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A교회 교인들. 뉴스앤조이 유영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100명 남짓 출석하는 제주도 서귀포 A교회가 담임목사 아내의 전쟁 예언과 재정 비리 의혹으로 분쟁에 휩싸였다.

A교회 교인 30여 명은 현재 박 아무개 목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박 목사가 올해 6월 14일 수요예배를 마친 후 제직들을 불러모아, 2주 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언한 사람은 박 목사의 아내 성 아무개 씨다. 교인들이 목사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 위해 만든 문건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내의 예언을 계속 고민하다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린다. 다음 주말(6월 25일)이나 그다음 주말(7월 2일) 가장 평화로운 때, 북한이 기습적으로 도발한다. 많은 사람이 죽고, 피난민이 제주도로 몰려온다. 우리 A교회로 1,500여 명이 올 텐데, 교회가 피난민을 돌보아야 한다. 정부도 제주도로 내려오며, 정부가 반격해 영토를 회복하는 데 2주 정도 걸릴 것이다.

이 기간 우리 교회가 돌보아야 할 1,500명을 위해 쌀과 물, 라면, 휴대 가스 등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분 가정에서도 피난민이 몇 사람씩 지낼 수 있다. 횟집이나 마트를 운영하는 분들은 물과 먹거리를 미리 주문해서 비축해 두기를 바란다. 지인들에게도 알려서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사태가 너무 중대하고 확실해서 모이라고 해서 말씀드린다."

ㄱ 집사는 10월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도 그날 일이 생생하다고 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박 목사 대답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청와대에 알려야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박 목사는 "우리 교회에 주신 메시지이기 때문에 조용히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 일로 교회는 큰 혼란을 경험했다. ㄴ 은퇴장로는 "어린 시절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이보다 두려운 이야기가 없다. 노인이 많은 교회라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많은 교인이 쌀과 물을 사두었다고 했다. 자녀가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교인 ㄷ는, 목사 아내 성 씨가 하도 닦달해 자녀가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제주도로 내려오록 종용했다고 했다.

박 목사 아내가 교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러나 몇 주가 지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인들은 잘못된 예언을 전달한 박 목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물었다. 박 목사는 7월 24일, 교인들에게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주일 오후 예배 광고 시간, 박 목사는 아내가 예언 불발로 큰 충격에 빠졌으며 3년 전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성령이 주신 은사도 얼마든지 착각하고 실수해 잘못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잘못하면 사탄이 역사할 수 있다는 결론도 얻었다. 제 아내는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 했다. 이번 일로 아내도 인정했다. 누가 봐도 틀렸으니까. 하나님이 주신 은사면 유익하게 써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예언하기 시작하고 3년 동안 정죄만 받았다.

이번 전쟁 예언은 아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바라는 마음에 여러분에게 전달했다. 신중하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아내의 기도가 여러 사람 앞에서 나오면 입을 틀어막겠다. 내가 없을 때 제 아내가 기도하면, 훈련받는다고 생각해 달라. 그럼 자유롭게 은사를 개발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 교회가 이단이라고 생각하면 교회를 떠나라. 이단 교회에 어떻게 있겠나. 이단 목사 밑에서, 이단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면 안 된다."

박 목사가 교인들에게 이단을 언급한 건, 교인들이 이단성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현 총회장) 소속이다. 교인들에게 전쟁 예언을 이야기한 때에는 B노회 노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박 목사가 속한 예장합동은, 한국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해 물의를 일으킨 홍혜선 씨의 이단성을 조사해 2016년 총회에서 교류 금지를 결의했다.

교인들은 박 목사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박 목사의 해명에도 교회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임목사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품고 있던 의혹이 터져 나왔다. 박 목사의 교회 재정 사용에 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제직회와 공동의회 예결산 보고가 부실해 의심이 쌓여 왔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박 목사가 2015년 1월 완공된 새 예배당 건축 때 횡령 등 재정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인들은 예산 4억 8,000만 원에 대한 집행이 제직회를 거치지 않았으며, 건축위원이었던 박 목사 측근 집사 한 명과 박 목사 둘이서 모든 지출을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A교회에서 진행한 부흥회와 사경회에서 걷힌 헌금도 모두 박 목사가 가져갔다고 했다. 교인들은 단 한 번도 부흥회와 사경회 헌금이 교회 재정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ㄹ 집사는 "박 목사는 원래 부흥회와 사경회 헌금은 목사가 가져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교회 재정 절반은 목사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박 목사를 위한 은급비 지출도 의심하고 있다. 은급비는 제직회 의결이 없어도 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8월 제직회에서, 그동안 지출된 은급비와 적립금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목사는 거절했다. ㄹ 집사는 "오히려 박 목사는 은급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한 교인들 믿음이 없다고 질책했다"고 말했다. 제직들의 재정 감사 요청도 묵살됐다.

A교회 집사 3명은 7월 말, B노회에 전쟁 예언과 재정 비리 등으로 박 목사를 고발했다. 그러나 노회 서기가 소장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인 49명은 9월 18일, 총회에 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날 열린 예장합동 총회 현장 익산 기쁨의교회에 찾아가 박 목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는 10월 1일, A교회에 찾아가 박 목사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박 목사는 "교회 내부 문제는 부부 싸움과 같은 것이다. 외부에 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짧게 말하고, 이후 기자의 질문에 대응하지 않았다.

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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