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 교인들은 저녁 예배 때, 기습적으로 세습을 강행했다. 이 모습을 타국에서 씁쓸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저렇게까지 세습을 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저렇게까지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뉴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명성교회 교인들을 제외하고는 다 같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소식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것인가.

세습은 하나님의 의를 거스르는 죄

혹자는 말한다. 세습이 아니라, 명성교회의 민주적 합의와 투표를 거쳐 김하나 목사 청빙이 결정됐다고,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명성교회 교인의 기본권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들을 때마다 주님께서 이사야에게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너희가 듣기는 늘 들으라. 그러나 깨닫지는 못한다. 너희는 보기는 늘 보아라. 그러나 알지는 못한다." (사 6:9)

주님은 죄 때문에 완악해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눈이 멀고 귀가 닫힌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신다. 그리고 이사야 선지자를 보내지만, 그들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습이 아니라고 하는 교인들 태도도 비슷해 보인다. 아무리 진리를 가르쳐 주어도 욕심 때문에 눈이 멀고 귀가 닫혀서 알지 못한다. 그들 생각에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판이다.

세습을 죄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의 의를 거스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 정의(츠다카)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과 진리를 따라 이 세상의 피조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으실 때, 사용하는 말이다. 흔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의가 상했다'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의는 관계적 용어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의를 거스른다는 말도,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하나님이 본디 의도하신 올바른 관계를 깨뜨린다는 의미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는 하나님이 하나님의 자리에 계시는 것이며 인간은 인간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리가 한낱 피조물이나 어떤 사물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죄라고 말한다. 우상숭배와 탐욕이 대표적인 가시적 모습이다.

명성교회는 누구의 교회인가

명성교회 세습의 현주소는 여기 있다. 명성교회를 좌지우지하는 의사 결정 구조, 돈의 사용 방식, 강단의 권위, 이 모든 것이 김삼환 목사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는 명성교회 안에서 성경보다,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명성교회의 대부분 교인이 세습을 찬성하는 것은 김삼환 목사의 말 때문이지 않은가. 또한 김삼환 목사 개인이 카리스마적 권위로 명성교회를 계속 유지해야만 하기에, 그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누군가가 와야만 한다. 그가 바로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다.

결국 명성교회는 누구의 교회인가. 김삼환 목사가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교회이다. 그 자체가 죄다. 그가 계속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 세습이 필요한 것뿐이다. 이것이 명성교회 세습을 그 교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보기에 눈살을 찌푸려지는 이유다. 하나님의 의를 거스르는 죄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 사태가 하나님의 의를 거스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두 번째 측면인 인간과 인간의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평등하고 공정하며,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히 여김받는 관계다.

누구라도 하나님의 형상답게 존귀하게 다루어지며 귀하게 여김받는 곳, 어린아이 같은 자들, 세리와 창녀조차 하나님의 형상으로 여김받고 회복되는 곳이 하나님의 의가 지배하는 천국이다. 예수님께서 이 천국의 모델로 교회라는 주님의 공동체를 세우셨다. 교회는 사람들이 이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대접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는 종말론적 공동체다. 천국의 모델인 셈이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국의 모델인 교회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약육강식, 강한 자만이 승리하고 가진 자들이 더 가지고 약자들에게는 기회조차 돌아가지 않는 세상의 모습이다.

김하나 목사는 이미 김삼환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지금까지 많은 부를 누려 왔다. 미국 유학과 박사 학위, 일반 신학도가 꿈꿀 수 없는 특권을 밟아 왔다. 그 이후에 새노래명성교회라는 큰 규모의 교회 담임목사로 간 것도 평범한 목회자가 꿈꿀 수 없는 특혜였다. 이제는 더 나아가 특권적인 자리, 예장통합 교단의 가장 큰 교회 담임목사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졌다고 기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상적인 방식, 강자들이 더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방식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이 세습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잃게 만들고 박탈감을 느끼게 하며 절망스럽게 한다. 하나님의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체가 이를 두고 투표라는 민주적 합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세속적이고 탐욕적인 가치를 따라 진행한 일이다.

명성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가치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가난한 자들을 들어 올리고, 부자를 내어 치시며, 이 세상에 어그러져 있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가(눅 1:52). 그분은 선포하셨다. "지금 가난한 자들은 복이 있지만, 지금 배부른 자들은 화가 있다"고(눅 6:20, 6:24).

또한 그분이 가시는 곳에는 부와 권력의 재분배가 일어났다. 세리 삭개오는 자신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어부, 세리, 창녀, 여인은 예수님의 사도와 제자가 되는 놀라운 상승을 경험했다. 사도행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대교회 제자들은 자기 소유를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본들이 숱하게 행했고(위로의 아들 바나바와 같은), 사도들과 전도자들은 선교를 위해 가난과 고난을 자처하여 낮은 곳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는 구원이다. 하나님이 인간 앞에 주인이 되시고, 돈과 권력과 각종 허수아비 같은 우상이 힘을 잃고, 그분의 사랑 앞에 모든 인간이 존중히 여김받고, 하나님의 형상인 가난한 자들과 부자들이 하나가 되는. 하나님의 의란 그런 것이다. 지금의 명성교회 세습은 이런 하나님의 의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거스르고 계속해서 우상을 붙들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불법을 묵인한 장본인들

이 세습 사태에서 사실 명성교회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 준 곳이 있다. 이 세습을 승인한 서울동남노회와 세습을 묵인하고 용인한 총회다. 그들은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위치, 권위의 자리에 앉은 자들이다. 이미 서울동남노회 일부 목사와 장로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불법 임시 노회를 구성해 임원을 세우고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켜 세습을 승인했다.

