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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시무한 교회 미련 없이 떠난 목사, 왜?
[인터뷰] 들꽃푸른샤론교회 엄인영 목사 "목회자, 예언자 역할 감당해야"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7.10.13 19:41

전남 광양에서 목회 중인 엄인영 목사.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을 비판하는 설교를 하다 장로들과 갈등을 겪었다. 엄 목사는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목사님 왜 자꾸 그런 설교하십니까", "큰일 납니다, 잡혀갑니다", "왜 새누리당만 깝니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예배를 마치고 당회실로 온 목사에게 장로들이 다그치듯 말했다. 은혜가 되는 말씀은 전하지 않고, 매번 '정치적' 설교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목사 같았으면 "주의하겠다"고 넘어갔겠지만, 엄인영 목사(들꽃푸른샤론교회)는 물러서지 않았다.

"막말로 내가 민주당입니까. 정치할 생각 전혀 없어요. 목회자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성경 말씀을 대언한 겁니다. 미가서, 아모스서 읽어 보세요. 지금 한국 현실과 너무 똑같아서 전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낼 동안 엄 목사는 설교 문제로 장로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장로들은 세력을 규합해 엄 목사를 질타했다. 교회에 부임한 지 10주년이 되던 2014년 말, 엄 목사는 제 발로 교회를 나왔다. 더 이상 목회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강산이 변할 동안 교회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부임했을 때 교회에 빚이 10억 정도 있었는데, 모두 청산했다. 교인도 4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

엄 목사는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아무 조건도 없이, 미련도 없이 교회를 떠났다. '전별금' 주겠다는 장로들을 엄 목사는 큰소리로 나무랐다.

"장로님들이 무슨 권리로 전별금을 주겠다는 겁니까. 제직회라도 열었습니까. 이런 것 하지 말라고 내가 설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엄 목사는 조용히 교회를 떠났다. 그 사이 교회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젊은 집사들을 중심으로 '장로 재신임' 투표 운동이 전개됐다. 장로들이 무고한 목사를 내쫓았다며 반발한 것이다. 그러나 장로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교인 300명이 교회를 뛰쳐나왔다. 전남 광양읍에 들꽃푸른샤론교회를 세웠다. 교인들은 단체로 마산에 있던 엄 목사를 찾아가 담임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엄 목사는 고심 끝에 수락했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들꽃푸른샤론교회 '비전'이기도 하다.

△성경 66권을 한 권도 빼지 않고 기록된 원목적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교회 △성경의 연대기순으로 전하는 대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 위에 서는 교회 △역사의 고난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는 교회 △교권주의, 기복신앙, 신비주의, 그리고 방언 기도를 배격하는 교회…. 교회 지붕에는 비전 내용이 담긴 큰 간판이 설치돼 있다.

들꽃푸른샤론교회에서 2년 가까이 시무 중인 엄인영 목사를 10월 7일 만났다. 엄 목사는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설교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 목사는 원칙주의자다. 원칙은 '성경'에 기반한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설교하고 목회한다.

만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을 비판하지 않았다면, 장로들의 요구를 들어줬다면, 무난하게 목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 목사는 장로들이 요구한 은혜가 되는 말씀, 즉 잘 믿으면 복 받는다는 식의 설교는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목회자의 길을 가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네요.(웃음) 만약 서울에서 이런 설교를 했다면 당장 잘렸을 겁니다. 애당초 '역사의식' 가진 목사는 청빙도 안 하겠지만요. 광양이다 보니 이 정도 하는 거죠. 정권이 불의를 저지르면, 목사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비판해야 합니다. '정치 목사', '빨갱이'로 낙인찍힐 수 있죠.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장로들, 교인들 입맛에 맞춰 가며 목회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성경의 가르침에 기반해 설교하고 목회하면 됩니다."

