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작은교회가 희망이다"는 말은 교회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의 슬로건이다. 지나치게 성장만을 강조해 끝을 모르고 커진 교회, 대형 교회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에서 터지는 문제는 단지 목회자 개인 윤리로 치환할 수 없다. 큰 규모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를 양산한다. '작은교회' 운동은 대형 교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교회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크기가 작다고 해서 모두 희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커지려고 하는 작은 교회'는 사실상 대형 교회와 다를 바 없다. 작은교회 운동에 앞장서는 생명평화마당(생평마당·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이정배·한경호)은, 한국교회 대안이 될 수 있는 작은 교회의 특징을 탈성직·탈성장·탈성별을 추구하는 교회라고 정리했다.

생평마당은 '한국적' 교회론을 고민해 왔다. 한국교회는 1970~1980년대 경제와 함께 성장했다. 전쟁과 가난, 이후 급속도로 퍼진 자본주의와 그것이 가져온 물질적 풍요,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이 커지듯 급성장한 대형 교회들. 그리고 횡령과 세습 등 대형 교회에서 고질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들. 한국교회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교회와는 다른 상황 속에 있다. 이 맥락을 파악하고 이 땅에 맞는 교회론을 정립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과제다.

이번에 생평마당이 펴낸 <한국적 작은교회론>(대한기독교서회)은 이런 고민과 노력의 결과다. 한국 상황에서 '희망과 대안이 되는 작은 교회'란 무엇인지 집대성했다. 저자 16명이 탈성직·탈성장·탈성별을 주제로 새로운 교회론을 이야기한다.

본격적인 내용을 살피기 전에, 먼저 이 책에서 '작은교회'가 고유명사라는 점을 이야기해야겠다. 저자들은 '작은교회'를 규모가 작다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작은교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며 나누는 공동체를 말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작은'과 '교회'를 붙여 고유명사로 사용했다.

1인 독재 옹호하는 우상숭배
성직주의에서 벗어난 작은교회

책은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의 글로 시작한다. 주원규 목사가 다룬 주제는 '탈성직을 향한 한 걸음: 대형교회의 해체와 재구성'이다. 주 목사는 대형 교회를 "권력에 취한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영웅", "한국교회를 반세기 동안 지배해 온 망령"이라고 표현한다.

"오염된 교회 탄생의 결정적 요인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카리스마에 의존한 '1인 목사 체제'이며, 다른 하나는 성직자 권력 강화에 당위성을 부여해 준 '성서적 권위주의', 혹은 '문자중심주의'이다. 1인 목사 체제와 문자중시주의, 이 둘은 밀접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36쪽)

교회를 회복하는 길은 탈성직을 통한 대형 교회 해체에 있다. 대형 교회를 해체한다는 의미는 '성직 권력 강화', '열광적 우상숭배', '고등종교의 샤먼화'를 해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형 교회를 유지하던 목사 1인의 카리스마적 지배 체제를 해체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하나님의 권위와 성직자의 권위를 일치하게 하는 전통도 파괴해야 한다.

"대형 교회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성서, 곧 하나님의 말씀에 둔다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대형 교회가 말하는 말씀의 절대 권위는 설교자, 곧 목사의 권위와 동일시하려는 욕망에 포섭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쪽)

"대형 교회의 메시지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중얼거림 속에 있다. 그런데 1인 목사 체제의 강고한 진영 논리에 갇혀 버린 그들의 인식 구조에서 새어 나오는 세상에서의 역할 속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대형 교회 시스템에서 길어 올린 전근대적 성직자 신봉, 1인 독재의 옹호만 되풀이되지 않겠는가. 이 경우 사회와의 불화가 가속화된 사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이웃인 교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42쪽)

생평마당이 발간한 <한국적 작은교회>(대한기독교서회). 뉴스앤조이 유영

대형 교회 해체만이 성직자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 나가는 길일까. 최대광 박사(정동제일교회 부목사)는 '탈’성직-교회': 영성적 수행의 동역자를 향하여'에서 탈성직이라는 대안으로 모색한다. 한국교회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성직자와 교회를 동일하게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수행적 영성'에서 찾는다. 그는 그 방법으로 스승에게 독립한 영성가로 서는 것을 강조한다.

