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의인을 찾아서>(새물결플러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한나윤 간사] '예수 시대 역사 스릴러' <의인을 찾아서>(새물결플러스)는 1세기 팔레스타인의 어지럽고 부패한 정세를 잘 녹여 낸 추리 만화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듯, 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철저한 고증을 위해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아부었다. 당시 정치·경제·종교계의 무자비하고 패악한 이권 다툼과 부조리, 힘없는 백성의 애환이 촘촘한 구성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생생한 시대 묘사는 오늘날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의인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지금 당장 정의가 세워지길 기대하는 목마른 백성의 분노는 '하나님나라' 구원의 시급성을 드러낸다. 당대 백성에게 구원이 필요했듯이 오늘날 백성에게도 구원이 필요하다. 시대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분노는 곧 우리의 분노가 된다.

<의인을 찾아서 - 예수 시대 역사 스릴러> / 김민석 글·밑그림, 마빈 펜·채색 / 376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의인을 찾아서>는 유대 갈릴리인 '여호수아'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는 갈릴리감찰단의 대장이며,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는 등 부당한 일을 겪는 '소시민'이다. 책에는 주인공 여호수아와 살인 사건 진상 규명을 적극 돕는 사람, 그를 대놓고 해치려는 자, 그를 도와주려는 듯하지만 실상 그를 속이려는 자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선과 악에 대한 판단 근거는 막바지에 이르기 전까지 모호하기 때문에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만화는 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여호수아의 시선을 쫓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여호수아는 딸이 죽은 이유를 추적하며 정치·경제·종교계의 추악상과 직면한다. 정치 생명을 위해 백성의 피땀이 묻어 있는 세금을 횡령하는 정치인들, 여호수아의 질타에 "주님이 두렵지 않은가" 반문하며 횡령을 잡아떼는 대제사장의 뻔뻔스러움이 어우러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만화에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삶의 회복을 위한 국가 독립 운동에 소극적이었던 여호수아가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변화하면서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직전에 예수 대신 풀려나게 되는 '민란의 주인공' 바라바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이 과정이 길지는 않지만, 백성을 돌보지 않는 권세자들 때문에 딸을 잃어버린 아픈 심경을 고려한다면, 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인과관계는 충분하다.

<의인을 찾아서> 한 장면.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직전, 예수와 바라바는 감옥에서 잠시 마주한다. 바라바는 결국 "새 세상을 열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홀로 풀려난다. 바라바는 풀려나면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보이는 예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심하며 삶으로 돌아선다.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바라바는 "그가 구원자라면 이 세상의 견고한 악이 왜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한탄할 뿐이다.

예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안 되지만, 감옥에서 바라바에게 자신이 할 일을 지켜보라고 선언하는 예수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세상에 대한 바라바의 한탄이 '참된 의인' 예수를 바라바 앞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바라바의 한탄은 깊고, 바라바 자신은 비록 깨닫지 못했지만, <의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처럼 그의 한탄에 대한 응답으로 예수가 나타나신 것이다.

백성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권력자들의 잔악무도함, 바라바를 비롯한 백성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 낸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렇다.

(지금도!) 의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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