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말이 있다. 말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잘 일러 주는 격언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사람에게 주어진 말은 그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말을 안 하는 것도, 실수 없는 말을 하면서 사는 것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나는 날마다 말해야 사는 사람이기에 박진영의 <결정적 말실수>(라의눈)는 많은 교훈을 주었다. 말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면서도 말을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한마디 때문에 좋은 관계가 깨진다면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참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게 지도급 인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 때문에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실수로 진실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말실수도 그렇지만 망언이나 막말 수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그의 인격뿐 아니라 명예가 단박에 땅에 떨어진다. 내가 목사라서 그런지 목사의 실수에 대한 책의 기록에 유독 눈이 간다.

<한순간에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 / 박진영 지음 / 라의눈 펴냄 / 214쪽 / 1만 3,000원

지도자일수록 말 가려 써야

"2003년 11월, 서울의 한 신학대학 채플 시간에 전교생 800여 명이 모였다. 이 대학이 속한 종교 단체의 총회장이 여성 목사 안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단호히 말했다.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턱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

여성 목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히는 것에 그쳤다면 문제될 리 없었다. 그러나 총회장의 비유는 심각했다. 여성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강단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생리대를 '기저귀'라고 표현했다. 반발이 거셌다.

총학생회가 여학생회와 공동으로 임시 총회를 열어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여성 종교 단체와 여성계도 '상식 이하의 성폭력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135쪽)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이었던 임태득 목사의 발언에 얽힌 이야기다. 거의 망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발언으로 해당 학교와 여성 단체뿐 아니라 기독교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임 목사는 "부적절한 말을 해 여러 여성 단체에까지 문제가 비화되어 괴로웠다. 실언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사과했다고 이 사안이 말끔히 정리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후에도 계속 회자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은 참 무섭다. 총보다 더 무섭다. 무서운 말이니 잘 다루어야 한다.

박진영은 그간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말실수 사건들을 일일이 조사하여 적고 있다. 저자는 KBS광주와 교통방송에서 MC와 아나운서로 15년간 일하며 얻은 말에 대한 노하우를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책은 말하는 것이 직업인 내게 좋은 지침을 주고 있다. 지도자일수록 말을 잘해야 한다고 다잡도록 인도한다.

말실수는 관계 상실 낳아

특히 말실수가 낳는 관계 상실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악의 없는 단순한 말실수에서부터 결정적인 말실수, 혹은 의도가 깔린 실언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을 실례와 곁들여 그 의미는 물론 개선하는 방법까지 일러 준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다. 어느 누구도 실언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는 학습을 통해 실언을 줄이고 깊이 공감하는 대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타인의 실언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을 되짚어 아름답게 말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7쪽)

'들어가며'에서 저자가 저작 의도를 이렇게 적고 있음을 보아, 이 책이 누구의 험담을 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아름다운 말을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정치인, 종교인, 연예인 등 다양한 지도층 인사들의 말실수가 사회를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이들이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도 말하듯, 미국의 코미디언 그루초 막스(Groucho Marx)가 "남들의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 그 실수를 전부 겪어 보기에는 인생이 짧다"고 한 것처럼, 책에 등장하는 말실수를 통해 우리의 말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책에는 저자가 수집한 다양한 사람들의 말실수와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다녀갔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이나 국회 연설 등 일정을 보도하면서 기자가 "트럼프의 돌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며 염려하는 듯한 취지의 보도를 하는 걸 보았다. 다행히도 이번 방문에서 그런 일은 없었지만 트럼프는 거칠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의 말은 그를 보여 준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을 잘 정리하면 당연히 말도 좋게 나온다. 그러니까 말에 대한 논의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같은 원리로 말로 상처를 입게 되면 마음에 입게 된다. 그래서 육신이 상처보다 더 깊고 오래갈 수 있다.

저자는 상처받는 말에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먼저, 가장 크게 상처받은 말은 부모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이 할 경우가 많다. 둘째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말에 가장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다. 셋째, 흔하게 쓰는 말이기 때문에 흘려들어도 될 것 같은 말에 상처를 받는다.

책은 영어로 '말실수하다'는 표현이 'make a slip of tongue'라며 "혀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풀려 버려 헛말이 나왔다"는 뜻으로 "혀가 미끄러지면 감춰 둬야 할 비밀이, 숨겨야 할 마음이 그만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혀가 미끄러지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책은 △상처를 남기는 말 △실언의 정의 △공감과 배려가 없는 말 △무지와 편견에서 오는 말 △습관적 실언 △실언을 피하고 공감을 주고받는 법 △실언 수습법 등을 가르쳐 준다. 말을 하며 사는 게 직업인 사람은 물론 일반인들도 꼭 한 번 읽고 말을 가다듬는다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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