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 reshaping> / 이진오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59쪽 / 1만 2,000원

믿음(faith)은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신뢰다. 믿음은 말과 행동, 겉과 속, 표지와 내용물, 이론과 현실이 다르지 않고 같을 때 느끼고 확인하는 지각과 감정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그 본질과 가르침이 역사와 시대, 지역과 공간을 떠나 동일하게 참이고 공의롭고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실함은 이런 믿음과 신뢰를 나타내는 중요 개념이다. 모든 사람에게,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가치며 상태다.

이진오 목사는 신실하다고 말해도 문제되지 않는, 이 시대 드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 느낌이기도 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여일하게 느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목사와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할 때 깊게 알게 됐다. 이후 성서한국·고난함께 활동, 불우 이웃과 탈북민 돕는 일을 하면서 기독교와 사회 개혁 운동에 있어 동지애를 나눴다.

이진오 목사가 <재편>(비아토르)이라는 책을 펴냈다. 신학과 기독교 공부, 목회와 선교, 교회 개혁 운동, 사회 부조리 고발 등 다양한 활동을 한 흔적이 녹아 있다. 그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의 심장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삶에서 이를 실천하며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애쓰고 노력한 증거와 간증이 이 책에 큰 강처럼 흐르고 있다.

저자 이진오 목사는 자신의 애정과 열정의 산물이자 평생 목회의 지향점 '건강한 작은 교회'를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건강한 작은 교회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적이고 명확하다. 저자는 기존 교회에 비판적·개혁적이고 성경과 복음의 원리에 벗어나지 않는 건강성을 견지하면서 "홀로 빛나는 대형 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 작은 교회'"를 설파한다. "샛강이 살아야 강물이 산다. 그리고 건강한 작은 교회를 위해 하나님이 여기 일하고 계신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목회자와 교회 단체가 수평적으로 책임 있게 연합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히틀러 나치 정권이 독일 기독교를 국가사회주의로 편입시킬 때, 대다수 독일 교회는 풍요와 번영을 좇아 독일 국가교회로 전환했다. 저자는 이때 진정한 신앙을 지키면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 바랐던 소수의 교회와 신자가 '고백'교회로 남아 히틀러 정책을 거부하고 참신앙을 고백·실천하면서 진실한 교회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고 상기한다. 저자는 건강한 작은 교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돈이 아니라 하나님이며, 하나님처럼 사랑해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12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교회 크기가 건강한 교회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교회가 커지면 돈·권력이 우상이 되며, 성공·성장주의, 맘몬주의, 영웅주의, 목회자의 부패·탈선 등의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 원인의 공통분모가 큰 교회다. 교회가 대형화하면 목회자가 타락하거나 교회가 교리적·윤리적으로 부패해도 교단 총회에서 징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한국교회 현실이다.

대형 교회와 그 브랜드 때문에 인접 동네 작은 교회들은 몰락한다. 교회의 공교회성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온전한 큰 교회는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죄인이라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교만, 자기 이익, 가족 이기성, 파당성 등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나기 어렵다. 저자는 건강한 참된 교회라면 통일성·거룩성·보편성·불가폐성과 공동체성·일상의 제자도·공공성·공교회성이라는 핵심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회 공동체성을 더 자세히 언급하면, 교회에서 교제하는 것으로 성도의 아픔과 기쁨을 서로 알고 나누는 일이다. 일상의 제자도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실현하는 것이며, 공공성은 나만이 아니라 이웃을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님 사랑은 다른 말로 '하나님과 더불어 함께', 이웃 사랑은 '이웃과 더불어 함께'라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 공동체성은 쉐퍼(Francis A. Schaeffer, 1912~1984) 영성과 맥을 같이한다. 쉐퍼 영성은 바른 교회의 영성, 아름다운 삶의 영성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묶어 주는 말이 사랑이다. 쉐퍼의 영성은 사랑의 영성이며, 이는 예수님께서 강조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된다. 교리와 삶을 연결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는 문화 변혁적 사명을 강조하는 쉐퍼의 우주적 영성을 공동체의 영성으로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 사랑을(unity in necessary things , liberty in doubtful things charity in all things)"이라는 어거스틴의 주장을 기독교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방향으로 이해한다면, 교회는 더 큰 외연을 가지고 인간의 심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지금도 교회 세습, 목회자 납세 반대, 목회자 성적 일탈 등 오늘날 교회를 오염시키고 복음 전도의 길을 막는 핵심 이슈들과 맞서 싸우고 이와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대형 교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시에 저자는 가난하고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한다.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계획·실행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오고 있으며, 오용하고 있는 교회 용어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신학적 해석을 하면서 일반 신자를 바른 믿음으로 이끌고 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참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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