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동서울노회가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에 설교자로 나섰던 노회 소속 목사들을 재소환했다. 노회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다. 동서울노회조사지도위원회(조사지도위·노태진 위원장)는 11월 말, 이남정 목사(바람빛교회)와 정준경 목사(뜨인돌교회)를 불러 경위를 묻고 '사과문'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남정 목사는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했다는 이유로 올해 6월 노회에 출석한 바 있다. 사랑의교회가 노회에 '사역 정상화를 위한 청원'을 올려 강남 예배당 설교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1차 소환 후 6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동서울노회조사지도위는 이번 소환에서 이 글을 문제 삼았다. 이 목사가 노회를 비방했다는 것이다.

조사지도위는 이남정 목사에게, 노회를 비난한 일에 공개 사과하라고 했다. 조사지도위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를 '반대파'로 지칭하며, 사과문에 '반대파' 예배에 참석해 설교했던 것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노회 지도를 잘 따르고 반대파 집회에 가서 설교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시하라고 했다. 만일 이 내용을 위반할 시 노회에게 어떤 치리도 받겠다는 각서도 쓰라고 했다.

이남정 목사뿐 아니라 강남 예배당에서 주일 기도회를 인도한 정준경 목사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조사지도위는 노회가 1차 주의를 줬는데도 또다시 설교했다는 이유로 정 목사를 소환했다.

두 사람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지도위원들이) "사례비를 얼마나 많이 주기에 가느냐. 그 교회 청빙받고 싶어 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했다. 만일 지도를 거부하면 면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신학 공부하느라 몇 년 고생했는데 이런 일로 면직당하면 되겠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두 목사는 노회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사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남정 목사는 기자에게 "목회직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고 했다. 그는 "조사지도위가 상처받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설교한 목사를 면직할 권한이 있느냐. 교회에서 받은 고통과 어디에도 호소할 데 없는 약자를 위해 설교한 목사를 면직하겠다고 겁박하는 조사위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말을 조사지도위에도 했으나 "성자 나셨다"는 식의 답이 되돌아왔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동서울노회가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한 노회 목사들에게 사과문 작성을 요구하고, 다시는 설교하러 가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이남정 목사가 노회로부터 받은 출석 요구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사지도위 "노회 질서 유지"
"목회 윤리적 차원에서도 맞지 않아"

조사지도위 노태진 위원장은 12월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노회 질서 유지와 목회 윤리적 차원에서 지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동서울노회에는 노회 지도를 받는 사랑의교회가 있다. 그런데 그 교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연다. 노회 밖에 있는 목사는 치외법권이라 해도 같은 노회 목사가 그곳에서 설교하는 건 노회 질서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노회에서 문제가 되어 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났지만, 한쪽에서는 '그래도 우리 후배들인데 잘 몰라서 그런 거니 불러서 알아보고 지도해 주는 게 선배들이 할 일'이라고 해서 조사지도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 윤리 차원에서도, 교회 내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른 모임을 하는데 (동료인) 우리 노회 목사가 가서 설교한다고 하면 옳지 않다"고 했다. "자기 교회 비우고 11시 예배를 다른 곳 가서 인도하는 건 하나님 앞에 옳은 일이 아니지 않느냐. 자기 시무할 양떼를 팽개치고 다른 데 가서 사례비 더 많이 준다고 가는지 아니면 선지자적 생각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조그만한 교회에서 상상도 못할 사례비를 받더라. 남들이 보면 그 교회에 청빙받고 싶어서 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돈이나 목회지 때문에 설교하러 간다는 식의 발언은 당사자들이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는 "당사자들에게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위원장은, 이남정·정준경 목사가 계속 지도를 거부하면 후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일은 노회가 결정할 일이지만 재판국을 설치하고 두 목사를 치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개인적으로 두 목사를 아끼고 25년 정도 알아 왔다. 두 목사가 선배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노회에 보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노회가 가만히 있겠느냐. 두 목사에게 (지도를 거부하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으니 유리하지 않을 거다. 아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니까 잘 따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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