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구 감독회장이 후보 시절 금권 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이 금권 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감독회장 후보 당시 선거 캠프 사람들이 연회·지방 소집책들을 만나 수십만 원씩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녹취 자료에 따르면, 전명구 감독회장은 2016년 선거운동 당시 연회와 지방회별로 소집책을 구성했다. 소집책 인원은 각 연회마다 30~50명이었다. 전 감독회장은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소집책들을 만나 현금 30~50만 원씩 지급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악수를 하면서 돌돌 말은 현금을 쥐어 줬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있었다.

전 감독회장의 선거운동 조직은 목회자·평신도 그룹으로 나뉘어 따로 활동했다. 녹취 자료에 등장하는 당시 전명구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목사들 조직과 달리 평신도 조직은 옵션(돈)이 더 붙었다. 동문(협성대)보다 타 학교 인사에게 옵션이 더 붙다 보니 선거 직후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는 10월 18일, 전명구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의혹을 보도했다. <기독교타임즈>는 "연회의 목사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4,000~5,000만 원가량, 그리고 전국으로 가면 규모는 최소 3억 원에서 최대 6억 원 규모로 커진다. 여기에 평신도 조직을 추가하면 단위는 10억대로 불어난다"고 추측했다.

전명구 캠프 측 "의혹 제기는 흠집 내기"
감독회장, 입장문 통해 해명할 듯

감독회장 금권 선거 의혹에 대해 전명구 캠프 측은 반발했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A 장로는 10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내 돈 써 가며 깨끗하게 선거운동했다. 금품을 주거나 받은 적도 없다. 내가 볼 때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대가성을 바라보고 도와줬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으니 저런 식으로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감독회장은 감리회 대통령이다. 이런 의혹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전명구 감독회장 입장을 듣기 위해 10월 20일 감리회 본부를 찾았다. 감독회장은 일정이 밀려 있다는 이유를 들며 만남을 피했다. 문희인 대외협력부장은 "입법의회 준비 등으로 바쁘셔서 만날 수 없다. 금권 선거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뒤 입장문을 통해 해명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기독교타임즈>는, 전 감독회장이 후보 시절 3~6억 원을 썼다고 추측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명구 감독회장 측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랫동안 감리회 정치에 관여해 온 B 목사는 "감독회장이나 감독 선거가 돈 없이 굴러간다는 걸 누가 믿는가.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도 문제고, 당선을 목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후보들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전명구 후보 캠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주장한 C 장로는 "노선이 달라서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금품이 오가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치 장로', '정치 목사'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니 안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돈이야 교회 헌금에서 나가는 거다 보니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회 감독회장 금권 선거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 제30회 감독회장 후보로 나선 강문호 목사는 선거운동 당시 감리회 40여 개 그룹 및 개인으로부터 4000만 원~8억 원의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도 금품과 향응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당시 강 목사는 기자에게 "감리회 선거는 돈 선거다. 금권 선거를 없애기 위해 터트렸는데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 중 90%가 '잘했다. 계속 문제 삼아라'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감독회장에 오른 전용재 목사도 선거운동에서 4억 원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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