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여성신학회·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23개 기독교 단체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102회 총회의 동성애 관련 결의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장통합 102회 총회는 동성애자 및 동성애 지지자들의 임직을 금하고교단 소속 신학교 입학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결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더 이상 한국교회가 성소수자 혐오 감정을 이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성 지향성은 찬반 혹은 옹호·비난의 사안이 아니다 △성소수자 혐오 감정을 이용해 보수 정치 세력을 재생산하려는 시도를 규탄한다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이 교회·교단·신학교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에 대한 교회 차원의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 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 결혼 합법화 반대"에 대한 여성 신학자들의 입장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2차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과 이에 따른 헌법 개정 결의안을 비롯한 각 교단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정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다양성과 차이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들로서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존재의 다양성과 차이는 사회의 차별과 배제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다운 존중을 받지 못한 채 혐오 대상으로 차별과 고통 속에 살았던 죄인들, 과부들, 장애인들, 이방인들, 바로 이들 곁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습니다. 그는 정결과 부정, 거룩과 세속의 폭력적 경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이름과 율법으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던 이들의 죄악을 하나님의 빛 아래 드러내셨습니다. 그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모든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참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폭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생명 창조 역사의 파트너로 초대받았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거룩의 기준은 교회법이나 교단의 교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 단순하고도 준엄한 명령에 있습니다. 다수의 지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의 이웃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는 교회는 결코 거룩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 그 가운데서도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으며, '평화'라는 이 시대의 부름에 응답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이번 헌법 개정 결의안을 통해 "거룩한 교회,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주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교회법이 하나님 사랑의 법과 사역보다 더 우선되지 않음을 강조했던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교회여성들과 여성신학자, 여성목회자들의 분명한 뜻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을 인정한다.
둘째, 성지향성은 찬성·반대 혹은 옹호·비난의 사안이 아님을 확인한다.
셋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감정을 이슈화하여 교권과 보수 정치의 세력을 재생산하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
넷째, 어떠한 사람도 성소수자의 인권과 하나님의 자녀 됨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교회, 교단, 그리고 신학교 내에서 차별받는 것에 반대한다.
다섯째,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성숙한 이해와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다.

2017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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