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구 감독회장 선거 참모가 선거운동 시절 작성한 '돈 봉투 살포 리스트'가 공개됐다. 선거를 앞두고 170여 명에게 5,700만 원가량을 뿌린 것으로 나와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이 또다시 금권 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감독회장 선거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됐다.

이 자료는 지난해 감독회장 선거 당시, 후보였던 전명구 감독의 선거 참모 오 아무개 장로가 정리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람 이름과 소속 지방·교회, 전달 날짜와 금액이 명시돼 있다.

<뉴스앤조이>가 자료에 나오는 명단과 통장 사본, 각종 사실 확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70여 명(중복 포함)이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돈 봉투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 봉투를 2회 이상 받은 이도 40명이 넘었다. 2016년 5월 16일부터 선거일인 9월 27일 전까지 총 5,670만 8,000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온다.

자금 출처는 전명구 감독회장이 담임했던 '대은교회'로 되어 있다. 대은교회에서 오 장로에게로 한 번에 200만~300만 원씩 흘러갔다. 돈이 소진되면 다시 채워지는 식이었다. 오 장로는 이 돈으로 연회를 돌아다니며 선거권이 있는 장로들에게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가 실제 전명구 감독회장이 당선하는 데 기여했는지 분석한 자료도 나왔다. 이 자료를 작성한 오 장로는 서울남·동부·남부·충청·호남선교연회를 맡아 선거인단을 만나고 다녔다. 이 연회들에서 예상 득표보다 245표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전명구 감독회장은 2,587표를 얻어 당선됐다. 2위 이철 목사와 불과 120표 차이였다.

이 자료는 오 장로가 맡은 구역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장로 선거인들을 대상으로는 오 장로와 김 아무개 장로 두 명이 구역을 나눠 활동했다. 김 장로가 쓴 금액과 목사 선거인들을 대상으로 활동한 선거 참모가 몇 명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이 살포한 금품의 규모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면, 전명구 감독회장은 직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 충청연회 감독
"30만 원, 100만 원 봉투 전달" 자인
선거 돕는 대가로 아들 목회지 알선

자료에는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직접 금품을 받아 선거인들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있다. 전 충청연회 감독 이성현 목사가 쓴 '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이 목사는 2016년 3월 12일 천안의 한 일식집에서 당시 감독회장 후보였던 전명구 감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감독은 현금 30만 원짜리 봉투 25개와 100만 원짜리 봉투 3개를 이성현 목사에게 전달했다. 충청연회 각 지방 대표들(선거권자들)에게 선거를 도와 달라는 명목이었다. 이 목사는 이 봉투를 받아 선거권자들에게 나눠 줬다고 진술했다.

이성현 목사는 12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도, 사실 확인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했으며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앞서 2016년 2월 24일, 전명구 목사는 이성현 목사에게 약정서 하나를 작성해 줬다. 약정서에는 "이성현 감독님의 모든 협력에 감사드리며 교역자 목회지 두 곳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적혀 있다.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이성현 감독 아들의 임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전명구 감독회장과 이성현 목사의 관계는 선거 이후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금권 선거 자료에는, 올해 9월 전명구 감독회장과 오 아무개 장로가 나눈 대화 녹취록도 포함돼 있다. 전 감독회장은 "이성현이 뭐 그거 갖고 설쳐? 지가 '날 주면 알아서 한다'고 해 놓고"라고 말한다. 이성현 목사가 자신에게 돈을 주면 알아서 한다고 해서 이 목사에게 돈을 준 것이지, 자기가 직접 선거인들에게 돈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폭로의 내막
여교인과 불륜으로 출교된 윤동현 씨,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재판 무효' 요구
미온적 반응에 소송 및 자료 공개

이 자료는 12월 6일, 전국 감리회 전현직 감독들에게 발송됐다. 자료를 보낸 사람은 인천연희교회 전 담임목사 윤동현 씨. 윤 씨는 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뉴스앤조이>를 통해 알려지면서 교단에서 출교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윤 씨는 교단에서 불의한 재판을 받았는데 감독회장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금권 선거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이 자료를 연희교회 담임 시절 교인이었던 오 장로로부터 건네받아 법원에도 제출하는 한편, 감리회 전현직 감독들에게도 발송했다.

윤동현 씨는 자료와 함께 '나 같은 목사가 없어야'라는 제목의 편지도 첨부했다. 그는 "불의한 교회 재판에 대해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감독회장과 감독에게 청원하였지만, 오히려 사회 재판의 진행을 늦춰 가면서까지 기간을 연장해 (담임자를) 직권 파송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했다.

또 "시골에서 목회하며 소박한 꿈을 꾸며 달려온 목사로서의 한계를 느끼면서, 교단의 영적 지도력과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해결하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불법 선거 증거를 공유한다"고 했다.

윤동현 씨는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자신의 교단 재판을 무효로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회장과 오 장로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면, 전 감독회장이 "장로님, 내가 윤동현을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묻자, 오 장로는 "지금 '재판한 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감독)회장님은 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라고 되묻는다.

즉,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윤동현 씨를 출교한 교단 재판을 무효로 해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전 감독회장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를 거절한 것이다. 전 감독회장은 오 장로에게 "내가 해 줄 수 없는 것을 요구하니까 못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회장은 오 아무개 장로와의 대화에서 "내가 나눠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실제 전명구 감독회장은 윤동현 씨를 도우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 감독회장은 9월 말, 윤 씨의 출교 판결 무효 확인 소송의 연기를 신청하면서 "(교단) 재판 기록을 살펴본 결과, 1심과 2심에서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교단 재판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교단이 원고가 되고 윤동현 씨가 피고가 된 명도 소송도 취하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이 때문에 출교된 윤 씨를 감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전명구 감독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윤동현 씨는 가지고 있던 전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의혹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자료 공개에 앞서, 윤 씨는 10월 10일 전 감독회장을 상대로 감독회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리회 본부 관계자는 "윤동현 씨가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를 공개했다고 해서, 출교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도 잇따라 교단의 재판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교단 판결을 무효로 해 달라는 재판은 1심에서 교단이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은 대법원이 12월 8일 윤동현 씨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인천연희교회 교인들은 지난 10월, 입법의회가 열리는 천안 하늘중앙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전 감독회장이 교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윤동현 씨를 두둔한다는 이유였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꼬리에 꼬리 무는 '돈 선거' 의혹
사실 확인 시 당선 무효 및 회원권 정지
전명구 감독회장, 금권 선거 부인

전명구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전 감독 선거 캠프에서 연회·지방 소집책들을 만나 30~50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금을 돌돌 말아 악수하면서 건넸다는 증언도 있다.

만일 이와 같은 금권 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명구 감독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감리회 감독·감독회장 선거법은, 후보자가 금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나면 당선을 무효로 하고 1년 이상의 정직과 2년 이상 5년 이하 회원권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금권 선거 의혹에 자세한 답을 꺼렸다. 그는 12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다른 말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법으로 갔으니 법으로 밝혀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전 감독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는 금권 선거를 부인하고 있다. 전 감독회장 측은 "(금전출납부는) 누가 어떠한 과정에서 작성한 것인지 확인이 어렵고 임의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발언도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자인하지도 않았다"고 썼다.

한편, 전명구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자료를 모은 오 장로는 10월 중순 "내가 자비로 사용한 돈을 허위로 과장해 금전출납부 형식으로 정리했고, 감독회장과의 녹취도 유도한 것"이라는 자필 확인서를 작성했다. <뉴스앤조이>는 오 장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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