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청빙 후보 시절부터 최근까지 근 1년 반 동안 다른 목사 설교를 20여 차례 베낀 전주 D교회 김 아무개 목사 표절 문제가 교회 분열로 번지고 있다. 시무장로들이 김 목사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하자, 일부 교인은 담임목사를 두둔하며 외려 시무장로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목사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성경·설교 교육기관까지 보내 준다는데… 
김 목사, 장로들 거듭된 제안 모두 거절

D교회 시무장로들은 지난해 4월 김 목사의 설교 표절을 인지했다. 시무장로들은 담임목사에게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김 목사는 표절을 부인했다. A 장로는 "평소 담임목사와 가깝게 지낸 시무장로 6명이 목양실에 찾아갔다. 하지만 목사님은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1년 동안 담임목사 표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 시무장로들은, 올해 6월 25일 담임목사에게 '교육'을 제안했다. 기독교 교육기관에서 1년 동안 성경과 설교법을 연구하고 오라는 제안이었다. 2,000만 원 가까이 되는 교육비도 교회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도움이 된다면 이수하겠다"고 서면으로 답했지만, 이후 장로들과 면담에서 제안을 거절했다. B 장로는 "담임목사는 장로들에게 자신은 표절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다른 목사 설교 중 좋은 말씀을 메모해서 적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해당 교육기관도 성경 연구 기관이 아니라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무장로들은 7월 23일, 김 목사에게 2차 요구안을 전달하며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선교사로 나갈 경우 5년간 지원(총회세계선교회 수준) △교회 개척 시 2억 원 지원 △자진 사임이었다.

C 장로는 "담임목사님이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면 같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목사님 상황을 고려해 담임목사가 된 지 2년도 안 됐는데도 높은 액수의 지원금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안마저도 김 목사는 기도하겠다고만 했을 뿐 확답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거절이었다.

시무장로들, 전 교인에게 표절 문제 공개
일부 교인, 담임목사 비호 유인물 배포
"목사님 실수에도 묵묵히 성도의 길 걸어야"

장로들은 결국 담임목사 표절 문제를 교인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이들은 8월 6일 주일예배 이후 전 교인 앞에서 PPT로 담임목사 표절 문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장로들이 설교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담임목사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도 모두 공개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일부 교인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담임목사를 두둔하며 오히려 시무장로들을 비판했다. 한 무리는 방송실에 찾아가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고 진행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교인 간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목사 측 교인들은 8월 6일, 8월 13일 두 주에 걸쳐 전 교인에게 유인물을 배포했다. 시무장로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목사님이 실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눈물로 기도하고 위로하며 묵묵히 성도의 길을 걸을 때, 우리 모두에게 신령한 복과 기름진 복이 더해진다"며 담임목사를 비호했다.

시무장로 전원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인들은 9월 13일 제직회에서 또 한 번 크게 충돌했다. 김 목사 표절 문제를 다룬 <뉴스앤조이> 기사가 나간 후였다.

B 장로는 "원래 재정 보고를 위해 열린 제직회였다. 기타 토의 시간에 시무장로와 안수집사들이 일어나 담임목사 표절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어떻게 된 건지 따져 물었다"고 했다. 그는 반대쪽 교인들이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질문을 막았다고 했다.

C 장로는 "담임목사 측 교인들은 장로들이 담임목사를 쫓아내려 한다며 비판했다. (설교를) 갖다 쓰라고 홈페이지에 올린 거 아니냐며 표절은 문제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직회는 파행으로 끝이 났다.

목사 측 교인들은 공동의회를 열어 장로들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D 집사는 "우리 교회는 대다수 교인이 고령층이다. 이분들은 담임목사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부정적이다. 장로가 되지 못하거나 평소 당회에 불만이 있던 교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로들에게 재신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담임목사 표절 문제로 교인들이 갈등하고 분열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김 목사는 침묵하고 있다. 자신의 설교와 다른 목사 설교가 똑같다는 지적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교인들 중재에도 전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8월부터 다시 표절 설교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는 여러 차례 김 목사에게 표절 설교로 교회가 분열 중인 현 상태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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