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최근 서울동남노회에 미자립 교회 지원금 1억 8,000만 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김하나 목사)가 최근 서울동남노회에 미자립 교회 지원금 1억 8,000만 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김수원 위원장)는 12월 9일 성명을 발표해 "노회 파행 사태 당사자가 현금을 나누는 행위는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노회원을 회유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동남노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는 12월 8일 회의를 열어, 명성교회가 출연한 기금으로 노회 내 60개 교회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지원금은 노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에 신청해서 받은 금액이다. 명성교회는 기금만 출연하고 배분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일임했다. 위원들이 미자립 교회를 위주로 지원 대상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서기 김성곤 목사(열린교회) 주재로 열렸다. 위원 6명 중 4명이 참석했다.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목사부노회장이 당연직으로 겸하지만, 김동흠 전 목사부노회장은 지난 73회 정기노회 파행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사임해, 현재 위원장이 부재한 상태다. 위원 6명은 시찰장들로 구성하는데, 시찰장 2명은 현재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를 인정하지 않아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지원 대상에 포함된 하남시찰회 A 목사는 "명성교회가 '어디에 썼는지 묻지 않을 테니 어려운 교회를 위해서 써 달라'면서 돈을 보냈다는 말을 시찰장에게 들었다. 그동안 노회 안에는 명성교회가 어려운 교회를 잘 돕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이번 세습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덕시찰회 B 목사는 "시찰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지원 계획을 통보받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어려운 교회 목사님을 위로 차원에서 300만 원씩 보조하기로 했으니 계좌번호를 보내 달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번 지원 대상 중에는 지난달 서울동남노회 세계선교부(이대희 부장)가 불법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 생활비 지원를 중단한 안대환 목사(새하늘교회)도 포함돼 있었다. 안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성곤 목사가 전화로 지원 계획을 통보했다. 명성교회가 보조금을 내놓았으니 받으라고 하더라. 나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하나 목사가 먼저 할 일은 이런 게 아니라 노회원을 설득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후원은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동남노회 목사가 시찰장에게 받은 문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비대위, 명성교회·서울동남노회 비판
"명성교회가 할 일은 지원 아니라 회개"

명성교회 미자립 교회 지원금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대위는 12월 9일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명성교회가 교회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한 일이라면 감사한 일이지만, 여러 노회원은 고마운 마음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공감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현재 명성교회가 할 일은 현금 지원이 아니라 회개라고 했다. 이번 지원금은 노회원을 돈으로 회유하려는 시도로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가난하지만 바른 영성으로 살아온 목회자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또 비대위는, 한 부서에는 지원을 중단하고 다른 부서에는 지원을 계획하는 서울동남노회에 이율배반적 작태를 당장 멈추라며 외국인 선교 교회 생활비 지급 중지를 풀라고 요구했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회가 명성교회 보조금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동남노회는 73회 정기회에서 명성교회 김하나 청빙안이 통과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 "어려운 교회 많아
시기 가리지 않고 도와야"

명성교회는 노회 임원회가 보조금을 요청했기 때문에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교회가 어려운 이웃 교회를 위해 구제와 봉사 활동을 매년 해 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비 등 많은 재정이 필요할 시기여서 지원금을 내놓았다"고 했다. 

돈으로 노회원을 회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교회가 서울동남노회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 있는 교회들을 돕고 있다. 왜 서울동남노회 지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다. 노회 안에는 재정난으로 힘들어하는 교회가 많다.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