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주요 장로교단 102회 총회가 끝났다. 총회에는 노회가 파송한 총대들이 참여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에는 1,640명,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에는 1,500명,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윤세관 총회장)는 682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이 많은 총대 중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각 교단 여성 총대 수를 조사해 봤다. 여성 할당제를 시행 중인 기장에는 전체 총대의 8.2%(56명)가 여성이다. 기장 교단에 속한 전체 여성 교인 수는 14만 1,681명이고, 남성 교인 수는 9만 9,937명이다. 교인 수로 보면 여성이 1.4배 많은데 총대 수는 남성이 훨씬 많다. 

예장통합도 기장과 사정은 비슷하다. 여성이 총대가 될 수 있는 예장통합은 전체 총대 1,500명 중 17명이 여성이었다. 전체 총대 가운데 1.1%밖에 되지 않는다. 예장통합은 2016년 통계 결과 남성 교인 수는 116만 3,202명, 여성은 156만 7,698명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40만 4,496명 많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02회 총회에서 간식 부스를 지키는 여성 교인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은 총대 1,640명 모두 남성이다. 교단에서 여성 목사·장로 안수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총회에 보고된 전체 교인 수는 276만 4,428명. 예장합동은 교단 차원에서 여성 교인 수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다. 절반이 여성이라고 가정하면 138만 2,214명에 이르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총대는 단 한 명도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김상석 총회장)·합신(예장합신·박삼열 총회장)도 예장합동과 마찬가지다. 두 교단 모두 여성 총대를 인정하지 않는 까닭에 총회에는 남성 총대들만 참석한다. 예장고신은 여성 집사가 7만 6,456명으로 남성 집사 3만 9,361명보다 3만 7,095명이 많다. 역시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 총대는 한 명도 없다. 

전문가들은 교단 내 남성 중심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여성 총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은희 소장(한국알트루사)은 수십 년 전에도 여성 총대 부족 현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교회 인구 절반이 여성인데 (교회 안에) 그들을 대표하는 여성이 없다. 제도적으로 아예 못하게 돼 있는 곳도 많으니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 총대가 있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남성화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보수적이긴 한데 교회 목사들은 사회 변화보다 더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현재 교수(서울시립대·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여성 총대 수가 이렇게 불균형하다는 것만 봐도 이미 교회 내 권력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남성 우위인 점을 알 수 있다. 작지만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 목소리는 다 묵살하고 여전히 사랑·조화라는 이름으로 기존 권력관계를 유지하려는 게 보인다. 이런 현실은 여성과 청년을 교회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2회 총회장에서 여성 교인들이 도시락을 나눠 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나마 여성 총대들이 있는 예장통합·기장 총회는 여성 관련 헌의안이 논의됐다. 예장통합 102회 총회는 '여성 할당제'를 통과시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안건으로 올라온 여성 할당제는 노회 별로 여성 총대 1인을 파송해야 한다는 제도다. 이 헌의안 통과로 예장통합은 내년 총회에서 여성 총대 67명을 확보했다. 

2016년 101회 총회에도 여성 할당제가 헌의안으로 올라왔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는 총회 기간 마지막 날 논의됐다. 이미 총대들 중 상당수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최기학 총회장이 "(헌의안이) 매년 올라오는데 1명 정도는 해 주자"고 말해 결국 통과됐다. 

그뿐 아니라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적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의무 교육안도 통과됐다. 예장통합은 국내선교부가 청원한 '성적 비행 의무 교육 및 교육과정 개발 연구위원회 조직' 청원 건을 통과시켰다. 2018년 봄 노회부터 노회 소속 목사·장로와 목회자 후보생 등을 대상으로 '성적 비행 예방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는 '교회 성폭력 특별법', '목회자 성 윤리 규범 제정' 등 굵직한 헌의안을 올렸다. 하지만 102회 총회는 두 안건을 논의하지 못하고 '정회'한 상황이다. 한신대학교 총장 인준안, 교단 산하 아카데미하우스 처리 과정 등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기 때문이다. 기장 102회 총회는 10월 20일 군산성광교회에서 속회해 나머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성 총대를 인정하지 않는 예장합신에서는 올해 또 한 번 '여성 목사 안수 불가' 확인을 결의했다. 신학연구위원회는 "여성 안수 문제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 창조 질서의 근간에 속한 문제다. 성경은 여성을 목사로 세우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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