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사당동 길목 사이 언덕, 까치고개로 불리는 이곳 위에 큰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5층짜리 건물 꼭대기에는 노란색 십자가 두 개가 견고하게 서 있다. 언덕 위에 있다 보니 멀리서도 교회 건물과 십자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972년 봉천동 판자촌 천막 교회로 출발한 해오름교회(최낙중 목사)다.

해오름교회는 최낙중 목사가 개척했다. '해 같이 빛나는 교회를 통해 어둠을 파하고,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게 하겠다'는 취지로 교회 이름을 '해오름'이라고 지었다. 교인 8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와 함께 교계에서 최 목사의 지위도 올라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총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 목사는 저서 <하나님의 지우개>(영성네트워크)에서 "오늘날 내가 목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부흥회를 인도하며 교회를 개척하여 수천 명의 성도를 섬기게 된 것은 하나님의 지우개에 의한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교인들 반대에도 둘째 아들 청빙 예정
"청빙은 당회 권한, 교단에 세습금지법도 없어"
청빙 부결되자 "이것은 나에 대한 불신임"

예장대신 총회장을 지낸 최낙중 목사가 둘째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낙중 목사는 45년간 해오름교회를 이끌어 왔다. 은퇴를 앞두고 세대교체를 준비 중인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최 목사는 올해 71세다. 주요 교단은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예장대신은 헌법에 "교회 개척자에 한 해 최대 3년 더 시무할 수 있"게 해 놨다.

최 목사는 자신의 후임으로 둘째 아들을 택했다. 첫째 아들도 목회를 하고 있지만,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신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둘째 아들은 2012년 10월, 해오름교회 선교 담당 목사로 부임했다. 2년 뒤 '동역목사'가 됐다.

해오름교회는 지난 1년간 두 번에 걸쳐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교인 투표를 실시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첫 투표에서 안건은 20여 표 차이로 부결됐다. 예장대신 교단 헌법을 보면, 위임목사가 되려면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 출석 회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교회는 술렁였다.

해오름교회는 6개월 뒤 공동의회를 열었다. 당회는 이번에도 최 목사의 둘째 아들을 담임목사로 지목했다. 5월 28일 공동의회에서 투표가 진행됐고, 안건은 7표 차이로 부결됐다. 최낙중 목사는 불편한 심경을 교인들에게 그대로 토로했다. "이것은 나에 대한 불신임이기도 하다."

담임목사와 당회가 추천한 인물이 두 번이나 불신임을 받았다. 교회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두 번째 공동의회 이후 최근까지 교회는 뒤숭숭하다. 누구도 담임목사 청빙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동시에 적잖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소문이 피어올랐다.

교인들은 세습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회의 일방적 청빙 작업에 불만을 제기했다. 교인 A는 "담임목사 아들을 청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제재하는 교단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쉬운 점은 꼭 담임목사 아들이어야만 하는가. 다른 목사도 후보군에 넣으면 좋을 텐데 아예 그런 시도조차 없다"고 말했다.

교인 B는 "첫째 아들이었다면 이런 식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인들이 왜 (동역목사를) 반대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최낙중 목사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낙중 목사 "DNA 좋으면 아들 세워도 돼, 
둘째 아들 청빙 계획 중"

최낙중 목사의 의지는 확고하다. 공동의회에서 두 차례나 부결됐지만,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 주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낙중 목사는 교인들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담임목사 청빙은 당회의 고유 권한이고, 반대하는 교인들도 얼마 없다고 했다. 12월 3일 일요일 해오름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당회 결의로 아들을 세우려고 계획 중이다. 반대하는 사람도 줄어서 (교회) 분위기도 좋은 상태다"고 말했다.

담임목사 청빙은 개교회 권한이며, 세습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 목사는 "우리 교단법에는 세습금지법이 없다. 세상 어느 교회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인간이 규정한 법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청빙은) 교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 아들 목사한테 하자가 없고, DNA가 좋으면 세워도 된다. 불만을 품고 교회를 떠난 사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두 번씩이나 부결됐는데도 아들을 후임 목사로 청빙할 것이냐고 묻자, 최 목사는 "계획 중이다. 두 번 하다 보니까 지금 거의 다 분위기가 넘어왔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으로 교계가 시끄럽다 보니, 상황을 지켜본 다음 후임 목사 청빙 절차를 다시 밟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최 목사는 '교회가 평안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한때 그리스도인을 핍박했던 바울의 사례를 들며, 과거의 잘못을 돌이키고 회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을 전했다. 교인 A는 "요즘 이런 식의 설교를 주로 한다. 분란을 일으킬 바에야 떠나는 게 낫다거나, 지난 일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는 식이다"고 했다.

장로들, 아들 목사 낙점
"두 차례 부결 큰 의미 없다"
아들 목사 "당회 결정 존중하고 따르겠다"

최낙중 목사는 당회의 권한을 강조했다. 당회가 이 문제에 있어서 똘똘 뭉쳐 있고, 아들 목사 청빙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해오름교회 시무장로는 6명이다. 연락이 닿은 장로 3명은 "당회원 전부 (아들 목사 청빙에) 찬성 쪽이다. 세습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경에 없다. (아들 목사가 돼서) 교회가 은혜롭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교인들 반대로 두 차례나 부결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동역목사로 있는 최낙중 목사의 둘째 아들은 해오름교회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2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사자로서 솔직히 할 말이 없다. 당회 결정을 존중하고 따를 뿐이다. 거기에 내가 하겠다, 안 하겠다 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부결이 났지만, 반대보다 찬성이 많았다. 만약 다음에도 부결이 되면 입장을 표명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으로 한국교회가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세습을 마다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글쎄… 그건 교회에 맡겨야 되지 않나 싶다. 만약 그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 (세습을) 반대하면 법을 따르거나, 떠나면 될 일이다. 나는 여기에 있는 동안 잘 섬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들보다 아버지 목사의 의지는 더 확고하다. 최낙중 목사는 "두 번 부결 났지만 상관없다. 당회가 또 결의하면 된다. 어떤 교회는 다섯 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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