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CBS는 지난해 직원 성희롱 문제로 시끄러웠다. 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이 문제로 교체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남CBS(유영혁 본부장)에서 발생한 성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직속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김아영 씨(가명)는 지난해에도 사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몇몇 간부가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았고, CBS 본사까지 나서 징계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유영혁 본부장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8월 29일 김 씨에게 "작년 윤OO 건 때문에 기사가 2건이나 나가고 난리가 났다. 전국 14개 국 중 제일 골치 아픈 데가 여기(전남CBS)다. 내가 내려올 때 본사 재단이사장이 '여기 사고 많으니까 잘하고 오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이 언급한 윤 아무개 씨는 전남CBS 보도국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특임국장'을 맡고 있다. 윤 국장의 성희롱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8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입사한 A는 윤 국장으로부터 잦은 성희롱을 당했다.

윤 국장은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안 예쁘다", "피아노 치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크다", "내 성기에 뭐가 났다"는 식의 발언을 자주 했다. 직원들은 항의를 했는데도 윤 국장의 성희롱은 계속됐다고 했다. 그러나 윤 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말도 안 되고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국장은 피해자 A와 기사를 쓴 <미디어오늘>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성북경찰서는 올해 6월 1일 "사건 내용이 가지는 '공익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요건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전남CBS 총무이사 김성기 목사는 성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CBS 홈페이지 갈무리

성희롱을 저지른 간부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CBS 본사 감사 결과, 이기완 전 전남CBS 본부장도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이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직원 채팅창에 나체 여성이 물을 끼얹고 있는 짧은 영상을 올렸다. 이 전 본부장은 게시 직후 "실수로 잘못 올렸다. 아무튼 시원한 여름 보내는 데 보탬이 되시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에, 김아영 씨를 성추행한 이영수 국장(가명)은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답글을 남겼다.

CBS 본사는 이 전 본부장의 성희롱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확인하고 정직 3개월 징계 처분했다. 이 전 본부장은 올해 초 전남CBS에서 본사 선교TV본부로 발령받았다.

본사는 윤 국장에 대한 징계도 권고했다. 전남CBS 이사회에, 윤 국장을 징계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도 하라고 했다. 전남CBS는 CBS 자치국으로, 본부장을 제외한 직원의 인사권은 전남CBS 이사회에 있다.

전남CBS 이사회는 윤 국장에게 감봉 3개월 처분만 내리고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CBS 본사는 8월 3일, 전남CBS 이사장 앞으로 "성희롱 가해자 윤 국장에 대한 합당한 인사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다시 권고했다.

전남CBS는 뒤늦게 윤 국장을 특임국장으로 발령하고, 5층에서 4층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특임국장' 자리는 기존에 없던 자리로, 징계로 보기 어렵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전남CBS 총무이사, 성 문제 재발 방지 다짐 
"다른 여직원들은 수위 센 농담도 무감각해… 
'상대방에게 예의 지켜라' 주의 줬다"

전남CBS 총무이사 김성기 목사는 9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유영혁 본부장 제안에 따라 윤 보도국장을 특임국장으로 발령했다. 이전에도 모 아나운서가 특임국장을 지낸 적 있다. 방송국과 지역 교회·목사가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하는 자리이다"고 했다.

김 목사는 사내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이 여러 건 발생한 것에 대해 대신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아영 씨 사건의 경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됐다. 공교롭게도 술자리에서 빚어진 일인데 대신 사과드린다. 우리 방송국이 14년 정도 됐는데, 개국 때부터 일한 직원이 많다. 완전히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다 보니 (수위가 센) 농담이 오간 것으로 안다. 다른 여직원의 경우 (성희롱 발언을 듣고도) 무감각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주의를 줬다. 이런 사건이 터진 것에 대해 우리 이사들도 책임이 있다. 특히 본사 CBS에 죄송하다. 조만간 이사회가 열릴 텐데, 잘 논의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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