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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서 변질된 '십일조'의 의미
개혁연대 '공적 헌금' 포럼 "가난한 사람과 나누라는 성경 속 헌금 정신 되살려야"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7.09.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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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헌금이 있다. 헌금의 사전적 정의는 '돈을 바침'이지만, 기독교 용어로 '주일이나 축일에 하나님에게 돈을 바침'이라는 뜻도 등재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예문 김성일의 <비워 둔 자리>에는 "교회에서 의학박사의 권위와 그가 내는 헌금만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던지 그는 얼마 안 되어 집사가 되었고, 권사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사전에 예문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헌금의 명목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만, 현실은 '교회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가 주최한 '헌금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포럼'이 9월 11일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렸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박득훈 목사, 김회권 교수(숭실대), 홍주민 교수(한국디아코니아대학)는 "가난한 사람과 헌금을 나누는 게 개신교 정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득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맘몬'이 아닌 '야훼'를 섬기는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득훈 목사 "헌금, 교세 확장 아니라
가난한 교인 위해 쓰여야"

박득훈 목사는 헌금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이 있는 헌금 즉 '공적 헌금'의 뜻은, 목사나 특정 교인만이 아닌 교회 구성원 전체와 사회 전체를 두루 이롭게 하는 데 쓰이는 헌금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맘몬에게 드린 헌금은 절대 공적 헌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맘몬이 지배하는 체제란 모두에게 부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 사회를 말하며, 부를 거머쥔 특정 소수가 그 체제를 목숨 걸고 지키는 사회를 말한다.

교회 또한 맘몬 체제에 종속돼 있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명목은 '선교'지만, 교회 건물을 크게 짓고, 교세를 확장하는 것 위주로 헌금을 쓴다"고 했다. 이런 헌금은 공적 헌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프로스트와 앨런 허쉬는 <새로운 교회가 온다>(IVP)에서 이러한 모습의 교회를 '크리스텐덤 교회'라고 했다. 하나님나라가 아닌 교회 자체를 세우는 데 목적을 두는 교회를 일컫는다. 박 목사는 헌금 3,000억 원을 들여 거대한 예배당을 지은 사랑의교회를, 헌금의 공공성을 무너뜨린 '크리스텐덤 교회'의 예로 들었다.

아모스와 미가 등 여러 선지서에 하나님이 헌금을 바치지 말라고 한 구절이 나온다. 박 목사는 "이스라엘이 성전으로 헌금을 가져왔지만 공공성이 없는 제물이었고, 맘몬에게 바쳐진 제물이었기에 하나님이 거부하신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신명기에는 십일조가 두 번 등장한다. 공적 제사를 드릴 때 남녀 가릴 것 없이 먹고 마시는 교제의 장, 즉 공동 식사를 위해 제물을 들고 오라고 되어 있다. 또 매 7년 중 3년째 되는 해에는 레위인과 고아와 과부, 떠돌이들을 위해 헌금을 드리라고 되어 있다. 이를 봤을 때 십일조는 공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런 정신을 살려, 가난한 자의 필요를 채워 주는 데 헌금을 쓰는 교회가 되자고 했다. 돈보다 하나님을 따르겠다고 했을 때, 소유의 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 주겠다고 결심한 삭개오처럼 살자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교회가 되는 것은, 대형 교회가 작은 교회가 되고, 부자 교회가 가난한 교회가 되며, 세속화한 교회가 철저히 회개하고 저항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권 교수는 성경에 나타난 헌금은, 고대 근동과 달리 이웃 사랑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회권 교수 "십일조는 급진적 이웃 사랑 개념,
나누지 않고 쌓을 때 문제 발생"

김회권 교수는 성경에 기록된 '봉헌'의 공공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구약에 나타난 '십일조'는 고대 근동에도 있는 제도였지만, 근본적으로 취지가 다르다고 했다. 고대 근동은 공동체 수가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해 '구제 펀드'의 목적으로 10분의 1을 갹출한 것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는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위기 25장 23절에 따르면, 십일조는 '신권 소유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거기서 나는 소출은 만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명기 15장 11절을 다시 번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구절은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라는 번역은 '어떤 가난한 사람도 땅으로부터 내쳐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너희들은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손을 펼쳐야 한다'로 번역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십일조는 기본적으로 현물이었다. 현물은 무한 축적이 불가능하다. 즉시 나누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화폐가 발달한 이후로 돈을 쌓아두게 되면서 맘모니즘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예수가 '한국은행·외환은행화'한 예루살렘 성전을 '강도의 소굴'이라고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십일조를 '가장 급진적인 이웃 사랑의 방식'으로서 몸과 마음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의 십일조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재능 또한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 나누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주민 교수는 500년 전통의 디아코니아 정신이 유독 한국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회 섬김 500년 전통' 개신교,
한국에서는 왜 힘 못 쓰나

홍주민 교수는 사회적 나눔을 실천해 온 개신교 역사를 소개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라이스니히 금고 규정'을 세웠던 마르틴 루터부터, 진젠도르프의 헤른후트 형제단, 독일 디아코니아의 선구자 요한 비헤른에 이어 구스타프 베르너의 브루더하우스까지, 개신교는 500년 넘게 사회 섬김의 디아코니아 전통을 간직해 왔다고 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독일의 디아코니아는 3만 1,000개 센터에 45만 명의 실무자, 75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브루더하우스 디아코니아만 해도 바덴뷔르템부르크 주 일대 50개 지역에서 1만 명을 섬기는 교회 공동체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는 이 전통에서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30년 전 전래된 개신교는 개인주의·근본주의 신학 형태를 무비판으로 수용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웃을 돌보는 사회적 의미의 디아코니아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25년간 살아온 독일 선교사 말테 리노 교수가 정리한 한국교회의 현재를 소개했다. △율법주의적 예배 이해 △재물로 하나님께 영향 미칠 수 있다고 생각 △교권주의에 사로잡힘 △성직 매매 횡행 △목사들의 지나친 돈에 대한 관심과 잘못된 돈 사용 △목사들이 교회를 개인 소유로 착각 △목사들의 도덕적·성적 타락 △목사들의 낮은 신학적 수준이다.

홍 교수는 "종교개혁의 사회적 영성에 기반해, 교회가 십일조 정신에 의해 세금 내는 운동을 먼저 하고, 자발적으로 문화 교육 학술 영역의 디아코니아 재단을 세우고 공간과 재정을 보조하는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타자를 위한 교회일 때에만 교회이다. 이러한 것을 시작하기 위해서 먼저 교회는 모든 재산을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모두 나눠 줘야 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인용했다.

개혁연대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웃 섬기라는 말씀,
순종하려 하면 할 일 많아"

구체적으로 교회가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발제자들은 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주민 교수는 "최근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이 문제 되고 있다. 강서구 장애 학생들이 구로구까지 통학해야 한다. 강서구에 교회가 700개 있다. 장애아 부모들이 무릎 꿇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과연 교회가 할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도 "당장 주민센터 복지과에만 가도 교회가 할 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할 일이 정말 많다. 어떤 대상이 있는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우리 사회가 가난한 사람을 숨기고 있는데, 숨겨진 이웃들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예시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다. 김회권 교수는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려 마음만 먹는다면, 교회가 할 일과 아이디어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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