엄인영 목사는, 목회자가 제사장뿐 아니라 예언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예언자적 사명을 실천할 경우, 목회직을 잃거나 교회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엄 목사는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말 쉽지 않지만, 목회자가 예언자 역할을 해야 해요. 그러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죠. 고난도 각오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 목회자가 그 역할을 안 하려고 해요. 몰라서 안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교회는 지금 너무 우측으로 편향돼 있어요. 오직 복음주의 테두리 안에 머물면서 '복음, 복음, 복음' 그러고 있어요. 목회자들이 역사의식에 대한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엄 목사는 인터뷰 내내 '성경'을 강조했다. 목회자는 '성경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어른들'에게서 보고 배웠다. 서울 이촌동교회를 세운 이연호 원로목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목사는 1945년 서울 서부 이촌동에 교회를 세웠다. 넝마를 줍는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평생 빈민 목회를 했다. 엄 목사는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신학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셨다"고 회상했다.

홍익교회 김태복 원로목사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엄 목사는 "김 목사님처럼 부교역자에게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신 분은 없을 것이다. 목사이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김 목사님으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엄인영 목사는 교단 정치에 관심이 없다. 성경 공부하고, 목회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엄 목사는 목회자들이 정치할 시간에 '성경'을 읽으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는 성경 전문가가 돼야 한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한 권도 빼놓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 성경에 담긴 진리를 부각할 줄 아는 목회자가 절실한 때다. 세상이 암울하고 복잡해질수록 특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엄 목사의 목회 방식은 독특하다. 심방이나 상담보다 성경 공부에 집중한다. 주일예배 설교는 성경 연대기순으로 한다. 교인들이 성경을 헷갈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일 오후에는 교인들과 함께 1시간 30분 동안 성경을 통독한다. 엄 목사는 "통독할 부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다음 통독한다. 설교 100번 하는 것보다 교인들이 은혜를 훨씬 많이 받는다. 교인들은 성경 가지고 씨름하게 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수요일에는 주일 오전 설교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한다. 새벽 기도회 시간에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연대기순으로 말씀을 전한다.

전도나 양육 프로그램이 없지만, 교회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50~60명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엄 목사는 교인 수가 늘어나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처음 교인들과 모였을 때 '목회 방향에 협조, 동의해 줄 사람만 있어 달라.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교회 가도 좋다'고 했어요. 전혀 교인 숫자에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100명 안팎만 되면 좋겠어요.(웃음) 교인들에게 500명 되면 교회 나누자고 했어요. 우리만 성장하지 말고 같은 DNA 가진 공동체를 만들자 했죠. 그게 하나님이 원하는 교회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생명체거든요. 생명체는 어느 시기가 되면 성장이 멈추죠. 만일 성장이 안 멈추면 '괴물'이 되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대형 교회는 교회가 아니고 괴물이죠, 괴물. 몇 년 전부터 작은 교회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나 작은 교회가 대형 교회를 지향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소소할지라도, 성경의 진리를 추구할 줄 아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들꽃푸른교회는 교인 수는 300명이다. 엄 목사는 500명이 넘으면 분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근 보수 개신교가 앞장서 반대하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엄 목사는 동성애와 동성혼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동성애를 인정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잘못 창조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엄 목사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가지고 씨름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적폐 세력이 국정 농단을 벌였는데, 이를 향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반동성애 운동이) 작동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동성애는) 정말 지엽적이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봐요. 나 역시 동성애를 반대하나, 지금 우리가 주목할 건 국정 농단 세력을 척결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동성애를 침소봉대해서 한국 사회가 무너지는 양 호들갑을 떱니다. 동성애자를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네요.

걱정되는 건 (동성애를) 침소봉대하는 사람들, 분탕질하는 목사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피해를 입을 것 같아요. 병든 한국교회가 동성애자들을 못살게 굴고, 화풀이하고 있다는 반감도 확산되는 것 같고. 가뜩이나 신뢰도도 가장 낮은데 큰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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