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은 102회 총회에서 동성애자와 옹호자를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102회 총회가 9월 21일 폐회했다. 1,000명이 넘는 총대는 나흘간 갑론을박을 벌이며 각종 안건을 처리했다. 총회 재판과 규칙 등 이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서로 피를 토하듯 싸우다가도, '동성애' 안건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목소리를 냈다.

기자는 2014년부터 예장통합 정기총회를 취재해 왔다. 동성애가 총회 화두로 떠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대들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옹호자가 소속 교단 7개 신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결의했다. 그뿐 아니라 장로·집사·권사 등 교회 항존직을 포함해 교회 직원도 못 하게 했다. 

반동성애 결의 불씨를 당긴 이는 여수노회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다. 고 목사는 호남 지역 실력자로 통한다. 현재 여수기독교단체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호남신학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전남CBS 운영이사장 등을 지냈다. 고 목사는 9월 19일 오후 신학교육부 보고 시간, 신학교육부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남녀 결혼 제도를 가르치도록 해 달라"고 청원하자 "비겁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고 목사는, 교단 소속 7개 신학대 이사장·임원 등이 "신학대가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론자를 관리·감독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는데, 신학교육부가 안건 내용을 "완곡하게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고 목사는 "이래서는 안 된다. 동성애는 이단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견지해야 한다. 이걸 누가 막겠는가. 거대한 동성애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 건 총회밖에 없다"며 개의안을 제시했다. 고 목사 발언 직후 총대들은 박수를 치며 이구동성 "옳소"를 외쳤다.

다음 날 헌법개정위원회 보고 시간에도 고만호 목사는 마이크를 잡았다. 헌법개정위는 고 목사에게 동성애와 관련한 헌법 자구 수정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교단 헌법을 다루는 기구가 공식 석상에서 자구를 의뢰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고 목사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 지지자, 옹호자는 교회 항존직, 직원, 신학교 교직원도 할 수 없도록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곧 '법'이 됐다. 총대들은 이번에도 "옳소"를 외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고만호 목사 "'사랑'이라는 말로 헷갈리게 해
세계는 동성애로 요동, 한국에도 동성애 쓰나미"

고만호 목사는 동성애 반대 결의를 이끌어 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 목사는 나흘간 진행된 총회에서 두 차례 발언했다. 동성애 문제 이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9월 20일 총회가 열리는 온누리교회에서 고 목사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이번 결의로 교회가 비난받고 위축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 물었다. 고 목사는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부터 꺼냈다.

"소돔은 역사 속에서 큰 도시였다. 아브라함 시대 때 부요하고 잘살던 곳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지금은 사해가 됐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됐다. 동성애 문화가 만연해 있었는데, 하나님이 유황불로 심판하신 것이다. 성(性)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성(聖)스럽게 보존하지 않으면, 가정이 무너지고 세상이 타락한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이라는 말로 동성애를 옹호한다. 성경에 나오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가지고, 동성애자도 사랑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성경은 분명히 동성애를 죄를 규정하고 있다. 로마서 1:26-27을 봐라.

지금 전 세계가 동성애로 요동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물결이 엄청나게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동성애 시대에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닌가. 동성애가 합법화하면 타락하게 되고 쓰러지게 될 것이다."

고 목사는 동성애자보다 동성애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더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중 '신학자'가 제일 큰 문제라고 했다.

"사실 동성애자는 교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지지자들이다. 동성애를 허용한 미국장로교회(PCUSA)를 보라. 신학자들이 하나님 말씀을 상황 윤리에 갖다 붙이고, 해석을 덧붙이면서 말씀의 본질을 변질시켰다. 신학적으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 미국장로교회 교인 37%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신학자들이 문제다. 하나님 앞에서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예장통합에는 장신대·호남신대·한일장신대·영남신대·대전신대·부산장신대·서울장신대 등 7개 신학교가 있다. 총회 결의에 따라 7개 신학교는 정관과 학칙 등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 목사는 "내가 현재 7개 신학대 이사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총회 결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동성애 문제 앞에서 하나 된 예장통합 
반대 의견, 안건 논의 제안 없어 
"마녀사냥하던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총대들이 크게 관심을 보인 건 부총회장 선거와 헌법 개정, 총회 재판국 보고 정도였다. 9월 18일, 림형석 목사가 부총회장에 당선되자 관계자들이 환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은 동성애 앞에서 하나가 됐다. 반대 의견은커녕 논의를 해 보자는 제안조차 나오지 않았다. 총회 한 관계자는 "보통 민감한 안건의 경우 '1년 연구' 방식으로 미루기도 하는데 주제가 동성애이다 보니 바로 처리된 것 같다.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잘못 말했다가 '매장'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총대들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 결의는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는 9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거나 찬성할 수 있다. (이번 결의) 문제는 충분한 신학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특히 동성애는 사회적·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논의가 없었다. 마치 마녀사냥하던 중세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한 A 목사도 홍 목사와 같은 의견이었다. A 목사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번 총회 결의는 너무 아쉽다. 앞으로 우리 교단 안에서는 동성애와 관련해 입도 뻥끗하지 못한다. 동성애자가 죄인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총회에서 주례와 세례 문제 정도만 다룰 줄 알았는데, 고(만호) 목사님이 치고 나오니까 분위기가 확 넘어가더라. 찬반양론도 들어야 하는데, 이러다가 다 이단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대들이 안건을 잘 몰라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총대로 참석한 B 목사는 "동성애나 요가·마술 금지 안건이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총대들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맞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있다 보니 안건이 나옴과 동시에 바로바로 처리된 것 같다. 실제 이번 총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 건 규칙부·헌법위·재판국 보고였다. 비본질적인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은 102회 총회 주제는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이다. 한 총대는 "요가와 마술, 동성애 반대 결의를 해 놓고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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