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원자력 에너지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주장은 수십 년간 진리처럼 여겨졌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원전 사고는 한국과 무관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탈핵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전문가 취급했으며,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했다.

평소 대중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던 원전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폐쇄를 결정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보류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보수 언론들은 원자력산업계를 대변했다. 환경 단체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으며, 문 정부가 비전문가 말만 믿고 탈핵을 결정한다고 비난한 것이다. 원전 이야기는 환경보다 정치 뉴스로 퍼져 나갔다.

김혜정 전문위원은 원전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원전은 정치·경제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안전' 문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김혜정 전문위원(YWCA연합회 탈핵생명위원회)은 9월 13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민경자 회장) 사회선교위원회가 '신고리 5·6기 공론화 대응 전략'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세계 상황을 봤을 때 원자력산업계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국내외 상황을 언급하며, 원자력산업계 주장과 달리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6월 18일 영구 정지한 고리 1호기는, 원전 고장률 중 20%를 차지할 만큼 문제가 많았다. 40년간 운행하면서 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지만 정부는 안전하다며 사고 내용을 은폐했다. 방사능은 맛이나 냄새, 촉각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후쿠시마처럼 원전이 폭발하지 않으면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혜정 위원은 지진 이야기도 꺼냈다. 원자력산업계는 한국 땅이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질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위원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활성 단층'이 발견됐기 때문에 한국은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의 주장은 경주에서 일어난 5.8 규모의 지진으로도 증명된다.

그는 후쿠시마 사건을 예로 들어 원전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원전=안전성'이라는 주장을 믿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난치병·급성심근경색·백내장을 겪는 지역 주민이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후쿠시마 사고가 주민들의 건강 악화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원전 사고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오히려 후쿠시마에서 살아도 괜찮다며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던 주택 지원금을 끊고 돌아가라고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경제 논리가 아닌 안전을 강조하며 탈핵을 이야기해 달라고 교회에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김혜정 위원은 원전 사업이 이미 사양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원전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전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아이폰 시대에 유선전화에 투자하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에서 원전 사업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러시아·인도·중국·한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원자로 제조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올해 초 파산에 이르렀다. 미국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운행 중인 원전을 조기 폐쇄했다. 이는 원전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말이다. 왜 한국이 계속 원전 사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독일을 예로 들었다. 원전의 빈자리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1990년대 총 전기 생산량 중 원전이 30%를 차지했다. 지금은 재생에너지가 32%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독일이 탈핵을 선언했을 때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태양광과 관련한 자국 기술도 있다. 사람들은 태양광으로 어떻게 전기 발전을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국토 면적을 적절히 사용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혜정 위원은 교회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제 논리에 동요하지 말고,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언급되지 않으면 원전은 계속 운행될 수 밖에 없다. 원전을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 신고리 5·6호기가 세워지면 다시 탈핵을 주장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배당에 태양광 발전기를 세우고 LED 전구를 사용하는 등 교회가 탈핵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달라고 했다. 김 위원은 "우리는 안전하지 않은 원전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 원전을 없애면 전기세가 올라가는 건 사실이지만, 종교인들이 '요금은 우리가 더 낼 테니 탈핵을 시행하라. 우리는 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