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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특수학교, 양보할 사안 아냐"
[인터뷰]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교육개혁 과제와 교회의 역할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9.24 13:40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엄마들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9월 5일 강서구 특수학교 주민 토론회 현장이다.

장애인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에 특수학교 신설을 호소하고 있다. 특수학교가 수요보다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지역 안에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가 없어, 새벽에 일어나 1~2시간씩 차를 타고 장거리 통학한다.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은 현재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주민 토론회를 열었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첫 번째 토론회는 반대 주민들의 항의로 시작도 못한 채 파행됐다. 두 번째 토론회는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들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아무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2차 토론회 이후로,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8명은 9월 13일 "특수학교에 관심 갖지 못한 점에 반성한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9월 21일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장애아가 더 먼 학교를 다녀야 하는 세상은 거꾸로 된 세상이다"며 "특수학교를 필요한 만큼 지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 달라"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의지 또한 확고하다. 조 교육감은 9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타인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중요시하는 개신교가 장애인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희연 교육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장애인 문제에 개신교도 관심을 보여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기독교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안다.

교계에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맺어 온 분이 많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에서 기독학생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기독교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나라에 대한 이해가 있다. 매주 교회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형님 두 분이 목사다. 일요일에는 가까운 목사님들이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소개한다. 굳이 기독교인이냐 비기독교인이냐 구분하고 싶지 않다. 그것보다 '하나님나라' 정신을 실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교계도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이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장애인 학교를 설립한 대표적 모델 밀알학교를 방문했다고 들었다.

개신교가 가장 숭고하게 여기는 정신이 타인을 향한 사랑이자 헌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웃 장애인을 위해 교회가 많은 노력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에, 교육계의 한 사람이자 시민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은 많은 재원과 노력, 시간 등이 필요한 일이다. 밀알학교처럼 교회가 직접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 주면 우리로서는 감사하다. 반면, 장애 학생을 위해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야 하는 주체가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인데,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장애 학생을 위해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이 장애인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적 활동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교육부나 교육청이 노력할 때, 개신교도 많이 도와주시길 당부드린다.

- 교육감이자 사회학자로서,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교육 문제나 부동산 문제는 오늘날 사람들이 지닌 물질주의 욕망이 작렬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서진학교 문제도 사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실제로 관련 업자들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아파트 가격이 2,000만 원 하락하고, 한방병원이 들어서면 5,000만 원 상승한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이런 물질주의 욕망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한국 사회가 물질주의 욕망을 토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개신교는 이러한 욕망을 초월하라고 요구하는 종교다. 물질주의를 극복하는 데 개신교가 큰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

- 최근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방병원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진학교는 현재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정에 문제는 없는가.

김성태 의원이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더 이상 한방 병원을 추진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는데,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입장을 바꾼 듯 싶다. 혼선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분이 있다.

특수학교 설립의 시대적 당위성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특수학교 설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님비 같은 집단 행동을 용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대 전환이 일어나는 것 같다. 특수학교와 집값 하락 또한 전혀 상관없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입증되고 있다.

서진학교 추진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주민들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 현재 설계 공모 접수가 완료되고 설계 작품을 선정하는 단계다. 2018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1월 계획대로 착공한다면, 2019년 3월 개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김성태 의원은 9월 12일 보도 자료에서, 서진학교를 대체 부지에 건립하는 안이 성사 단계까지 갔는데, 서울시교육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무산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세 차례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모두 공진초 폐교 부지에 설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진초 인근 주민 반대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강서구 내 대체 부지를 알아봤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이후 김성태 의원 측이 2016년 10월, 대체 부지로 마곡 지구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월, 서울시에 마곡 지구 특수학교 설립 용지가 있는지, 특수학교 부지 확보를 위해 도시계획 시설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서울시는, 교육청이 공진초 폐교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이 어렵다고 결정하면 교육청이 요청한 위치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답은 없었다. 부지를 제공받더라도 용지 용도를 변경하는 데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우리는 대체 부지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올해 3월 3일 '마곡 지구 대체 부지 확보 검토 중단 요청' 건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되면서, 대체 부지 논의를 중단해야 했다.

조 교육감은 오늘날 사람들이 물질주의 욕망이 교육 문제나 부동산 문제에 표출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반대하는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주민 편의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인가.

