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1년 이전 기사를 검색하기 원하시면 + 버튼을 눌러 주세요.
분열의 역사를 넘어 공존하는 교회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광주 양림동과 세 양림교회
  • 이근복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12.01 15:43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양림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종교개혁 500주년에 명성교회가 자행한 비성서적이고 불법적인 부자(父子) 세습에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분열의 상처를 싸매고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간직한 채 지역사회를 잘 섬기는 광주의 세 양림교회를 그리며 위안을 받았습니다.

구한말, 전라남도 광주 양림동의 유림들은 개방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선교사를 통해 신문화를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뛰어난 문화 예술인을 많이 배출했으며, 교회는 민족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이곳에 유진 벨(Eugene Bell, 1868~1925) 선교사에게 뿌리를 두고 있는 세 양림교회가 있습니다. 이름을 같지만 1953년, 1961년 두 차례 분열해 교단이 다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 속한 양림교회 예배당은 고색창연한 벽돌 건물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 속한 양림교회 예배당은 현대식으로 건축됐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양림교회 예배당은 언덕에 성처럼 서 있습니다.

1997년 이후부터는 해마다 10월에 세 양림교회가 돌아가면서 연합 찬양 예배를 열고 세 교회의 목회자가 강단을 교류합니다. 봄가을에는 세 교회 장년부가 함께 양림동 선교사 묘역과 그 주변을 청소하고 돌본다고 합니다. 분열의 역사를 넘어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예장통합 양림교회 마당에는 오웬기념각이 있는데,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오웬(Clement C. Owen, 1867~1909)을 기념하며 세운 이곳에 광주 역사상 첫 번째로 거행한 문화 행사가 많았습니다. 오페라, 독창회, 연극이 처음으로 열려 신문화의 발상지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 속한 양림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양림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동산에는 "당신들은 죽음으로써 살았습니다"라고 적힌 선교사 묘역이 있습니다. 여기 묻힌 스물두 명은 교육·의료·사회봉사뿐 아니라 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증인이었습니다.

'조선의 테레사'라고 불렸던 서서평(徐舒平, Elisabeth Johanna Shepping, 1880~1934) 선교사 일생을 그린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2017)를 몇 달 전에 보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한일장신대학교를 세우고, 여전도회를 조직했으며, 대한간호협회를 창립해 국제간호협의회에 가입하게 한 여성이었습니다. 묘지의 사진을 보면 가냘픈 모습입니다. 1934년 풍토병과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날 때, 남루한 침실에는 반쪽짜리 담요와 동전 몇 개 그리고 강냉이 두 홉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자신을 비우며 사랑으로 헌신했던지, 광주 최초 시민장으로 거행한 장례식에 수많은 한센병자와 가난한 사람이 참석해 서서평 선교사의 마지막 길을 애달파했습니다. 선교사 묘원 아래 있는 수피아여자중학교·수피아여자고등학교는 3·1운동과 여성운동 본거지로서 광주학생항일운동 당시 무기 휴교를 당했고, 신사참배 반대 운동으로 폐교되는 등 민족의 고난에 동행했습니다.

양림동 거리 건물 벽에 있는 '최후의만찬-양림'이라는 대리석 조각품은 조금 어설퍼 보이지만 인상적입니다. 양림동이 낳은 대표 인물들을 재조명하려고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본떠서 만든 작품입니다.

'빈민 운동의 아버지' 최흥종 목사는 포사이드(Wiley Hamilton Forsythe, 1873~1918) 선교사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받아 한센병자들의 친구이자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3·1운동 주도해 옥살이하고 광주YMCA를 세우고 여수 애양원, 소록도 자혜의원에서 활동하면서 작은 예수로 살았습니다. 조아라 여사는 수피아여자고등학교 시절 광주학생항일운동을 벌였고, 광주YWCA를 섬기다가 5·18민주화운동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한 일로 옥살이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항일 투쟁하면서 작곡 활동을 했던 '중국 3대 음악가'로 불리는 정율성 선생, 고독의 시인 김현승(아버지 김창국 목사는 양림교회 목사를 역임했습니다), 유진 벨, 서서평 등 열두 명이 예수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사회적 영성이 광주를 예향과 민주주의 성지로 태어나게 한 뿌리가 아닐까요.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첫째 주, 셋째 주 금요일)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목사,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근복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line 지역 주민과 교인이 함께 지은 예배당 지역 주민과 교인이 함께 지은 예배당
line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line 갈등·반목 넘어 용서·화해 공동체로 갈등·반목 넘어 용서·화해 공동체로

추천기사

line "다비데 목사 지시로 대출받아 헌금"
line 페미니즘과 기독교는 어떻게 다른가 페미니즘과 기독교는 어떻게 다른가
line 염안섭 원장이 에이즈 환자 '7만 번' 볼 때 생긴 일들 염안섭 원장이 에이즈 환자 '7만 번' 볼 때 생긴 일들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