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회·남재영 위원장)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제안'이라는 제안서를 9월 15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 개신교가 신뢰받지 못하는 종교로 빠르게 전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는 한국교회에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 과제 앞에 더 이상의 변명을 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개혁 과제는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다. 위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지금 이 시대에 교회가 연대해야 할 약자로 여성·이주민·성소수자를 꼽았다. 위원회는 교단 및 교회가 △교회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 마련 △이웃 종교에 대한 올바른 교육 △성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등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제안서 전문.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제안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고아를 변호해 주고, 가련한 사람과 궁핍한 사람에게 공의를 베풀어라. 가난한 사람과 빈궁한 사람을 구해 주어라. 그들을 악인의 손에서 구해 주어라." (시편 82:3-4)

한국교회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 성찰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혁명의 첫 촛불이 광화문광장을 밝히기 시작하던 날, 이제 곧 그날의 1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촛불 혁명은 부패하고 무능했던 정권을 교체하였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 한국 사회 곳곳에 누적되어 있는 적폐 현상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쟁 위기, 빈부 격차 심화, 그리고 생존을 위한 경쟁이 첨예한 가운데 절벽을 향해 치닫는 한국 사회가 벼랑 끝에서 돌이켜야 한다는 간절함이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게 한국 사회는 희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벼랑 끝에서 돌이킬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하락의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가톨릭, 불교, 기독교 중 기독교는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으며, 특히 30~40대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신뢰도가 하락했습니다. 일일이 나열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의 과제 앞에 더 이상의 변명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너희는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마태 18:10)

우리는, 한국교회의 시급한 과제가 자기를 성찰하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것임을 선언합니다. '차별해서 대하면 죄를 짓는 것'(야고보 2:9)임에도 오늘날 한국교회는 차별해도 되는 대상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여성, 이주민, 그리고 성소수자의 이웃이 되어 하나님나라를 함께 일구며 생명과 평화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법을 가르친다면서 도리어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말라기 2:8)는 말씀과 같이 배제와 낙인을 일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마땅한 도리를 새기며, 종교개혁이 단지 기념해야 할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여전히 요청되고 있는 과제임을 확인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입니다." (에베소서 1:23)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여성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이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교회를 세워 가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을 근절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단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을 만드는 등 평등한 관계를 세우고 젠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이주민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이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종교나 인종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단마다 이웃 종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제공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키우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성소수자를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이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다름일 뿐이지 잘못되거나 죄 된 본질이 아닙니다. 한국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 유통, 편견과 오해를 기반으로 한 일방적인 종교교육을 멈추어야 합니다. 교단마다 성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웃과의 동행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주신 것과 같이 그들에게도 주셔서,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사도행전 15:8)

성경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강자나 권력자의 불의를 용납하지 말고, 약자와 가난한 자의 손을 들어 하나님의 뜻을 세워 가도록 구체적으로 명하십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곁에는 과부, 고아, 나그네가 여전히 존재하며 그들의 모습은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사드 배치에 저항하는 성주 주민,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고속버스조차 자유롭게 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장애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로마서 13:10)

한국교회는 지금 즉시 부당하게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2017. 9. 15.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남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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