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철회 1인 시위에 나선 손봉호 교수. 손 교수는 "지금이라도 세습을 철회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와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손 교수와 양 대표는 11월 24일, 서울 종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회관 앞에서 "명성교회 불법 세습, 세습방지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고 적힌 피켓을 각각 30분씩 들었다.

손봉호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을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 중 하나로 규정했다. 손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는 외부 압력 탓에 했다. 불행하지만 이해는 된다. 그런데 명성교회는 자발적으로 세습했다. 성경에 어긋난 일을 자행했다. 한국교회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오래전부터 교회 세습 반대 목소리를 냈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전용재 감독회장)가 교단 최초로 세습금지법을 제정했을 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손 교수는 "세습은 교회 위상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폐습이다"고 지적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이유로 '부의 대물림'을 들었다.

"세습이냐 승계냐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버지의 자리가 자식에 넘어갔다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부(富)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사회에서도 재벌이 세습하면 부정적으로 보는데, 종교 기관에서 세습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기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것도 아니고, 교인들의 헌금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 그러면서 세습을 한다? 아무리 좋은 말로 변명해도 설득력이 없다."

손 교수는 명성교회가 지금이라도 세습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습을 철회하고 한국교회와 사회에 용서를 구하면 더 좋은 교회로 거듭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는 불명예를 떠안을 것이다. 명성교회가 부디 세습을 거두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한국교회가 명성교회 문제에 일치된 목소리를 낸다면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양희송 대표는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패밀리 비즈니스도 아니고, 후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관행이다. 명성교회 안에서 교회와 사회 분위기를 오판한 것 같다. 상황을 너무 쉽게 보지 않았나 싶다. (명성교회 측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 대표는 2013년 11월 12일 장신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김하나 목사에게 세습에 대해 질문했다. 당시 김 목사는 "총회 (세습금지법) 결정에 당연히 따른다. 이 시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결의로 존중한다"고 답했다. 김 목사는 이 발언을 한 지 정확히 4년 만에 아버지 김삼환 목사의 뒤를 이어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양희송 대표는 "당시 김 목사는 본인 입으로 세습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대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김 목사) 개인의 의지가 충분치 않았을 수도 있고, 명성교회의 욕망이 강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한국교회에 또 다른 기회라고 했다. 양 대표는 "많이 늦었지만, 한국교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면,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반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장통합 총회에도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양 대표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세습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총회는 원칙대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에 따른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한다. 적극 나서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1인 시위에 함께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제민 팀장은, 명성교회 세습은 공교회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임이 명확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김동호 목사의 말대로 그동안의 세습은 도덕적·윤리적·신앙적·신학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명성교회는 여기에 더해 법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 법과 질서를 무시했다. (김하나 목사) 위임식 현장에서 세습 반대하는 이들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잡고, 기자들의 취재도 방해했다.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세습은 반드시 철회되고, 막아야 하고, 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와 관련한 소송을 끝낼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 시위는 평일 오후 12~13시에 한다. 11월 27일에는 김근주·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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