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 재개를 위해 10만 명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 매일같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나오는 아버지들. 뉴스앤조이 유영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아버지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을 볼 때마다 망망대해를 생각한다. 실종 173일을 맞은 아들이 있을 남대서양도 가을 하늘처럼 푸르고 잔잔할까 가끔 그려 본다고 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9월 20일 만난 스텔라데이지호 일등항해사 박성백 씨 부친 박홍순 씨(70) 이야기다.

"생존 키트에 있는 낚시 도구로 연명하며 굶주릴 아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로서 세끼를 챙겨 먹는 것도 미안하지요. 할 수 있는 일이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일뿐이라 광화문광장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 아버지 허춘구 씨(70)도 매일같이 광화문에 나와 실종 선원 수색 재개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허춘구 씨도 박홍순 씨와 같은 마음이다. 아들을 생각하면 무엇을 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몸도 많이 불편해졌다. 여름내 세종대로의 열기와 매연을 견디며 지내고 나니 몸이 상했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길거리로 나오다 보니, 실종 선원 부모들 건강이 많이 상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아버지들이 하루, 어머니들이 하루 나눠서 광화문광장으로 나오기로 했어요. 몸도 추스르고 병원도 다니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광화문광장에 나와도 서명해 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8월 20일 주간에는 1만 2,000명가량 참여했지만, 지금은 조금 주춤한 상황이다. 주 중에는 하루 300~400명, 주말에는 1,000명 정도가 서명한다. 한 달 동안 약 3만 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박홍순 씨는 "10만 명 서명을 마치려면 3개월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박홍순 씨가 '서명 부탁합니다'라고 쓰인 부채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발견한 것이다. 박홍순 씨는, 능숙한 영어로 "40세가 넘은 나이 든 아들을 찾아야 한다. 도와 달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고 여전히 선원 22명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외국인들은 상황이 안타깝다며 서명했다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 아버지 허춘구 씨(위), 일등항해사 박성백 씨 부친 박홍순 씨(아래). 뉴스앤조이 유영

육군 중령으로 전역한 박 씨는 망망대해에 위태롭게 있는 국민을 돌아보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특히, 최근 보도된 문재인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 소식에는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지원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실종된 국민을 수색할 재정은 없고 북한을 지원한 재정은 있느냐"며 한탄했다.

"실종 선원들은 세금도 내고, 국가에 의무를 다하던 국민이었습니다. 수출입 산업에 일하며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분야에서 일하던 성실한 근로자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들을 수색하는 일에는 보름, 6억 원을 쓰고 더는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에 보낼 돈은 있고, 국민을 위해 사용할 돈은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은 실종된 선원들이 살아 있다고 믿는다. 사망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박승렬 위원장)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기까지 20분 이상 걸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탈출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구명벌은 아직 찾지 못했다. 실종자 수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는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탄식했다. 허경주 공동대표는 "고위 공직자들이 청와대에 가족들이 곧 합의할 것이라고 보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가족들이 지쳐 나가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직접 나서서 실종 선원과 관련한 생존 정보를 확보하기로 했다. 침몰 초기인 4월 9일, 미군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 대표단이 UN과 미국 국방부 등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10월 중순에 떠날 예정이다. 청와대에도 가족들이 미국으로 떠날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들을 위해 서명해 달라고 부탁하는 박홍순 씨. 뉴스앤조이 유영
많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서명 받는 속도는 가족들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다.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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