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엄기호 대표회장)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정서영 대표회장)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종교인 과세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9월 14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기총, 한교연 사무실을 차례로 방문했다. 김 부총리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종교인 분들의 생각이나 우려에 대해, 재정 당국에서 겸허하게 말씀 듣고자 왔다. (과세 시행을) 설득하겠다는 게 아니라 종교계의 말씀을 듣고자 왔다. 겸허하게 백지 상태에서 말씀을 듣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동연 부총리(왼쪽)가 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을 찾았다. 엄 대표회장은 과세 2년 유예를 공식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먼저 김 부총리를 만난 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은 과세 2년 유예를 요구했다. 엄 대표회장은 "종교인 과세 유예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이다. 배석한 김진표 의원이 보증한 사안"이라며 약속을 지켜 달라고 했다.

엄 대표회장은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 이후 충분한 시간과 소통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 농단' 사태로 교회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다가 시간만 보냈다고 했다.

한기총은 △종교 단체에 대한 악의적이고, 불편부당하지 않은 세무조사는 절대 안 된다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종교인도 받을 수 있게 개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법, 최저임금법 등과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전달했다.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교회가 세금 내지 않으려는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오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 부총리를 만난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저희들의 요구는 많지 않다. 언론 보도를 보면 목사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걸로 나가는데 잘못됐다. 기독교에서도 세금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세금도 내고, 종교의자유도 침해받는 식의 이중 고통을 겪으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회장은 "언론에서는 세무사찰을 뭐 그렇게 겁내냐는 식으로 몰고 간다. 교회가 부정이 많아서 걱정하는 게 아니다. 교회 재정은 목사 개인이 관리하지 않고 재정위원회가 한다. (세무 당국이 교회를) 사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에 끌려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미 교회에서 자진 납세를 많이 하고 있다. 개신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 반대 입장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정부는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종교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도와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문제에 대해 김 부총리는 "교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정부는 교회 재정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교계와 미리 상의하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개신교계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유예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부총리는 "그것은 법을 손대는 문제고 국회가 다룰 사안이므로 뭐라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 저희는 시행에 차질 없도록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준비 과정과 절차에서 종교인들의 우려를 마음 열고 경청하면서 가능하면 반영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9월 15일 오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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