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의 설교집 <사건 그리고 말씀>(뉴스앤조이)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11월 11일 오후 3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습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설교자가 현실을 너무 의식하면 성경이 제시하는 원리를 말할 수 없게 됩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 해도, 설교자는 성경의 원칙대로 전한다고 생각하며 앞뒤 재지 않고 설교해야 합니다."

[뉴스앤조이-김은석 콘텐츠팀장] 11월 11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사건 그리고 말씀>(뉴스앤조이)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저자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가 한 말입니다. 유 목사는 이날 북 콘서트에서 설교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설교자들을 향한 바람을 나누었습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유 목사와 대화 마당을 이끌었습니다. 

대한성공회 사제로 1970년대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목회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중앙정보부에서 교회에 찾아와 감시하고 녹음하던 당시를 "주보 만드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로 기억했습니다. 설교는 당시 위로의 말씀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유일한 통로였다고도 했습니다. 

그 시절 안동교회에 부임한 유경재 목사는 정치적 암흑기를 보내며 10·26 사건이나 6월 민주 항쟁 등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설교 속에서 정부의 폭력성과 비민주성, 불의한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맨 앞 인용문은 1989년 4월 문익환 목사 방북 사건 당시 유 목사가 '더 나은 고향을 바라는 사람들'(84쪽)이라는 설교에서, 문 목사의 방북을 예언자적 행동이라고 평가한 때를 회상하면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강한 반공 분위기 속에서 아직 국가보안법이 서슬 퍼렇게 국민을 옥죄던 때, 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설교집에서 유 목사는 교회를 향해서도 "고난 가운데 있는 백성에게 위로를 준다고 하면서 현실을 도피하게 하고 사후 천국만을 소망하게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시키는 일에 교회는 거의 무관심했습니다"(61쪽)라고 지적하며 예언자적 사명을 강조합니다. 강도현 대표는, 이런 지적은 30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들어맞는다며 주류 한국교회가 여전히 현실 문제에 침묵하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했습니다.

이 교육감은 유 목사와 같은 목회자가 있었기에 암울했던 시기에 교회가 조금이라도 빛과 소금 역할을 하고, 우리 사회가 광야의 외침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유 목사의 설교는 안동교회라는 공간에서 외쳐졌지만, 그 울림과 반응은 우리 역사 속 곳곳에 전파되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유경재 목사는 설교자가 현실을 의식하지 말고 성경의 원칙대로 앞뒤 재지 않고 설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제공 이정석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영 컨설턴트, 파생 상품 트레이더 등의 직업을 거친 강도현 대표는, 유경재 목사의 설교 중 경제 관련 설교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합니다. 국제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경제 세계화를 비판하는 대목이 과거 자신에게 하는 말씀 같았다고 했습니다. 아직 한국에 금융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이었는데 이런 설교를 한 점이 놀랍다며, 목회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습니다. 

한국이 외환 위기로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갔을 때 유경재 목사가 했던 '경제 세계화와 하나님의 경제'(161쪽)라는 설교를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이 설교에서 유 목사는 이사야 55장과 누가복음 12장을 본문 삼아, 초국적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 시장과 국제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투기 경제를 비판했습니다. 교회와 사회를 향해 "부를 적절하게 나누어 쓰는 경제정의를 이루고, 약자들끼리 힘을 모아 거대한 맘몬에 대항하여 이 땅에 평화를 이루는 생명운동에 나서야 합니다"(169쪽)라고 촉구했습니다. 

유 목사는 "비록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지만 당시 상황 속에서 경제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하나님이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경제 원리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정 교육감은, 유 목사의 설교집은 성경 본문이 아닌 역사적 사건에서 설교 주제를 찾은 점이 특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적 사건들 앞에서 어떤 신앙고백을 하고, 성경이 그러한 사건들에 대해 주는 가르침은 무엇인지 추적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많은 신학교가 이 책을 설교학 교재로 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 당시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더불어한교회 교우, 안동교회 교우, 유 목사의 동료 목회자, 가족, 일반 독자 등 80여 명이 참석해 설교집 출간을 축하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사진 제공 이정석

설교가 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북 콘서트 말미, 유 목사는 설교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애쓰자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습니다. 

"설교라는 말의 품위가 떨어진 시대입니다. 너무 남발되어서 누가 잔소리하면 '설교하지 말라'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설교가 오늘 이 시대에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할 때, 설교 없이는 예배가 진행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설교의 품위가 향상되어서 진정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합니다. 공허한 설교가 아닌, 진정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설교가 한국교회에 많아져야 합니다. 너무 흔해졌지만 진정한 설교는 듣기 어려운 시대에 설교의 품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함께 해 가야 합니다. 무조건 듣고 '아멘' 할 것이 아니라 '아멘' 해야 할 때 '아멘' 하는 성도가 되어야 목회자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현재 유경재 목사와 함께 에큐메니컬 교회를 지향하며 모이고 있는 김상근 목사, 신경하 목사를 비롯한 더불어한교회 교우, 황영태 목사를 비롯한 안동교회 교우, 유 목사의 동료 목회자들과 가족, 일반 독자 등 80여 명이 참석해 출간을 축하하고 함께 설교집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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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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