.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많은 시민들이 이윤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 다짐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탄생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람을 가볍게 여기는 자본의 탐욕'과 '무책임하고 무능한 권력'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고통당하는 이웃을 배제하고 편을 가르는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보았습니다. 세월호를 외면하는 '교회의 사랑 없음'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잘못을 회개하고 바로 잡아서 생명과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를 이루어 가도록 기도합니다.

2. 양심수를 석방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불법과 편법, 부패와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였습니다. 집회 결사의 자유와 생존권을 요구하는 인사들을 구속했습니다. 인권을 탄압하던 정부는 탄핵 당하였습니다. 이제,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모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합니다.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구속된 이석기 전 국회의원 등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는 데에서 진정한 개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지켜 주는 정부로 바로 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한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온 국가정보원의 적폐를 도려내고 개혁해야 합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권력자의 시녀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의 인권을 지켜 주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3. 비정규직 노동이 철폐되고 노동자가 존중받기를 기도합니다.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풍토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시간 노동과 정리 해고 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불황과 부실 경영의 결과는 모두 노동자들이 떠맡아야 할 책임이 되었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비정규직 노동을 철폐하라!'는 절규를 이제 멈추게 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새 시대의 핵심적 과제입니다.

4. 사회의 약자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지금은 '혐오'의 시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름'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자격'을 부여받았기에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아닙니다. 자격이 있어서 존중받는 것도 아닙니다. 소수자의 인권은 그 어느 것보다 먼저 보호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무지와 안락을 위하여 혐오하고 차별하는 문화에서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5.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존중하는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한국교회는 낡은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교회는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을 전하는 일에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의 아픔을 보듬고 오로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존중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권에 취하지 말고, 물질을 좇지 않으며, 세상 앞에 겸허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 것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양심수는 전원 석방되어야 합니다.
2. 비정규직 노동을 철폐하고 부당 해고된 이들은 복직되어야 합니다.
3.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은 적극 보호받아야 합니다.
4.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합니다.
5.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생명을 사랑하며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사람들의 외침이 하늘의 음성이 되어 세상을 바꾸어냈습니다. 교회는 하늘의 음성에 귀 기울여 인간의 존엄이 실현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 일에 인권센터도 계속해서 한국교회와 함께 새로운 사회의 역사적 사명 앞에 헌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2017년 12월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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