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에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국 과학의 건강성을 담보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창조과학 연속 기고'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글들을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이미 생물학자, 체질인류학자 들이 세 편의 글로 창조과학에 대한 커넥션과 상식의 문제를 제기했다. 충분히 동의한다.

화제를 돌려 박성진 후보자가 내정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일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박 후보자를 해명하는 '생활 보수'라는 말이 현업에서 얼마나 위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요컨대 '성사되는' 일만 담당하던 학자가 현업의 '드잡이'를 '공정한' 방향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스타트업 유니콘'도 만들어 내야 하지만, 더불어 재벌에게 집중했던 국가 주도 산업화로 발생한 '중소기업'의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업 이야기를 해 보겠다. 한국 조선업이 최근 몇 년 위기를 겪은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던져 보면 '해양플랜트 기본설계' 역량 문제가 있다. 영업 단계부터 기본설계에서는 해양플랜트가 위치할 유전의 기후 조건과 경제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수명 등을 고려하여 플랜트의 사양과 주요 재원을 결정한다. 기본설계를 따라 '추상에서 구체' 단계로 내려가 상세 설계, 생산 설계를 거쳐 건조 과정을 통해 플랜트가 완성된다. 한국 조선업계는 기본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주처인 오일메이저나 국영 에너지 회사들은 테크닙 등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에 기본설계를 맡겼다. 기본설계가 후행 단계를 결정하는 '경로 의존'이 있고, 선행 단계의 손실은 후행으로 갈수록 멱함수로 증가하기 때문에 기본설계가 중요하다 했다.

우아하게 보면 '엔지니어링 역량 문제'일 것이다.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학계와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와 협업해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대표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를 만들어 기본설계 엔지니어를 양성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1) 우아한 전제, 우아한 결론이다. 하지만 실무에서 더 급한 것은 해외에서 수행되는 기본설계에서 파생되는 해양플랜트 기자재 문제와 설계 오작으로 인한 공정 지연이 훨씬 더 급한 불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소기업의 문제가 함께 있다.

재원을 확정할 때 기자재 제작 업체, 즉 벤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의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은 20% 내외다.2) 기본설계를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대학의 '개념 설계' 교육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을 포괄한다. 하지만 실무자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부품과 장비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탄탄한 '중소 벤처기업'들을 양성해서 자리 잡게 할 수 있느냐 문제로 직결된다.

해외 기자재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입고 전 검사가 어려워 발생하는 품질 문제를 만들었다. 또한 설계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공정 지연을 풀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중소기업'들이 착취당하는 연쇄 작용도 일으켰다. 공정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규모로 '협력 업체(사내 하도급 생산 업체)'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사내 하도급 업체들은 일용직 '물량팀'을 뽑았다 해고했다를 반복했다. 품질뿐 아니라 산재가 늘었다. 설계 하도급을 받는 부산, 울산, 경남의 업체들은 기본설계부터 내려오며 악화되는 생산 도면을 '밀어내기' 위해 전공 불문 학력 불문으로 설계원들을 뽑았다. 설계 도면의 질이 당연히 떨어졌다. 저임금과 격무를 버텨 내지 못하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고질적인 하도급 문제와 노동 착취 문제가 엉켜 있다.

중·장기적인 과제도 따라온다. 품질, 비용, 납기(QCD)를 충족할 수 있는 국내 기자재 업체를 육성하겠다며 박근혜 정부는 거제시 사곡에 '해양플랜트 산업 단지'를 육성한다고 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사라진 상황에서 단지 조성을 멈추기 직전이다. 해양플랜트의 시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할 경험을 쌓다가 중단한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들, 해외 클라이언트가 승인하지 않는 장비를 연구 개발하고 있던 기자재 업체(중소기업), 도면과 생산공정 완수를 위해 과로로 '갈려 버린' 엔지니어들(중소기업 노동자)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것이 사업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본인의 창업 생태계 만드는 경험을 설명했다.3) 전형적인 창업 인큐베이터의 주장이다. 하지만 창업 바로 너머에는 기업 숫자로는 99%, 고용 규모로는 9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에게 닥친 산적한 문제를 푸는 자리가 중소벤처기업부 앞에 놓여 있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탑-티어 엔지니어들이 창업을 꺼리고 대기업의 월급쟁이로 있다가 결국 '치킨집'을 차리는 문제, 촉망받던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이 구인난을 호소하며 자체 연구 개발을 통한 신제품 제작보다는 결국 영업이익률 4%, 순이익률 3%로 통제받는 대기업 OEM 업체로 전락하는 문제.4) 그걸 푸는 것이 내가 해석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일이다.

이 지점에서 '생활 보수'라는 박 후보자의 해명이 무섭다. '생활 보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뉴라이트와 박태준에 대한 입장 문제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아차 통상 임금 문제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박 후보자에게 물었다. 노동자를 갈아 넣어 성장하던 시대의 '성과'에 대해서야 존중하지만, 그 '폐해'에 대해서는 "지식적으로 잘 아는 부분은 없다"고 말하는 이의 '생활 보수'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규모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현장에서 엔지니어의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후보자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원점으로 돌아와서 창조과학. 박 후보자는 "창조 공학은 창조론이 재무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돕고, 다음 세대의 창조과학자들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5)이라고 창조 공학을 강조한 바 있다. 기자들이 묻자, 미국과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을 잇기 위해 창조과학회 이사 직무를 수행했을 따름이란다. 창조론은 연구의 과제로 삼은 적도 없다고 한다. 손바닥 뒤집듯 쉽다. 창조과학의 타당성에 대해 논쟁하기에 앞서 본인 성공 서사를 넘어서는 입장의 일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는 어쩌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교인 네트워킹 차원에서 창조과학회를 넘나들었을 수 있다. 진지한 창조과학자와 네트워킹 차원에서 창조과학도 지지할 수 있는 공학자. 어느 쪽도 중소기업과 벤처 생태계, 엔지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출처: [창조과학 연속 기고 - 4] '생활 보수' 공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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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 정치학과 인류학을 공부했습니다. 조선 3사 중 한 회사에서 5년간 인사, 프로세스 혁신 기획 업무를 수행하다 엔지니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사회 이론과 데이터 분석을 가르칩니다. 엔지니어들의 교육·노동, 그리고 이에 대한 산업 정책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합니다.

각주

1)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진, <축적의 시간>, 지식노마드
2) EBN,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6년째 '제자리걸음' 왜, 2016년 3월 10일
3) <경향신문>, [전문] 박성진 중기부장관 후보자 "이번 정부와 생각 다르지 않다", 8월 31일
4) 안현호, <한·중·일 경제 삼국지 2>, 나남
5) <경향신문>, 박성진 장관 내정자 과거 "창조 공학 통한 창조론 재정적 지원" 발언,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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