"종교의 목적은 좋은 영성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고, 영성은 내적 성찰과 수행을 통해 신 안에서 세상을 넘어서는 일이며, 사회를 변혁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결코 기복신앙과 근본주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성직-교회(성직자와 교회를 통일하게 여기는 교회 문화 – 기자 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적은교회에서 성직을 넘어서 동일한 수행을 한다는 학생심(學生心)을 가지고 영적 수행의 공동체로 주변의 다양한 수행과 참여 모임과 연대하여 자기를 넘어서, 집단의 개혁으로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곧 영적 수행이란 성직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며, 수행의 깊이와 깨달음에 따라 도움을 주고, 제자는 자립하는 관계이다.

기독교 안에서 성령은 예수를 움직였으며, 또한 이 성령이 제자들을 사도로 거듭나게 했다. 스승이 제자를 만들고 제자가 스승이 되는 것이다. 성직은 영원한 성직이 아니고, 교인은 영원한 교인이 아닌 것이다. '성직-교회'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인 것이다." (138쪽)

평화 전문가가 된 목회자
생명의 길을 찾는 탈성장 교회,
모두의 교회 되려면
여성의 교회 길 걸어야

2부는 탈성장을 추구하는 작은교회를 다룬다. 구체적 모델이 부족한 탈성직 부분과는 달리 탈성장 파트는 대안적 교회의 길을 가는 작은교회가 소개된다. 오세욱 목사(가온교회)의 '풀뿌리 평화 공동체 형성의 걸음'은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과정에 선 교회 모습을 보여 준다.

오 목사는 작은 교회가 존엄과 생존을 지키며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 오 목사가 제시하는 길은 '복음과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정의와 평화를 위한 공공적 교회로서 '지역 인문학 공동체 일구기', '평화 서클 구성자 및 촉진자 되기,' 학교와 지역 등에서 갈등과 폭력을 완화하는 '갈등 전환과 정의 평화 전문가 되기' 등 예를 제시한다. 다양한 세속의 일 가운데 교회와 영성, 종교의 역할과 과제가 어디에 있는가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 몰두해 온 것은 어쩌면 목회자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권위를 구성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탈성장 시대에 목회자는 자신의 존재 가치와 존엄을 어떻게 증명하고 지켜갈 것인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용기 있는 실험, 수많은 기획 공모와 도전 정신은 신자유주의적 종교 시장에 뛰어드는 벤처 기업가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238쪽)

3부 주제는 탈성별이다. 탈성별은 한국교회의 오랜 악습 '성차별'과 '남성중심주의'를 넘어 서기 위한 고민이다. 생명과 평화를 도모하는 교회가 되려면 꼭 성찰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남성 지도자 중심의 교회사를 강조해 왔다. 한국교회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은 외면되었다. 한국교회 문제에 여성이 강조된 것도 최근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쓴 안지성 목사(새터교회)는 '여성의 교회, 모두의 교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성의 교회-섬김', '여성의 교회-다름을 받아들임', '여성의 교회' 약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교회'로 나누어 모두의 교회로 가는 길을 설명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바탕이다. 놀라운 것은 복음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지지하는 가치들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복음은 여성성의 원리들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복음은 섬김이라는 새로운 권위를 드러내고, '옳아라'가 아니라 '사랑하라'고 말하고, 약하고 상처받은 것들이 도리어 행복하다 증언한다." (396쪽)

"여성의 교회는 여성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여성성의 원리, 즉 복음의 원리 속에서 서로 진실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교회다." (397쪽)

"여성의 교회는 여성들이 군림하는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의 교회는 남성과 여성 모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제안이다. 여성의 교회는 모두의 교회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는 결국 어른들을 행복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살도록 하면 모두가 풍요로운 사회가 되듯이, 여성들이 행복한 교회에서는 남성들도 함께 행복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을 돌보고 북돋우어 주면 결국 모두가 다 이롭게 된다. 우리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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