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공지능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인류 최고 바둑기사를 이기고, 자동차를 스스로 주행한다.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도약을 보여 줄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러너' 같은 영화에 나오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인공지능이 당장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백내장 등의 질병을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날도 머지않았다. 인간 의사와 의학 프로그램이 다른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더 신뢰하게 될까.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신학은 어떤 질문과 해석을 내릴 수 있을까. 제3회 과학과신학의대화(과신대·우종학 대표) 포럼이 '포스트휴먼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주제로 11월 2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다. 종교철학을 전공한 박일준 박사(감신대)와 기술철학자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발표자로 나섰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 제3회 과신대 포럼이 11월 21일 열렸다. 이날 강의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발표를 맡은 손화철 교수는 포스트휴머니즘을 크게 '포스트휴먼-이즘(Posthuman-ism)'과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포스트휴먼-이즘은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말 그대로 기술 발달로 인한 '새로운 인간'(Posthuman)의 모습을 지칭한다.

'포스트휴먼-이즘'은 뇌에 칩을 심는다든지, 인공수정 과정에서 인류의 지능을 더 좋게 만든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인간이 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장기를 계속 교체하면서 질병과 죽음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꿈을 심어 준다.

한편, '포스트-휴머니즘'은 '새로운 휴머니즘'을 말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에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라고도 한다.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인간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을 넘어,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은 좋은 것이니 경쟁적으로 인공지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손화철 교수는 기술의 발전은 이미 상수가 되었으므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다만 인류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기술 빈부 격차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목적이 이끄는 기술 발전'이라고 했다.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에게 개와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반려'라는 말 자체가 뜻하듯, 이 동물들은 또 다른 가족이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있다면, 그 로봇을 단지 기계덩어리로 취급할 수 있을까. 인간 이해에 대한 새로운 계기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손화철 교수는 기술 발전을 공동체를 위해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일준 박사는 이런 포스트휴머니즘을 초대교회가 최초로 겪었다는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박 박사는 "초대교회 당시는 여자와 노예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시대였다. 노예가 주인을 형제로 부르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부르는 것, 즉 인간으로 부르지 못할 존재를 인간으로 불러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간 이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노예제 폐지와 페미니즘 운동, 인종차별 저항운동 역시 포스트휴머니즘의 개별적 발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노예·여성·흑인이 '사람'이 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박일준 박사는 초대교회 때부터 포스트휴머니즘은 계속 있어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어 과신대 대표 우종학 교수(서울대)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를 맡은 박일준, 손화철 두 학자와 신학자 신익상 교수(성공회대), 과학철학자 전진권 박사(고등과학원)가 패널로 참여했다.

인공지능은 '신'의 위치에도 오를 수 있을까. '강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신익상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은 신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신이 신일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신은 불평등할 것이다. 누구에게는 신이지만 누구에게는 재앙일 것이다. 그럴 때는 신적 존재에 투쟁할 그룹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고 또 다른 갈등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종학 교수는, 인공지능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발전해 경찰 역할을 맡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인공지능 경찰관이 부부 싸움을 강도 사건으로 착각해 남편을 살해했다면,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손화철 교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이세돌도 예측 불가능한 수를 둔다. 더 큰 문제는 알고리즘은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곳에 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알파고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인공지능이 왜 남편을 범죄자로 특정했는지 사람은 알 수 없다. 바로 그 지점이 인공지능을 그런 위치에 두면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

전진권 박사는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해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는 그러한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그 인공지능을 사용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추세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반길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공동체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화철 교수는 아미쉬 공동체가 대화 단절을 이유로 전화기 설치 문제를 20년간 토론했다고 소개했다. 공동체와 공동체성 존속을 위해 필요한 기술만을 택하는 것이다. 최근 경제적 효용성과 환경 파괴 기로에서 공론화 작업을 거친 신고리 원전 문제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박일준 박사는 기술 발전이 낳을 소외 계층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과 기계, 자연과 인공의 대립적 구조가 아니라, 포스트휴먼 시대에 기술을 소유·향유하지 못하고 뒤처져 생겨날 고통받는 사람들과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동료-고난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인 신이 될 수 있는지, 인공지능과 인간은 공생 가능한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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