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심찮게 설교 표절 문제로 교회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한 달 사이 전주 D교회와 전주 M교회 목사의 설교 표절이 <뉴스앤조이>에 보도되었다. 한 교회 목사는 최근 1년 반 동안 약 20회 설교를 표절했고, 다른 목사는 1년간 43회나 상습적으로 설교를 표절했다. 이 중 한 교회는 교인들이 양분되어 싸우고 있고, 표절한 목사가 노회에 피소당한 상태이다.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설교 표절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시대가 되었다. 유명 설교자들의 설교 원고를 통째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니, 표절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는 목회자들은 쉽게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매주 해야 할 설교가 많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항상 부족하다. 이 때문에 더욱 설교 표절의 유혹을 받기가 쉽다.

이런 유혹이 많은 시대에 설교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원론적인 대책은 설교자의 도덕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설교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 죄악인가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동차와 같은 물건을 훔치는 것을 심각한 죄로 여긴다. 설교 표절도 이에 못지않게 남의 지적재산을 훔치는 심각한 죄악임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의 차를 쉽게 훔쳐 갈 목사는 없을 것이다. 설교를 표절해서 사용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은 훔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신앙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표절 방지를 위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계가 흔들리는 이유가 이런 기본적인 도덕성이 흔들리는 데 있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동일한 도덕성이 표절 문제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이제 표절 방지를 위한 설교자 자신의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소개하고자 이 글을 쓴다. 왜 설교자들이 표절을 할까. 시간 부족이나 게으름도 이유가 되겠지만 좀 더 파고들면 자신의 말씀 연구 자체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내 설교보다 유명 설교자의 설교가 교인들에게 더 먹혀들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환상 때문이 아닐까. 만약 이런 환상이 사실이라면 설교자는 먼저 이런 헛된 환상을 깰 필요가 있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목회자가 자신의 책에서 과거에 설교를 표절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분이 처음 개척교회를 시작할 당시에는 성실하게 말씀을 준비해서 설교를 했다. 그런데 교회가 점점 성장하면서 교인들을 돌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자 설교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위 유명하다는 목사의 설교를 통째로 갖고 와서 교인들에게 설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유명 설교자의 설교를 갖고 설교를 하면 교인들이 은혜를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교인들의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교인이 찾아와서 "목사님 전에는 설교가 은혜가 되었는데 요즘은 설교에 통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이분은 자신이 남의 설교를 표절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다시는 남의 설교를 베껴서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 설교자의 설교라고 해서 우리 교회에 갖고 와서 설교하면 그 말씀이 우리 교인들에게 최상이 될 수 없음을 알 필요가 있다. 방금 얘기한 분의 경험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교 표절이 도둑질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 표절해서 설교한다면 남의 식물을 훔쳐서 교인들에게 먹이는 꼴과 같은 죄악인 것이다. 이런 곳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겠는가.

이제 설교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설교자 자신의 근본 대책을 좀 나누고자 한다. 그 근본적인 대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성실한 성경 연구'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경 연구를 하되, 성경 해석의 원리에 따라 성실하게 성경을 연구하는 자세를 체질화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세밀하게 읽고, 역사적·문법적·문예적·신학적으로 정확하게 해석하고, 나 자신과 교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깊은 영성으로 체질화해야 한다. 이런 고된 연구를 통해 나온 말씀이 나 자신을 살리고 교인을 살리고 교회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 자신이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경험했던 바이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어린이 사역을 맡았다.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은 감당할 수 있었지만, 학부에서 신학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는 내가 이들에게 설교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말씀을 연구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회학석사(M.Div) 과정에 포이트레스(Vern Poythress) 교수가 강의하는 성경해석학 클래스를 수강한 이후에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성경해석학을 들으면서 성경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를 배우면서 설교를 위한 귀중한 도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성경해석학 클래스는 후일에 필자가 전공한 구약학 연구에도 거의 항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지금 목회학 석사과정의 커리큘럼을 얘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많은 목회자가 신학교를 졸업하면 과거에 공부했던 것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예 덮어 버리고 전혀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 공부한 내용을 시시하게 생각하고 목회를 위한 설교 준비법을 계시를 받듯이 새로이 배우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다 잘못된 생각이다. 훌륭한 설교는 올바른 말씀 해석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특히 설교에 관한한 설교학책만 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신학 교과 전체가 한 편의 설교를 잘 만들도록 구상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중에서 성경해석학과 설교학책들은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참고해야 할 책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떤 목회자들은 QT 방식을 설교에 그대로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 QT의 치명적인 맹점은 '본문이 오늘 내게 주시는 교훈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모두 나타나 있다. 말씀의 해석 과정 없이 말씀을 바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오늘 내게 주시는 교훈이 곧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런 방법이 소위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불트만식 접근인 것이다. 이런 접근은 말씀 해석에 있어서 주관주의를 탈피할 수 없다.

