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목회자의 불륜, 유력한 장로의 전횡, 원로목사파와 신진 세력 간의 갈등, 교회 내 성폭력….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뉴스앤조이>에 연재했던 소설 '나쁜 하나님'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이 소재들이 허황하다면 좋겠지만, 소설 내용보다 정도가 심각한 경우도 종종 현실에서 보게 된다. '나쁜 하나님'을 남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는 이유다.

<뉴스앤조이>에 연재됐던 '나쁜 하나님'이 3달 만에 새움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됐다. 연재 당시보다 필치가 정돈되고 분명해졌다. <나쁜 하나님>(새움) 출판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가 9월 21일, 명동에 있는 서울프린스호텔에서 열렸다. '소설가의 방'이라는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행사였다. 주원규 목사는 2015년 초 서울프린스호텔에 상주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기도 했다.

북 콘서트 사회는 이은선 소설가가 맡았다. 행사는 극단 '해인'에서 준비한 낭독극과 저자의 미니 특강을 들은 뒤, 패널을 한 사람씩 불러 대화를 나누고, 참석자와 질의응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낭독극을 진행하는 극단 해인(위)과 특강 중인 주원규 목사(아래). 뉴스앤조이 강동석

주원규 목사는 미니 특강에서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시대의 모순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중심성·권력·남성이다. 주 목사는 이 세 가지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나쁜 하나님>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중심성·권력·남성은 서로 연결돼 있다. 중심성은 주류를 동경하는 습성을 말한다. 그는 중심에 서려 하고, 중심이 없으면 또 다른 중심을 만들어서 우두머리가 되려 하는 모습이 오늘날 종교 현실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심을 잡으려면 권력이 있어야 하는데, 권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폐단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남성'이 왜곡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성이 책임감 있고 포용성 있는 모습이 아니라, 중심과 권력의 노예로서 물질적·정신적 폭력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짓밟고 피눈물을 보게 만들면서 권력을 쟁취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이 사회에서 젠더(Gender)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초화돼 버렸다고 했다.

주 목사는 이 세 가지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글쓰기 작업을 설명했다.

"그리스어로 '글쓰기'라는 단어는 '그라포(γράφω)'라고 읽는다. '문지르다'라는 뜻이다. 당대 노예들은 주인의 자리를 지우기 위해 돌판에 새겨진 이름을 문질렀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름을 알리고 힘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지워서 서로 나누고, 뭔가를 또한 지워 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초대 손님으로는 문화싸이언티스트 김리원 씨와 전석순 소설가가 나왔다. 김리원 씨는 <나쁜 하나님>을 '정확하다'는 말로 정리했다. 성경 텍스트에 담긴 복음의 절망하게 하는 힘과 재기(再起)하게 하는 힘이 정확히 소설 속에 표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쁜 하나님>이 거대한 구조의 악와 인간의 죄성 중 어느 하나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전석순 소설가는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온기를 느꼈다. 누군가는 꺼릴 수 있을 문제인데, 이를 거침없이 다루고 이끌어 나가는 힘이 돋보였다"라고 평했다.

문화싸이언티스트 김리원(위)과 소설가 이은선·전석순·주원규(아래 왼쪽부터). 뉴스앤조이 강동석

질의응답 시간에는, 주원규 목사가 대형 교회의 비리와 용산 참사를 소재로 쓴 소설 <망루>(문학의문학, 2010년 출간)와 <나쁜 하나님>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주원규 목사가 답했다.

"<망루>는 치기 어린 열정이 많이 묻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신 죽음의 신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우상의 신이 죽지 않으면 우리 안에 진정한 신, 민초들의 삶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신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공격성을 가지고 쓴 작품이다.

<나쁜 하나님>은 소재나 내용 면에서 더 강하다. <망루>보다 약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쓰고 있는 내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울분과 공포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공포를 열어 놓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논의를 같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두 작품 다 절망적인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이제는 (이 현실 속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쁜 하나님>은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을 비롯해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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