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자유교회'의 관점으로 바라본 종교개혁을 설명하는 포럼을 마련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와 칼뱅 등 주류 종교개혁가들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종교개혁가들은 당시 부패한 로마가톨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들이 세운 교회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로마가톨릭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역사신학회와 침례교신학연구소가 10월 17일 주류 종교개혁가 관점이 아닌 '자유교회' 관점에서 바라본 종교개혁을 소개하는 포럼을 열었다. 김승진 박사(침례신학대학교 교회사)가 자유교회의 개념, 주류 종교개혁가들의 한계를 설명했다.

"한국교회에 다소 생소한 개념인 '자유교회'는 '국가교회'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유교회는 국교 체제의 교회를 반대하며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강조한다. 이들은 교회를 국가권력과 무관한 순수한 신자들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핍박받으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머리로 하는 '신자들의 공동체'를 교회로 본다."

김승진 박사는 자유교회 특징으로 국가와의 분리와 유아세례를 주지 않는 것을 꼽았다. 당시 주류 종교개혁가들은 크리스천 시의회 의원들의 후원과 지지를 받았다. 이후 루터교가 독일·덴마크·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에서 국교 지위를 유지하는 등 교회와 국가가 공생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는 유아세례가 국가와의 결탁을 의미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 신고를 하는 동시에 교구 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으며 교적 신고를 했다. 김 박사는 유아세례가 국가와 교회를 이어 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셈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세례는 오직 회개하고 예수를 믿은 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 분명한 신자에게만 베풀어야 한다. 그러나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주류 종교개혁가들이 세운 교회는 아직까지도 유아세례를 베풀고 있다. 이는 교회와 국가가 결탁하기 이전의 초대교회 모습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승진 박사는 주류 종교개혁가들이 이룬 종교개혁의 한계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국가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워 가는 자유교회의 대표적인 예는 '재세례파'로 불리는 '아나뱁티스트'다. 아나뱁티스트들은 국가교회에서 주는 유아세례를 거부하며 시작됐다. 성인이 되어 신앙고백을 하면서 받는 세례만 유일한 세례라고 주장해 재세례파라는 호칭을 얻었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김복기 총무는 신앙을 이론이 아닌 삶으로 살아 낸 아나뱁티스트들이 교회를 대하는 태도를 소개했다. 아나뱁티스트들은 제자도를 중시한다. 제자도란 교회 안에서 훈련받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 밖 실제 삶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김복기 총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이러한 주제들을 우리 교회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믿음은 관념이 아니고 삶이다. '믿음=삶'이라는 명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오로지 교회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김복기 총무는 한국교회에 낯선 '아나뱁티스트'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아나뱁티스트 가치관을 사회에 널리 알린 그룹은 '아미쉬'다. 김태식 겸임교수(침례신학대학교 교회사)는 아미쉬 공동체 일화를 소개했다. 16세기 유럽의 재침례교 분파에서 시작한 아미쉬는 사회와 분리돼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아미쉬는 재침례교인이라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핍박당하자,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하다 미국으로까지 이주하게 됐다.

2006년, 한 남성이 아미쉬 마을에 들어와 여자아이 5명을 쏴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피해자 부모들이 가해자의 빈소에 찾아가 부조하고 그를 용서한다고 말해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줬다.

피해자 부모들이 가해자를 용서한 것은 아미쉬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비폭력 평화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약에서 예수가 말하고 행한 모습을 삶의 진리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해한 사람에게도 복수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위해 기도한다.

김태식 교수는 아나뱁티스트의 한 분파인 아미쉬를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김태식 교수는 아미쉬는 말이나 강요가 아닌 삶으로 그리스도가 명령한 신자의 삶을 공동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 구원은 확신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매일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표 후 한 참가자는 "예수는 제자들에게 세상 속으로 들어가 살라고 하셨다. 세상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아미쉬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또 검소하고 순종하는 삶을 강조하며 율법을 지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태식 교수는 "이들은 다른 기독교인들과 달리 말씀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미쉬 공동체가 율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무엇을 위하여 그 삶을 살고 있는가 보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율법학자들과 달리 예수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교회 관점에서 본 종교개혁'을 주제로 한 발표회는 10월 30일 오후 6시 30분, 대전 침신대 글로벌비전센터 아가페홀에서도 열린다. 남병두 박사(침신대)가 '초기 아나뱁티스트 운동과 종교 자유 사상', 전인수 박사(KC대)가 '환원 운동과 그리스도의 교회', 안희열 박사(침신대)가 '주류 종교개혁가들과 아나뱁티스트들 간의 선교 사상의 차이점'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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