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학교는 교단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대표하는 곳이다. 신학대가 어떤 성향인지 보면 대체로 그 교단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1887년), 총신대학교(1901년), 평택대학교(1912년)처럼 신학교 역사가 교단 역사보다 오래된 학교도 있다.

교단마다 신학교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10년 넘게 내홍을 겪는 학교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일정 부분 정부 통제를 받기 때문에 교단의 간섭이나 지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학법에 적용받는다는 것은 학교가 교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사들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교단이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많은 종교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교단법 적용을 놓고 분쟁 중이다.

학교를 둘러싼 목사·장로들의 싸움에 등이 터지는 것은 학생들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판에,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보다 애먼 파벌 싸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쟁하고 있는 신학교들을 정리해 봤다.

감신대·한신대·서울신대·장신대 등 여러 신학교 학생들이 지난 6월 연합 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감리교신학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는 2년 동안 총장을 뽑지 못했다. 전임 박종천 총장이 2015년 7월을 끝으로 물러났지만, 이사회가 파벌화하면서 후임 총장을 뽑는 데 실패했다. 이규학 전 이사장 측과 이에 맞서는 전용재 전 감독회장 측(9인 이사회)이 오랜 기간 대립했다. 양측은 지리한 싸움을 벌이며 파행을 거듭했고, 올해 8월 전명구 감독회장을 제외한 이사 전원이 임기 만료됐다.

일부 학생은 학교의 주체인 학생의 의견을 무시한 채 파벌 싸움을 벌이는 이사들을 규탄했다. 총장 선출은 당연히 학생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채플 종탑에도 올라가서 농성하고 단식 투쟁을 벌이고 회의 장소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는 묵살됐다. 10월 10일, 9인 이사회 측 이사 한 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감신대는 2년 만에 새 총장을 뽑았다.

우여곡절 끝에 총장을 선출했으나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9인 이사회는, 이규학 이사장 측이 교육부의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들 임기가 모두 끝나면 '개방이사'부터 선출하는 게 관례인데, 이사회가 총장과 유지이사부터 선출했다는 것이다. 만일 교육부가 지난 이사회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다시 소송전으로 비화돼 학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총신대학교

총신대는 교단 총회와 학교 이사회가 갈등하는 전형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김영우 총장은 이사장 재직 시절부터 총신대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 왔다. 교단 목회자들은 총신대가 교단 지도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은 "총신대는 사립학교법에 영향 아래 있는 대학"이라며, 총회 결의를 거부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는 2015년, 2016년 총회에서 김영우 총장에게 협조한 이사들을 징계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사들이 사립학교법을 핑계로 버티면서, 총회와 이사회는 수년간 지지부진한 다툼을 벌였다. 이번 2017년 9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총회는 이사들의 징계를 무효화하고 이사들은 총회 지도를 받기로 합의해, 오랜만에 해빙 모드가 조성됐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서슬 퍼렇다. 특히 최근 검찰이 김영우 총장을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안팎으로 김 총장 퇴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 총장이 2016년 박무용 전 총회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를 김 총장이 부총회장에 출마하기 위해 건넨 대가성 금품으로 봤다. 김 총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김영우 총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지난주 대학원 원우회장 등 학생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총회 정치권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이 학생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만큼, 갈등 상황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신대학교

한신대는 채수일 전 총장이 2015년 10월 돌연 경동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2016년 3월, 강성영 교수를 총장서리로 뽑았으나 학생들은 후(後)순위자였던 강 교수가 총장에 뽑힌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학생들은 20시간 가까이 이사들과 대치하고, 학교는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총장 투표는 1년 반 넘게 학생·동문들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기돼 왔다. 그러다가 총회를 1주일 앞둔 9월 12일, 이사회는 8차 투표까지 간 끝에 신대원장이었던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뽑았다. 이어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는, 단 3표차로 총장 선출이 인준됐다.

문제는 기장 총회가 1년 전 101회 총회에서 "한신대 이사들은 새 총장을 뽑지 말고 전원 사퇴하라"고 결의한 점이다. 이사들이 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이사회를 개최한 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연규홍 교수의 석사 학위논문 표절 등 도덕적 문제도 남아 있다. 최근 한신대생 34명은 학교와 이사회 처사에 반발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학교 문제는 격화하고 있다.

한신대와 감리교신학대학교 등에서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한다.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침례신학대학교

침신대는 2016년 9월부터 변호사가 이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침신대도 감신대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양분되면서 갈등 중인데, 어느 한 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서로 대치전만 벌이는 상황이다. 이 기간 총장 임기도 끝나면서 총장과 이사장 모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16년 6월 윤양수 목사를 새 이사장으로 뽑았지만, 이날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법원 가처분이 나오면서 지금까지 학교 행정은 멈춘 상태다. 윤양수 목사 측은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 1심과 2심에서도 패했다. 현재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에서, 윤 목사와 대척점에 있는 안희묵 목사가 새 총회장에 선출된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총회에서, 교단 지도를 따르지 않고 소송하는 목사들은 면직하고 대의원권도 박탈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사직이 모두 박탈되어도, 새 이사를 뽑으려면 이사회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사립학교법상 이사 선임은 이사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단이 파송한 이사들 중 이사로 선임되지 못한 이사만 7년간 20명이 넘는다. 침신대 학교 관계자는 "몇 이사만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교단과 대립해도 사실 방법이 없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평택대학교

평택대학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교단 내부 대립이 아닌 설립자와의 대립 양상이다. 교수들은 평택대 설립자 조기흥 전 명예총장 일가의 대학 사유화를 비판하며 단식 투쟁 등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조기흥 전 명예총장이 1996년 이후 20년간 총학생회 설립을 막아온 탓에, 교수·학생 사회에는 저항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평택대는 수차례 '비리 사학' 오명을 썼다. 조기흥 전 명예총장은 20년간 총장으로 있으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재정 문제로 교육부 감사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학교는 이른바 '부실 대학'으로 불리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D등급)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 전 명예총장은 2016년 학교 여성 직원을 20년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역 사회와 교수들이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검찰 처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평택대 이사회는 9월 말 이사회를 열고 조기흥 전 명예총장이 상임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필재 총장(전 갈보리교회 담임)을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구 아무개 교수를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평택대 교수들은 "부총장도 있는데 구 교수를 총장직무대행에 임명했다. 그가 조기흥 일가 측근이기 때문이다. 조 전 명예총장 일가가 학교 내에 포진하고 있는 한, 조 전 명예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아무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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