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7년째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사장은 하루아침에 가게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새로 바뀐 건물주가 월세를 3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이에 항의하며 버티자 건물주는 11월 9일 오후 5시께 용역을 보내 김 사장을 가게 밖으로 내쫓았다. 김 사장은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울부짖었다.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두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토지주) 있다"고 풍자한다. 한국 부동산 불균형 문제는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법인 1%가 소유한 토지 가액(1,485조)이 전체 토지 가액(4,542조)에서 32.6%를 차지한다. 소수가 토지를 과다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부동산소득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토지의 경제학>(돌베개)을 쓴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는 부동산소득이 GDP의 30%가 넘는다고 추정한다(2007~2015년). 전 교수는 부동산소득의 상당 부분을 개인 혹은 법인이 향유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소득 불평등을 일으킨다고 했다.

부동산 불균형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1월 10일, 추미애 대표(더불어민주당)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헨리 조지와 지대 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추 대표,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한국 사회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김윤상·이정우 교수(경북대), 전강수 교수, 강남훈 교수(한신대) 등이 참석했다.

헨리 조지는 한국 사회에서 크게 알려진 인물이 아니나,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참석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 급히 의자를 공수해야 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토론회에 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건물주가 숭배받는 한국 사회
추미애 "지대 추구는 반시장적, 억제해야" 
김윤상 "토지 보유세, 가장 시장 친화적 세금"

추미애 대표는 개회사에서 '건물주'가 숭배받는 한국 사회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헨리 조지는 지대 추구를 방치하면 언젠가 땅 주인이 숭배받는 세상이 될 거라고 예언했다. 한국 사회가 이미 그렇지 않나. 많은 사람이 건물주, 땅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자신의 딸이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딸이 창업했는데, 몇 년도 안 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빚쟁이가 됐다고 했다. 추 대표는 "자본주의·자유주의가 정의롭게 만개하기 위해서는 지대 추구라는 반시장 제도를 억제해야 한다. '진보'와 '빈곤'이 공존하는 모순을 방치하지 말고, 진보의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전강수 교수(왼쪽)와 추미애 대표. 추미애 대표는 지대 추구라는 반시장 제도를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보와 빈곤>(헨리 조지 지음, 비봉출판사)을 번역한 김윤상 교수는 부동산 문제 핵심은 불로소득에 있다며, 불로소득을 보유세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헌법 122조(국토의 이용 제한과 의무)에 나와 있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를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보전 및 '불로소득 환수'를 위하여"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불로소득을 환수하자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시장경제 전제는 사유재산제다. 사유재산제는 자신이 노력하고 기여한 대가를 그대로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 없는 소득을 환수하는 토지 보유세는 가장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대부라고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토지 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했다.

김윤상 교수는 부동산 문제 핵심은 불로소득에 있다며, 이를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 부동산 불균형 문제는 심각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강수 교수는,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때문에 한국 사회가 지대 추구의 덫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부동산이 부의 양극화와 주기적 불황, 지역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한국은행이 2014년 발간한 <국민 대차대조표 공동 개발 결과>에 실린 자료를 소개하며 한국의 토지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불로소득이 양극화의 주요 원인인데도 그에 대한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 전 교수는 양도소득세와 토지 관련 불로소득 환수 비율이 매우 낮고, 보유세 부담도 다른 선진국보다 가볍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사회 부동산 세제가 보유세 비중이 낮고 거래세 비중이 높은 기형적 구조라고 했다.

전 교수가 제안한 개혁 방안은 국토 보유세 도입과 국공유지 확대다. 전 교수는 "평등 지권 실현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국토 보유세 도입으로 증가한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1/n씩 기본 소득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공유지를 확충해 공공 임대 정책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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