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뿐만 아니라 중형 교회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중형 교회 현주소를 살펴보는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중형 교회'가 흔들리고 있다. 교인 300~1,000명에 해당하는 중형 교회는 △교인 감소 △고령화 △목회자 청빙 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중형 교회는, 300명 미만의 소형 교회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대형 교회에 비하면 불안정하다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의 '교회 선택과 만족도 조사'를 보면, 중형 교회의 위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5년 전 교인 수 비교'를 보면, 대형 교회는 64.2% 증가했는데, 중형 교회는 5년 전에 비해 36.3%밖에 늘지 않았다. 교회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교회 교인 85.2%가 "계속 다닐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중형 교회 교인은 57.4%만 계속 다니겠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중형 교회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목회사회학연구소(조성돈 소장)가 '중형 교회'를 진단했다. 기획실장 장진원 목사는 "이번 연구 결과 주목할 점은, 교회 바깥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은 굉장히 증가한 반면 교회로 끌어들이려는 '구심력'은 분열됐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중심축인 중형 교회는 쇠퇴했고 교계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도움을 받아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출석 교인 300~1,000명에 해당하는 수도권 교회 25개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기초로 중형 교회가 어떤 이유로 위기에 직면했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11월 1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었다.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 교회'라는 주제 아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정재영 교수, 장진원 목사(도림감리교회), 정성진 목사가 발표자로 나섰다. 60여 명이 참여해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중형 교회 위기, 작은 교회로 이어질 것
교회의 구조·생각, 20세기에 머물러
은퇴목사, 교회 문제 개입하면 안 돼

중형 교회는 주택가·아파트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주로 1960년대에 생겼고, 부흥의 '황금기'로 불리는 1970~198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위기에 봉착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조성돈 교수는 외부 요인으로 '구도심의 공동화'를 지적했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국 사회에는 한동안 뉴타운 광풍이 불었다. 서울에만 331개 지역이 뉴타운 사업 지구로 선정됐는데, 사업이 중단된 곳도 많다. 조 교수는 "뉴타운 사업이 중단된 지역은 중형 교회가 집중적으로 자리한 곳이다. 지역은 슬럼화했고,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고 말했다.

노령화, 교인 감소, 목회자 청빙 문제 등 내부 요인도 있다.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30~40대는 줄고 노령층은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회자가 아무리 잘해도 안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의 구조와 생각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젊은 세대와 소통이 안 된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세대교체 문제로 교회가 쪼개지거나 분란을 겪은 경우도 많다. 은퇴한 목사가 계속해서 교회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면서 후임 목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조 교수는 "기본적으로 은퇴목사가 영향력을 끼쳐서는 안 된다. 교회가 잘돼야 은퇴목사에 대한 예우도 지속될 것이다. 이 문제를 예방하려면 은퇴에 대한 매뉴얼이나 규칙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했다.

중형 교회가 무너지면 작은 교회도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교수는 "중형 교회는 작은 교회, 농어촌 교회, 선교 기관 등을 몇 십개 정도 지원한다. 중형 교회가 무너지면, 교계 생태계도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없을까.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교회가 지역 속으로 들어가 주민과 함께하고, 주민센터와 연계해 구제를 하거나, 교회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회 분란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 마련도 주문했다. 담임목사-당회-제직회 등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교회 구조를 바꾸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됐다고 했다.

교회 구조 문제와 관련해 정재영 교수는 "교회 기구가 관료주의화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위원회 중심의 교회, 소그룹 중심의 교회, 평신도 중심의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평신도 위원회 결정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전체 교회 공동체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면 그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60여 명이 참석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중형 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발표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최근 중형 교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생태계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이 결국 한국교회를 어지럽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자기 교회 키우기 위해 작은 교회 잡아먹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큰 교회가 사고 치면 작은 교회가 피해를 입고, 줄어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공교회성을 인식해야 한다. 신학생들에게 교회 공공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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