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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특권 해체 방안
토지 정의를 중심으로
  • 이태경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11.17 21:09

토지+자유연구소가 '희년과 특권, 그리고 대안 경제'라는 제목으로 격주 간격으로 5차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기사(바로 가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적폐는 지대이고, 지대는 특권이다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이다. 대한민국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가 많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재벌 체제'와 '부동산 공화국'이다. '재벌 체제'와 '부동산 공화국'은 정치·사회·경제·법률 등 대한민국 전 부문에 절대적 규정력을 행사하는 적폐 중 양대 산맥이다.

재벌 체제와 부동산 공화국의 경제적 공통점 중 으뜸은 지대(rent)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지대 추구는 신사적 표현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약탈이다. 재벌 체제와 부동산 공화국은 남이 피땀 흘려 만든 부를 합법과 불법과 탈법을 총동원해 빼앗아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대는 특권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지대 추구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큰 적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정의로운 것은 기여와 공로에 대해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정상화하고,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려면 지대 추구자들이 획득하는 지대를 세금 등의 형태로 환수해 공공이 나누어야 한다.

이건희-이재용 부자로 상징되는 재벌 체제의 문제점(편법 상속을 통한 천문학적 부의 약탈적 상속,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각종 지대 수취와 시장 생태계 파괴, 정경언 유착 등)과 폐해는 시민들 가운데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부동산 공화국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인식은 약한 편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부동산 공화국이 재벌 체제에 필적할 만한 거악임을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 수탈과 전쟁의 참화를 겪고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평등한 토지권이었다. 농지개혁을 통해 근대화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 되는 지주계급은 소멸했고, 국민 중 절대다수인 농민들은 자영농이 됐다. 자기 땅이 생긴 농민들은 필사적으로 일했고, 저축했으며, 자식들을 교육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출발선이 비슷했기에 계층 이동이 용이했고, 따라서 기업가 정신과 모험심과 창의력도 왕성했다.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안간힘을 다해 저축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목숨 걸고 창업하는데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지 않을 리 없다. 평등한 토지권을 가능케 한 농지개혁은 실로 대한민국에 쏟아진 벼락같은 축복이었다. 농지개혁의 성공은 특권 해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대한민국 양대 적폐의 창시자 박정희가 집권하면서 모든 것이 나빠졌다. 박정희는 재벌 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는 한편, 투기를 일으키고 강남으로 상징되는 막개발을 통해 지가를 앙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공화국의 기초를 놓았다. 박정희가 뿌린 악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대한민국을 삼켰다.

특권 중 으뜸이라고 할 토지 불로소득 규모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는 통계가 잘 보여 준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올해 6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부 총액은 1경 3,078조 원이며, 이 중 토지 자산과 건설 자산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은 1경 1,310조 원으로 약 86%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대한민국의 토지 가격이 1964년 1조 9,300억 원에서 2016년 6,981조 원으로, 3,617배 올랐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1997~2017) 물가 상승률은 146.7%, 임금 상승률은 61.9%인데 반해 땅값은 약 4배 치솟았다.

한편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GDP의 30% 이상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가액 기준으로 2013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6%(상위 10%는 65%)를, 법인 토지 소유자 상위 1%는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으니 매년 300조 원이 훨씬 넘는 지대가 극소수 토지 소유자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권의 끝판왕이라고 할 부동산 공화국은 자산 양극화 및 소득 불평등의 최대 원흉이고, 생산과 소비를 위축하며, 경기변동의 진폭을 확대하고, 예산의 낭비와 왜곡을 야기한다. 또한 부동산 공화국은 토건형 산업구조를 고착하고, 인허가 등을 둘러싼 부정부패를 양산하며,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하고, 근로 의욕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한마디로 부동산 공화국은 만악의 근원이다.

부동산 공화국 해체의 최종 병기는 토지 보유세

특권의 종결자라 할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길은 없다. '특권 = 지대'라고 할 때, 특권의 해체는 '사유화'한 지대의 '사회화'와 같은 의미가 된다. 특권의 해체 및 지대의 '사회화'라는 사회적 과제를 완수하는 최적의 해결책이 바로 보유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조세원칙을 들자면 ①조세가 생산에 주는 부담이 가능한 한 적을 것(중립성) ②조세의 징수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 것(경제성) ③조세가 확실성을 가질 것, 즉 공무원의 재량의 여지가 적고 투명할 것(확실성) ④조세 부담이 공평할 것(공평성) 정도가 될 것인데 토지 보유세가 이에 가장 부합하는 세금으로 평가된다. 보유세, 그중에서도 토지 보유세는 가장 좋은 세금이자 세금의 제왕이라고 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솔로, 프랑코 모딜리아니 같은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이 토지세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흔히 알려진 보유세의 투기 억제 및 가격 안정화 효과는 보유세가 지닌 여러 장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보유세 실효세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아래 표를 보면 대한민국의 보유세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OECD도 최근 포용적 경제성장과 세수 증대를 위해 보유세율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유세는 경제에 활력을 줄 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도 잡는 일석이조의 정책 효과를 발휘하는 세금이다.

문재인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보유세 혁명에 착수해야 한다. 다만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보유세는 토지에만 부과하고 누진 구조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취한 토지 보유세를 전 국민에게 토지 배당 등 적절한 형식으로 배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단언컨대 보유세 혁명이 토지 정의를 실현하는 최적의 정책 수단이며, 토지 정의 실현이 특권 해체의 첩경이다. 토지 정의 없이 특권 해체 없고, 특권 해체 없이 미래는 없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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