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반연과 장신대 총학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습하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해체되어야 한다."
"세습을 어찌 '합병이다', '청빙이다' 하며 거짓을 꾸미려 하는가. 주께서 비웃으실 것이다."
"신사참배가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일이 됐듯, 세습도 하나님나라 역사의 수치스런 일로 기록될 것이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회관에서 울려 퍼졌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와 장신대 총학생회는 10월 18일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소속이다.

세습 반대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교회 세습은 성경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않다며 명성교회 세습 시도를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방인성 공동대표(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 시간을 빌어 간곡히, 간절히 호소드린다. 명성교회는 세습 반대 호소를 듣고, 즉각 철회해 주기를 바란다. 세습을 강행하면, 성서가 말하는 교회가 아니게 된다. 세습 시도를 멈춰 달라"고 했다.

장신대 학생도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윤관 총학생회장은 "명성교회의 행보가 과연 니케아 신조의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지향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사유화할 수 없다. 교회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기에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사고팔 수도 없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교인들을 향해서도 호소했다. 그는 "믿음의 성도들께 간곡히 요청한다. 부디 교회를 교회될 수 있게, 성경적 판단과 선택을 내려 세습을 막아 달라"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예장통합 소속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도 참석했다. 김 목사는 세반연이 진행한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사랑누리교회 교인 103명은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는 특정인이나 교인들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며 세습 시도를 멈춰 달라고 했다.

"명성교회 측에서는 왜 남의 교회 일에 간섭하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과 한국교회, 세상을 섬긴다는 명분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간섭하지 말라 한다. 이해가 안 된다. 명성교회는 특정인이나, 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다. 국내·세계·특수 선교 사역에 동역하는 모든 이의 것이다. 하나님나라로 인도될 모든 이의 것이다. 피조물 전체의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사유화하여 개교회 것으로 만들려 하는가. 추진하는 세습은 관련된 모든 이들을 부끄럽게 할 뿐이다. 간절히 요청드린다. 세습 시도를 멈춰 달라."

꼭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여야만 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득훈 공동대표는 "왜 김하나 목사가 담임으로 와야 명성교회가 유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왜 다른 사람은 오면 안 되는가. 그만한 인물이 없는가. 그보다 귀한 인물이 없다는 말인가. 찾아보기는 했느냐"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올해 3월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공동의회 투표 당시 교인 74%가 찬성하고, 나머지 26%는 반대했다. 박 목사는 "당시 김삼환 목사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권했는데도 교인 26%가 반대했다. 김 목사와 명성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알아차려야 한다. 명성교회가 세습 시도를 즉각 철회하면, 세습을 도모하던 교회들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세습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세반연은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지금까지 5,053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10월 24일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리는데, 그때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예장통합 임원회를 찾아가 성명과 세습반대 서명지를 전달했다.

변창배 사무총장을 만난 방인성 공동대표는 "명성교회 세습을 불허해 주고, 꼭 좀 막아 달라. 명성교회가 살고, 예장통합이 살고,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세습을 강행하다니, 노회를 흔들고, 총회를 흔들어서 되겠는가.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변 사무총장은 "뜻은 이해한다. 수고 많으셨다"고 짧게 답했다.

기자는 변 사무총장을 따로 만나 총회 차원에서 명성교회에 세습 반대 의사를 전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그 문제에 있어서는 102회 총회 때 (최기학) 총회장님이 확인해 줬다. 기준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노회가 처리할 것이다. 총회에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102회 총회 기자회견 당시 최기학 총회장은 "한국교회를 향한 시대적 요청이나 정신과 같이 가야 한다. (세습방지)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사진 왼쪽)은 세습방지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102회 총회 당시 김삼환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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