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CBS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루터 로드'를 제작했다.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과 싱어송라이터 제이미스톤즈,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남기평 총무와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가 출연한다. '다시 쓰는 루터 로드'는 종교개혁사를 돌아보며 동시에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를 짚어 보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1년 반의 제작 기간을 거쳐 10월에 전파를 탄다.

CBS는 9월 27일 서울 도화동 빕스 해링턴플레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작 과정 및 다큐멘터리 주요 메시지를 소개했다. 네 명의 출연자와 연출자 박유진·반태경 PD, CBS 정재원 선교TV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다큐멘터리는 △돈과 권력 △말씀과 실천 △프로테스탄트 등 총 3부작이며, 네 명의 출연자가 올해 4월, 열흘간 독일 종교 사적지를 탐방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500년 전 종교개혁사가 지금의 한국교회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비텐베르크 시 교회에서는 현재까지도 목회자를 청빙할 때 교인 대표뿐 아니라 시의회 대표까지 참여한다. 열려 있는 청빙 문화는, 목사 청빙을 '공공의 사안'으로 여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서울에서는 교회가 어디 있는지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십자가가 즐비해 있지만, 정작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토르가우 성채 교회는 위치를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루터가 목숨을 걸고 찾아간 보름스의회 터를 보며,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간직하고 세월호 가족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한국의 개신교인들을 찾는다.

왼쪽부터 제이미스톤즈, 최주훈, 남기평, 다니엘 린데만. 사진 제공 CBS

남기평 총무는 "청년이 교회를 많이 이탈한다. 윤리적 문제도 있겠지만,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세대 간의 문제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교단은 정책조차 없는 실정이고, 청년들은 개신교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이번 다큐를 통해 개신교 태동 당시에는 지금처럼 후지지 않았고, 개신교인이 사회의 지탄받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미스톤즈는 "처음에는 루터에게 별다른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가 싸워온 것을 찾아다니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게 됐다. 루터가 바르트부르크에서 성서를 번역할 때 '혼돈의 숲에서 십자가의 빛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나 또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이미스톤즈는 다큐멘터리 촬영 후 세월호 안산 합동 분향소 등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다니엘 린데만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은 중국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절도 많고 산도 많을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십자가가 정말 많았다. 공부를 하게 됐고, 한국과 개신교가 굉장히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점에서 한국 풍경이 인상 깊었다. 독일은 북쪽에 개신교, 남쪽에 가톨릭이 있지만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같은 기독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인이지만 그동안 종교개혁과 마르틴 루터 정도만 알았다. 이번 여정에서 마르틴 루터를 통해 프로테스탄트라는 용어의 의미를 배웠다. 나 또한 무언가 잘못되고 있을 때 '프로테스탄트'의 용기를 지녀야 된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주훈 목사는 "오늘날 개신교가 게토화된, 반사회적인 종교로 이야기되는데, 500년 전 교회는 게토가 아니라 사회와 함께 숨을 같이 쉬고 나누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오늘날 독일 교회는 망해 가고 있다"고 하는 데 대해, 최 목사는 "독일 교회의 주일 참석 인원은 상당히 적다. 분명히 적다. 그러나 주일 출석 인원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는 없다. 독일 사회와 복지, 법, 정치, 학술 등 많은 부분에 기독교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단순히 주일 출석 여부를 떠나 무엇이 '기독교적'이라는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마곳 카스만(독일개신교연합), 한스 카르쉬(루터교세계연맹) 등 독일 현지 신학자와 목회자를 비롯해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 등도 인터뷰어로 나온다.

박유진 PD는 "목사에게 집중돼 있는 교권주의, 세습, 대형화,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짚었다. '기독교방송'이라는 이름을 걸고 교회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처가 곪기 전에 도려낸다는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반태경 PD는 "개신교인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내용이 많다. 초대형 장로교회의 세습 또한 심도 있게 다뤘다. 이제 개혁의 대상이 된 한국 개신교 내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제작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다시 쓰는 루터 로드'는 10월 13일부터 매주 금요일 낮 1시, CBS에서 방송된다. 내레이션에는 CBS 김현정 앵커와 변상욱 대기자 등이 참여했다. 1부 돈과 권력(10/13), 2부 말씀과 실천(10/20), 3부 프로테스탄트(10/27)로 구성되며 유튜브로도 다시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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