주민들과 소통은 교육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수학교가 주민들이 애용하는 시설이 돼야 장애인 교육도 잘 된다.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며 편의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밀알학교처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나 도서관 등이 있다. 유아와 관련한 시설도 고려 중이다. 파주에 있는 '지혜의숲'처럼 도서관과 카페를 병행하는 시설도 참고하고 있다. 아주 멋진 독서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델들을 검토하고 있다.

-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이미 한 곳 있다. 그런데도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더 필요한 이유가 있는가.

강서구 지역은 특수학교 수요가 높은 곳이다. 장애가 심한 중증 장애 학생들이 구로구까지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서구에 있는 교남학교도 학급당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학교 신설이 시급하다.

현재 서울시에는 특수학교가 30개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 내 장애 학생은 다른 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양천구만 해도 장애 학생 175명이 마포구·구로구·강서구에 있는 학교로 통학한다.

- 9월 5일 강서구 특수학교 주민 토론회에서 "특수학교는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모든 학생은 교육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장애 학생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장애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문제에서 어려움을 당했다. 특수학교가 오랫동안 신설되지 않고 학급당 과밀 현상이 심각했다. 교육 여건이 열악했다.

특수학교는 '학교'다. 기피 시설도 혐오 시설도 아니다. 인간의 생존권·기본권과 관련한 기관이다. 특수학교를 '특수'하게만 보지 말고 그저 '학교'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다행히 이번 서진학교 이슈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많은 국민이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고 성원하고 있다. 이에 감사드린다. 서울시도 특수학교 추가 설립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해 주겠다고 했고, 교육부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지원하곘다고 밝혔다.

- 올해 교육감 취임 3주년 기념 행사에서 '통합 교육'을 강조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통합 교육만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추구하는 '통합 교육'이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내년이면 교육감 임기가 끝난다. 남은 임기 동안 '통합'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교육 현안을 다루고자 한다. 마치 성적 우열을 기반으로 교육을 분리하듯이 소수가 다수를 분리하거나, 장애·인종·문화·국적·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다수가 소수를 분리하는, 교육 통합의 저해 요소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며, 특수학교는 양보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바야흐로 '진보 교육감' 시대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교육감이 되기 전에는 운동가, 교육가였지만 지금은 행정가이기도 하다. 특별히 교육 영역에서는 중속도(中速度)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사고 폐지와 관련해서도 교육감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법리적 해석과 관련한 부분은 교육청이 주도면밀히 검토했다.

오히려 지난 정권 때 자사고 폐지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씨름해 왔기 때문에 그 동력이 지금까지 왔다고 본다. 자사고 폐지가 새 정부 공약이 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현재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를 어떻게 실현할지 연구하고 있는 걸로 안다.

교육제도와 관련해서는 대중과 운동가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다. 예를 들어, 수능 절대평가 제도는 진보적 교육 공동체 안에서는 상식이지만 시민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결국 저항과 혼란이 우려돼 1년 유예하고 국가교육회의로 의제를 넘기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그런 결정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교육부장관의 고충이 이해된다.

물론 대중 인식에 머무르면 개혁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 긴장 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통합 교육의 주요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사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실질적인 평등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 3월 고등학교 지원 방식을 '선지원 및 후추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점은 100% 공감한다. 자사고 개혁은, 특목고·자사고·외고 동시 전형과 '선지원 및 후추천' 방식을 결합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그 방향은 확고하다. 내년 3월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줘야 한다. 공식적으로 교육부에 요청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남은 쟁점으로는 교육부 주도로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각 교육청 재량에 맡길 것인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 문재인 정권이 꼭 이뤄야 할 교육개혁 중 으뜸으로 꼽는 것은.

대학의 극심한 서열화와 고등학교 서열화 체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해체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과잉 입시 경쟁을 해결할 수 있다. 통합 국립대학, 공영 사립대학 등의 정책을 포함해 교육 체제 개혁을 이뤄 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인가.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것은 완벽히 같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교육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른바 '정의로운 차등' 정책이다. 교육계 안에 불평등 구조가 현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 교육이 여전히 희망의 사다리로 기능하는 사회, 교육만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하고 싶다.

올해 신년사에서 '더불어 숲' 교육을 강조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숲을 이루는 공동체적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교육 불평등과 일등주의를 넘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마음껏 개성을 길러 가도록 하는 '온리 원(Only one)' 교육을 실천하겠다. 아울러, 협동과 협력으로 비정상적인 입시 경쟁을 뛰어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집단 지성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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