그래서 해결책은 성경해석학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신학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대부분 목회학 석사과정 중에 성경해석학을 배웠을 것이다. 성경 해석 원리에 따라 성경 본문을 성실하게 연구해 보라. 그러면 한 본문에서도 여러 편의 설교를 할 수 있는 풍성한 말씀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성경해석학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성경해석학책들은 성경 분석은 잘하는데, 설교와 연결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성경해석학책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탁월한 설교학책들을 함께 연구하는 것이다. 성경해석학과 설교학이 함께 어울려질 때 좋은 성경 연구 방법을 함께 개발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성경 연구를 위해서 중요한 몇몇 성경해석학과 설교학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하워드 핸드릭스 & 윌리엄 핸드릭스, <[개정판] 삶을 변화시키는 성경 연구>, 디모데, 2014. - 관찰과 적용에 탁월한 책(설교자들은 꼭 읽어야 할 책).
* 루이스 벌코프, <벌코프 성경해석학>,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8. - 성경해석학에 대한 고전적인 책. 일부 내용은 옛날 이론이지만 여전히 해석학적 가치가 높은 책.
* 버클리 마이켈슨, <성경해석학>, 크리스챤다이제스트, 1996. - 벌코프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책.
* 스코트 듀발 & 다니엘 헤이즈, <성경 해석>, 성서유니온선교회, 2009. - 성경해석학을 쉽게 접근한 책임. 최근 해석학 이론까지 업데이트된 저서.
* 더글라스 스튜어트, <구약 주석 방법론: 신학생과 목회자를 위한 지침서>,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4. - 구약 주석 방법에 대한 간결한 주석 안내서.
* 고든 피, <신약성경 해석 방법론>, 크리스챤출판사, 2003. - 신약 주석 방법에 대한 간결한 주석 안내서.
* 해돈 로빈슨, <강해 설교 – 강해 설교 원리와 실제>, CLC, 2007. - 강해설교를 위한 고전적인 책. 특히 본문의 핵심 메시지 파악을 위해 탁월한 책.
* 브라이언 채플,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이렇게 하라>, CUP, 2015. -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위한 탁월한 관찰법 제공.
* 시드니 그레이다누스, <구약의 그리스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이레서원, 2002. - 신구약 연결을 위한 탁월한 저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위의 책들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본문 해석 과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하나씩 다루고자 한다. 신학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들은 이 책들을 거의 다 읽었을 것이다. 위의 책들에 친숙하지 않다면 당장 설교 준비를 위해서 큰 도움이 되는 2권을 소개하자면… <[개정판] 삶을 변화시키는 성경 연구>와 <강해 설교 – 강해 설교 원리와 실제>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책은 소설책 읽듯이 읽어서는 안 된다. 한 면씩 음미하면서 자세히 읽고 실제 성경 연구에 적용해 보길 바란다.

설교자 자신이 성경 본문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면서 설교를 준비하는 습관이 되어야 다른 사람의 설교를 탐하지 않게 된다. 내가 말씀을 묵상하면서 은혜를 체험한 귀중한 메시지를 제쳐 두고 다른 사람의 설교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성경 본문을 평소에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는 훈련은 목회자에게 가장 소중한 부르심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먼저 성경 본문을 통해서 설교자가 분명한 메시지를 깨달을 때까지 2차적인 자료들은 될 수 있으면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말씀을 반복해서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나와 교인들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떠오를 때까지는 주석이나 다른 서적이나 다른 설교자의 설교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본문으로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발견하기까지 가능하면 기본적인 도구들인 원어 사전, 성경 사전, 신학 사전, 성경 지도, 관주 성경, 성구 사전, 다양한 번역본들과 같은 도구들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기본적인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설교를 베끼고 싶은 유혹을 훨씬 적게 받게 될 것이다. 이런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게 된다면 웬만한 다른 설교자들의 연구보다 본문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하면서 성경 본문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분명한 메시지의 아우트라인을 만들 때까지는 다른 2차적인 자료를 보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건대 표절의 유혹을 받는 설교자들은 이런 고된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설교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고 본다. 이런 주석 과정을 통해서 얻은 귀중한 본문에 대한 통찰은 결코 다른 설교자의 설교들… 그가 얼마나 유명한 설교자이건 상관없이 바꾸고 싶은 마음이 결코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명 설교자의 설교라고 해서 주석학적으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느 유명 설교자는 거의 매주 설교에서 주석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일반 청중들은 잘 모르지만 성경해석학을 전공한 사람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오류들이다. 그러므로 유명 설교자의 설교가 항상 좋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헛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성경 해석의 과정을 통해서 메시지의 아우트라인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에는 2차적인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 2차적인 자료를 사용할 때부터 설교자는 표절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2차적인 자료 사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2차적인 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설교는 그야말로 내용이 빈약한 마른 뼈다귀와 같은 설교를 할 수 있다. 필자의 목회 경험을 돌이켜 볼 때 2차적인 자료를 될 수 있으면 많이 보는 것이 설교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사용할 때는 출처를 분명하게 밝히면 된다. 표절의 문제는 출처를 밝히지 않는 데 있다. 출처만 밝힌다면 다른 사람의 자료를 사용하는 데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아니, 다른 사람의 좋은 자료를 적극 사용하길 권장한다. 그래야 설교가 풍성해질 수 있다.

주석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중요한 표현이나 사상을 갖고 오게 되면 그 출처를 간략하게 밝히고 인용하면 된다. 다른 사람의 책을 사용했다면 그 책의 저자를 간단하게 언급하면 된다. 다른 설교자의 설교에서 통찰을 얻었다면 그 설교자에게서 인용한 사실을 밝히면 된다. 표절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데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사용하면 그에게 크레디트을 주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표현이나 사상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하는 것이 표절인 것이다. 이 간단한 원리를 이해한다면 설교 표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김진규 /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 <히브리 시인에게 설교를 배우다>(생명의말씀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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