이 사태를 바라보며, 총회는 이것을 바로잡을 책임과 귄위를 있는데도 명성교회의 힘과 권력 앞에 침묵하고 있다. 총회 재판국은 교인의 기본권이라는 이유로, 총회의 세습방지법을 무시한 채 세습을 용인해 주었다. 바른 재판을 굽게 만들고, 불법이 성문 안으로 들어오도록 만든 장본인들이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구약성경에 하나님의 의, 공의(츠다카)와 항상 짝지어 나오는 단어가 있다. 정의(미쉬파트)라는 단어다. 정의란 재판 용어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문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노력을 가리킨다. 사기를 당하거나, 토지를 빼앗겼을 때, 당사자와 증인들은 재판장과 장로들에게 판결을 청한다. 판결 책임을 맡은 재판관은 하나님의 말씀, 토라(율법)에 따라 판단한다.

이 모든 과정을 정의를 이룬다고 말한다. 정의(미쉬파트)는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 재판 책임이 있는 권위자들이 함께 이루어 나가는 노력인 셈이다. 고로 하나님의 정의(미쉬파트)가 있는 곳에는 공의(츠다카)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역사는 백성들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얼마나 잘 이루어 가는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정의를 강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물같이 흐르게 하는가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열쇠였다. 이에 실패한 이스라엘은 앗수르와 바벨론이라는 세속 국가 앞에 멸망했으며,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정의와 공의의 열매를 맺는 것에 실패하고 포학과 부르짖음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에 탄식하고 울부짖으셨다(사 5장).

결국 정의를 바르게 판단하는가가 이스라엘에게, 특별히 권위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였다. 명성교회 세습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공의를 거스르는 사태를 바로잡고 정의를 이루어야 할 책임을 가진 이들이 침묵하고 용인하는 것에 쓰라린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은 총회의 지도자와 재판국, 이 사태를 해결할 책무를 가진 임원, 목사들과 장로들이다. 재판을 굽게 만드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거나 침묵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그리스도인들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를 각자 자리에 두신 이유이다.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권위자들은, 주님의 엄중한 명령과 말씀 앞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거스르는 명성교회 세습 상황 앞에서, 자신의 책무를 잘 감당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보다 더 크지 않은 명성교회 앞에 무릎 꿇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자신의 책무를 감당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망가진 포도원처럼 된다. 그뿐 아니라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엄중한 경고를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될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 5:13)

이미 한국교회는 소금으로서 맛을 잃어 가고 있으며,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미 한국교회의 타락상, 지도자들과 사회 각층 그리스도인의 모습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욕을 먹어 가며, '개독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대형 목회자들의 타락과 더불어 명성교회 이후에 다른 교회들의 세습은 계속해서 진행되는 중이다.

이 시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명성교회 세습을 묵인하고 용인한다면, 더 이상 우리는 주님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주님의 거룩한 이름을 우리가 땅에 떨어뜨리고 있으며, 기독교 선교의 기회를 가로막고 교회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

명성교회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이 명성교회 세습을 보며, 주님 앞에서 우리를 엄중히 돌아보고 회개하며 우리가 행해야 할 바를 행하고 열매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삼환 목사를 비롯한 명성교회 교인들과 김하나 목사에게, 세습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주님 앞에서 회개의 열매를 맺으며 교회가 하나님의 주인이 되시도록 그 자리를 내어 드리길 부탁하는 바이다. 세습을 철회한다면 명성교회가 살 것이며, 하나님의 의를 거스르는 그 완고한 뜻을 고집한다면 주님 앞에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와 재판국 및 주요 임원분들에게, 하나님 앞에서 주어진 엄중한 권위, 하나님의 의, 공의에 따라 올바른 것을 판단하고 재판할 책무를 저버리지 않고 이 세습을 세습방지법에 따라 바로잡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서울동남노회의 불법 파행과 임원 선출, 불법 투표를 바로잡고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무효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주님께서 재판장들과 장로들에게 원하시는 정의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세습이라는 포학과 부르짖음의 열매가 교단에 들어와 죄가 지속하도록 문을 열어 준다면 주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바로잡는 것이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많은 분이 성명을 내고,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데 감사하는 바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의를 이루고, 정의를 모두가 함께 이루어 가는 노력은 어느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우리 모두 기도하면서 함께 총회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행동하여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경혜수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목회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2005학번,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106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군목으로 목회했다. 현재 미국 선교 단체에서 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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