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가 교회 장로들에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에 대해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교인 5명으로 출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오중 복음'과 '삼중 축복'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했다.

유례없는 부흥을 이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특히 조용기 목사 일가 재정 비리는 교회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례로 조 목사 장남 조희준 씨는 주식거래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수십억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운 기관과 학교에는 조 목사 일가가 포진해 있다. 아내 김성혜 씨는 한세대 총장을, 조희준 씨는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사무국장을, 차남 조민제 씨는 <국민일보>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5월 조용기 목사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 안에서는 조 목사 일가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교회가 거금을 들여 세운 기관을 외부인이 아닌 교회 구성원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났다. 이영훈 목사가 조용기 목사를 감싸고 나선 것이다.

이영훈 목사는 9월 1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수련회에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목사는 "조용기 원로목사님 가족들이 관련해 있는, 현재 조용기 원로목사님 재직 당시 이루신 재단법인들에 대해 장로회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장로회 운영회와 당회가 잘 의논해 결의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영훈 목사는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교회 내 문제로 고소·고발하는 일 없이 성경적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원로목사님의 과거사를 문제 삼아 사회 법정으로 가거나 (조 목사에 대한) 퇴진 강요 행동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장로 수련회에는 8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목사 설교를 들은 일부 장로는 불쾌감을 표했다. A 장로는 "교인들이 낸 헌금으로 기관·언론·학교를 세웠는데 원로 일가가 요직을 다 차지하고 있다. 당장 찾아와도 모자랄 판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B 장로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서로 용서하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잘못을 저질렀으면 당사자의 사과와 회개가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 조 목사님이 설교를 그만두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번에 유죄판결 받은 것에 대한 사과 말씀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이영훈 목사 설교는 교회 안정을 위한 원론적인 의미일 뿐 정치적 메시지는 담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음한국 홍보실장은 9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60주년을 맞아 우리 교회가 하나가 되길 원한다는 의미에서 하신 설교다. 원로목사님은 그동안 한국교회 어른으로서 많은 업적을 남기지 않았나. 우리 교회를 본받아서 세계 교회가 부흥하고 있는데, 고소·고발하고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영훈 목사님 목회 방침은 십자가 복음과 성령을 통한 교회 부흥이다. 이날 설교 메시지 주제였다.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 확대해석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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