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서울 각지를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실 때 이야기입니다. 청중 가운데서 어떤 '복음주의 계열, 그중에서도 보수 신학을 하는 사람'이 일어나서 예수님이 진짜 예수님이 맞는지 시험하고자 물었습니다.     

"예수님,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시기 전에 질문자에게 되물으셨습니다.

"성경에는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그리고 질문하신 분은 그걸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질문자가 대답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라고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정통 보수 개혁주의자'로서 예수님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질문을 하나 더 던졌습니다.

"예수님은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성애자가 이웃일 수 있습니까?"

예수님은 이에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

때는 어느 추운 겨울날 주일 새벽이었습니다. 남성역과 총신대입구역 사이에 있는 사당동 어느 작은 분식집 앞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 조끼를 입은 철거민 하나가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분식집 뒤 작은 방에 살면서 영업을 하던 분식집 사장이었는데, 얼마 전 교회 장로인 건물주가 월세를 세 배로 올리겠다고, 월세를 못 내겠으면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분식집 사장은 월세를 감당할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입자에게 권리금이라도 받아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주는 갑자기 자기가 직접 그곳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알고 보니 대학 졸업 후 집에서 놀고 있는 큰아들에게 장사가 잘 되는 분식집 자리를 주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때는 마침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정비되기도 전이었던 지라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날 입장이 된 분식집 사장은 투쟁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계약 만료 이후에도 분식집에서 철거민 조끼를 입고 가게를 점거하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일요일 새벽에 그만 건물주가 부른 용역 깡패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고 가게가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경찰은 사적인 계약관계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 버리고, 법원 집행관은 형식적으로 집행 절차를 진행하고 딱지를 붙이고 가 버렸습니다. 교회 장로가 '주일'에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고 사장님은 피 흘리며 바닥에 누워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분식집 앞으로 마침 주일예배를 인도하러 교회로 가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목사 한 분이 지나갔습니다. 그이는 분식집 벽에 적힌 교회 장로를 비난하는 글을 보고 혀를 차며 지나갔습니다.

조금 뒤에는 어느 순복음 교회 전도사가 그 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투쟁 조끼를 입은 분식집 사장을 보고서는 "폭력투쟁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갔을까. 한 남자가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그는 동성애자였는데, 한국의 답답한 문화와 제도적 차별이 너무나 싫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맹장 수술을 하는 바람에 가진 돈을 모두 다 써버리고 빚까지 진 채 다시 귀국해 부모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동성애 성향을 밝히지도 못했던 그는 마음이 허해 밤새 거리를 배회하며 데이팅 앱으로 하루를 같이 보낼 사람을 찾다 새벽에 이 길을 지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분식집 사장이 너무 안타까워 마침 가지고 있던 연고를 발라 주고, 앱으로 채팅하다가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다른 동성애자 집으로 분식집 사장을 데리고 갔습니다. 다음 날 그 남자는 집을 제공해 준 친구에게 5만 원권 두 장을 주면서 "저 혹시 이걸로 이분을 병원에서 진료받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지금 가진 게 이것밖에 없네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아이고 여긴 미국이 아니에요. 의료보험이 있어요. 걱정 말고 가세요. 제가 병원으로 모시고 갈게요"라고 웃으며 대답해 주었습니다.

*

여기까지 말씀을 마친 예수님께서 그 '정통 보수 개혁주의자'에게 물으셨습니다.

"당신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폭행당한 분식집 사장님의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보십니까?"

'정통 보수 개혁주의자'가 대답했습니다.

"기독교 교리는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법 폭력 집회는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요."

예수님은 '정통 보수 개혁주의자'를 잠시 측은하게 보시다 대답하셨습니다.

"당신 교회는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게 무너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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