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 재학생과 동문들이 명성교회 사태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세습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총 34기수가 장신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습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연서명 인원이 1,000명을 넘어섰고, 11월 28일 오전에는 이 성명서가 명성교회에 전달됐다.

신학생들은 11월 14일 장신대 미스바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 500명 이상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매일같이 장신대 미스바광장에서 세습 반대 및 철회 기도회를 열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을 개교회 문제가 아닌 교단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 자리에 앉아 세습은 완료된 상황이지만, 신학생들은 이를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11월 28일에는 장신대 소양주기철기념관에서 '명성교회 세습 사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여학우회, 목회연구과정 학우회·여학우회와 명성교회세습반대를위한신학생연대가 주관했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100명 넘는 학생이 참석했다.

11월 28일 장신대 학생들이 주최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장신근 교수, 조병길 집사, 임희국 교수, 양희송 대표가 패널로 나와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먼저 명성교회를 26년간 다녔던 조병길 집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11월 19일을 끝으로 명성교회를 떠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11월 19일 주일예배에 참석해 참석 인원을 세어 봤다고 했다. 1부부터 5부 예배까지 사진을 찍어 참석 인원을 일일이 세어 보니 1만 9,500여 명이 되더라고 했다. 교회는 그날 예배 참석 인원을 3만 1,000명으로 보고했다.

조 집사는 명성교회 교세가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후계 구도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교인 정체 및 감소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 예로 원래 매년 1월 첫째 주 조직 리더를 발표했는데, 2014년부터는 1월 둘째 주, 셋째 주로 밀리고 있다고 했다. 교회가 리더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조병길 집사는 이날 명성교회 2017년 당회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명성교회 주일 낮 예배 출석 현황은 2012년 1월 3만 8,000명에서 2017년 9월 3만 700명으로 줄어들었다. 헌금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 집사는 교회가 예배당 주변에 고덕 재건축 단지 등 2만 여 세대 이상이 새롭게 들어서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조 집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명성교회를 방문한 이후 교인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나같이 젊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명성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이때부터 십일조를 안 하고 있다. 올해 3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가결한 공동의회 후에도 사람들이 충격받고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조 집사는 "한국교회 앞날을 위해 세습하면 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100명 넘는 신학생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신학생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명성교회 문제를 교단 총회가 어떻게 풀어 가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새문안교회나 영락교회 같은 역사가 오래된 교회는 이런 파열음이 터져 나오지 않은 데 반해, 1970~1980년대 이후 급속 성장한 교회들의 1세대 교체는 세습이든 다른 형태든 거의 예외 없이 파국을 맞고 있다. 이 문제는 한편으로 대형 교회가 된 신흥 교회들이 이미 당사자나 후임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먼저 '개신교인의 신앙 양심을 지키기 위해' 세습 반대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우리가 기도한다고 저 사람이 잘못을 고치는 것은 아니더라.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명성교회 문제에 대처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의 모습에서 제도 교회의 실패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예장통합이 공교회로서, 제도 교회로서 존립 가능하느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절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교회 문제에서 총회의 판단을 바랐으나 요즘은 많은 교인이 총회와 노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만일 이번에 명성교회가 총회 법도 무시하고 버젓이 세습하는 것을 방치하면, 목회자와 신학생은 총회를 탄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러분은 총회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고, 잘못을 바로잡아 줄 거란 기대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장신대생들은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며 매일같이 기도회를 열고 있다. 11월 14일 열린 기도회에는 5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신대 임희국·장신근 교수도 패널로 나섰다. 임희국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이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정리를 하게 하는 계기라고 했다. 그는 "명성교회 세습은 모두를 충격과 절망감에 빠뜨렸지만, 이것이 우리를 새롭게 거듭날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앞으로 현장에 나가야 할 신학생들이 '교회'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제도 교회가 무너진 상태라고 진단한 양희송 대표의 말을 임 교수도 인정했다. 그는 "칼빈이 그렇게 잘해 놓은 장로교 시스템 자체가 대부분 무너졌다고 본다. 100년 전 한국 국민이 투표 한 번 해 보지 못했을 때, 장로교회는 이미 대의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 무너졌다. 지난해 촛불 국면에서 시민들은 광장을, 직접민주주의를 원했다"면서, 이제는 교회도 광장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가 함께 가는 새로운 교회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장신근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이 심하던 1986년, 화란개혁선교회가 인종차별이 하나님나라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언한 '벨하 신앙고백'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단순한 교회 세습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복음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한국교회도 '신앙고백의 상황'을 선포하고 더 강력한 연대와 저항 운동을 펼쳐야 한다. 우리가 거기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장신대 홈페이지에는 각 기수별 세습 반대 성명서가 올라오고 있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신학생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 물었다. 교수들에게는 "선생님들이 앞장서 주신다면 학생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학생회에는 종강 이후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세습 반대를 외쳐 나갈 것인지를 물었다. 신학생들의 힘으로 총회를 탄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양희송 대표는 "예전 세습 사례에 비해 여론이나 여러 조건이 명성교회에 우호적이지 않다. (세습금지)법과 제도와도 정면충돌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과거 다른 교회처럼 슬쩍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이제 누가 세습한다고 하면 인간처럼 보겠나. 부러움의 대상에서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바뀐 것만 해도 큰 것이다. 신학생 여러분이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면서 이 시기를 보낸다는 것은, 성패와 상관없이 평생의 목회와 사역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성과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면 명성교회 세습을 저지하고 바로잡는 데까지 나가야 하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대치까지 맞서 보는 게 신학생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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